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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석밥상, 설 때랑 똑같네”…대장동·법카·주가조작, 尹-李 ‘대선 연장전’ [정치쫌!]
“김문기 모른다” 이재명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
‘법카 유용 의혹’ 李부인 김혜경씨도 여전히 수사중
민주 “野탄압, 정치보복”-국민의힘 “범죄와의 전쟁”
민주, 尹대통령 고발·김건희 특검법 당론 발의 맞불
대선 직전이던 지난 2월 설 명절 때와 같은 이슈·인물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9일 영상으로 추석 인사를 전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태풍과 수해 피해를 입은 분들께서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희생과 헌신으로 일하며 우리 사회에 등불이 되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보냅니다”라고 전했다. [연합]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자 ‘최악의 진흙탕 네거티브전’이란 평가가 나왔던 지난 대통령 선거의 후유증일까.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간 ‘전쟁’이 다시 시작됐다.

흡사 대선 연장전을 방불케 할 만큼 양측 프레임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야당은 이 대표 관련 수사를 윤 대통령의 ‘정치 보복’이자 ‘야당 탄압’으로 규정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고, 여당은 ‘범죄와의 전쟁’이라고 맞받았다.

대선 때와 마찬가지로 배우자들의 이름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다. 검찰, 조사, 소환, 기소, 특검 등의 단어와 함께다. 대선 직전이던 지난 2월 설 명절과 마찬가지로 이번 추석에도 밥상머리 최대 화제는 ‘어게인 윤석열 대 이재명’이 됐다는 분석이다.

▶檢,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이재명 기소…李 “아마추어 보복정치”=검찰은 지난 8일 제 20대 대선 과정에서 허위 발언을 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이재명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공소시효 만료 하루 전날이었다.

이 대표는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지난해 12월 22일 방송 인터뷰에서 대장동 개발 사업 관련자인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에 대해 “하위 직원이라 시장 재직 때는 알지 못했다”는 등의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를 받는다.

이 대표는 2018년 경기도지사 당선 후 선거법 소송이 시작된 뒤에야 대장동 사업 내용을 잘 아는 실무자로부터 김 전 처장을 소개받아 알게 됐다고 혐의를 부인했지만 검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김 전 처장의 휴대전화와 노트북,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진술, 유가족이 공개한 사진, 육성 녹음 자료, 관련자 등의 증언을 토대로 이 대표가 대장동 사업을 추진한 성남시장 재직 당시뿐 아니라 변호사 시절부터 김 전 처장을 알고 있었다고 봤다.

지난 2009년 김 전 처장이 휴대전화에 이 대표를 ‘이재명 변호사’로 저장했다는 점, 성남시장 시절인 2015년 호주·뉴질랜드 출장에 함께 하면서 두 사람이 공식 일정에서 빠져 골프를 쳤다는 점 등을 확인했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등 지도부가 8일 오전 추석 명절을 앞두고 서울 용산구 용산역을 찾아 귀성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

또 이 대표가 성남시장실에서 김 전 처장으로부터 대장동 개발 사업이나 제1공단 공원화 사업과 관련한 대면보고를 여러 차례 받은 점도 확인했다. 결국 대선 당시 김 전 처장이 사망하자 이 대표가 자신과의 관련성을 차단할 의도로 거짓말을 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이 대표의 ‘백현동 특혜 의혹’ 관련 발언도 허위라고 보고 함께 기소했다. 만약 이 대표가 재판에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공직선거법과 국회법에 따라 의원직을 상실하게 되고, 5년간 피선거권도 제한돼 차기 대선에 출마할 길이 막히게 된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검찰이 자신을 기소한 것과 관련해 “권력으로 상대의 먼지를 털고, 발목잡기로 반사이익을 노리는 정치는 국민의 외면을 받을 것”이라며 “검찰의 억지기소에는 늘 그래왔듯 사필귀정을 믿고, 국민과 사법부를 믿으며 국민의 충직한 일꾼으로서 민생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윤석열 정부의 세제 방향과 외교 정책 등을 지적하며 “이제 아마추어 보복정치는 중단하고, 민생경제위기 극복에 힘을 모을 때다. 민생에는 여야도 없고 정쟁도 없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배우자 김혜경 씨가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달 2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

이 대표뿐 아니라 부인 김혜경 씨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사건으로 아직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같은 날 전 경기도청 공무원 배모 씨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는데, 공범으로 함께 수사 중인 김혜경 씨에 대한 기소 여부는 추후 결론 낼 예정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두 사람의 업무상 배임 혐의는 공소시효 제약이 크지 않은 만큼 관련 수사를 계속 이어갈 방침이다.

▶野, 尹대통령 고발하고, 김건희 특검법 당론 발의로 ‘맞불’=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고발’과 ‘김건희 여사 특검’ 카드로 반격하며 맞불을 놓은 상태다. 민심을 좌우할 추석 밥상머리에 ‘이재명 사법리스크’만이 오르게 되는 상황을 막는 차원으로 해석됐다.

민주당은 지난 7일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허위경력 기재 의혹 등을 규명할 특별검사(특검) 임명 법안을 당론 발의했다. 검·경 등 수사기관이 사실상 진상 규명에 손을 놓고 있다고 주장하며, 특검으로라도 의혹의 해소를 바라는 국민 여론이 숙성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가 7일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친 뒤 '김건희 특검법' 발의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

앞서 지난 5일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윤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부인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혐의를 두고 ‘김 여사가 주가 조작범과 절연했다’고 한 것이 허위라는 것이다.

공소시효가 임박한데다 현직 대통령은 재직 중 불소추 특권으로 퇴임 후 수사가 가능해 당장의 실효성은 떨어지지만 이 대표 수사에 대해 정치적 맞불을 놓는 성격으로 해석된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5년 후에도 수사를 할 수 있는 것이므로 정치적이자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17일엔 대통령 집무실 및 사적채용 의혹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다만 ‘김건희 특검법’과 관련해서는 당내에서조차 회의론이 나온다. 입법의 핵심 관문인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위원장을 국민의힘이 맡고 있어 처리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민주당 내 비주류 소신파 조응천 의원은 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역대 특검을 보시면 어느 한 쪽이 주장해서 성사된 적이 없고 다 여야 합의로 처리가 됐다”며 “이번 추석 밥상에 이재명 혹은 김혜경이라는 이름만 올라가는 게 우리 당으로서는 부담스럽기 때문에 윤석열·김건희의 이름도 함께 올라가는 그런 효과를 보기 위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이어 “정말 국민들로서는 이번 추석 밥상이 참 짜증스러울 것 같다”며 “대선 연장 3라운드가 돼가지고 역대급 비호감 대선의 찝찝한 마음을 그 기분을 계속 느껴야 한다. 대장동·백현동·성남FC·도이치모터스·코바나컨텐츠 이런 얘기가 계속 나올 거 아니냐”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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