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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돈 부족해 대출받았다”…20대 소액대출 급증에 ‘청년 빚쟁이’ 우려도
300만원 이하 소액대출 취급하는 비상금대출
소득이나 직장 가입 여부 상관없어 20대에 인기
20대 채무 불이행자 넷 중 하나는 채무 500만원 이하
“금융문제의 기폭제 될 수 있어”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취업준비생 김모(27)씨는 최근 시중은행의 비상금대출 상품을 통해 총 300만원을 대출받았다. 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생활비가 바닥났기 때문이다. 김씨는 “직장이 없어도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광고를 보고 휴대폰으로 대출을 신청했다”며 “내년 중순에 만기가 돌아오는데 그때까지 취직을 할 수 있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최근 은행권 ‘비상금대출’이 20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비상금대출은 300만원 이하 소액대출을 취급하는 상품으로 여타 상품에 비해 조건이 까다롭지 않다. 이에 20대 비상금대출 잔액은 연일 증가하고 있다.

서울 시내 한 은행의 대출 광고 현수막.[연합]

8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 4곳(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20대 ‘비상금대출’ 잔액은 지난 6월말 기준 992억원으로, 집계가 시작된 2020년 9월말 353억원에서 약 600억원이 증가했다. 또 전년 동기(687억원)에 비해서는 약 44%포인트가 증가하는 등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비상금대출은 300만원 이하 소액대출인 탓에 직장 가입 여부나 소득 등 일반적인 조건을 내세우지 않는다. 시중은행의 비상금대출 상품은 보험증권 발급 가능 여부, 통신 납부내역 등을 통해 비상금대출을 심사한다. 이에 소득이나 직장이 없는 경우가 많은 20대도 손쉽게 대출이 가능하다. 최근 한 인터넷전문은행에서 비상금대출을 받았다는 A씨는 “용돈이 부족하던 차에 소득이 없는 대학생도 대출이 가능하다고 해 6%의 금리로 200만원을 대출 받았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한 은행의 창구 모습.[연합]

문제는 이처럼 손쉬운 소액 대출이 ‘청년 빚쟁이’를 양산할 수 있단 점이다. 20대 채무 불이행자 상당수는 500만원 이하의 비교적 적은 빚을 진 것으로 나타났지만, 전문가들은 이른 나이의 소액 채무가 여타 금융 문제를 만들어내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액대출의 경우 다중 채무자나 신용 조건이 비교적 나쁜 20대가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위험 요소가 충분하다”며 “금액 자체가 적다 하더라도 또 다른 금융문제를 만들어내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채무 상환 능력에 따라 재정적 지원이나 대환 정책을 검토해 위기 상황을 방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20대의 소액대출이 청년층의 채무 불이행을 확산시키고 있음은 숫자로도 증명된다. 지난 4일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신용정보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대 금융채무 불이행자 8만4300명 중 41.8%(3만5200명)가 500만원 이하 대출금을 갚지 못해 채무 불이행자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5000만원을 초과하는 대출금을 갚지 못한 20대는 5%에 불과했다.

20대 개인회생 신청자도 전체 추세와는 다르게 늘고 있다. 진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전체 연령대의 월평균 개인회생 신청 건수 매년 줄어든 반면 20대 월평균 개인회생 신청자는 2019년 859명, 2020년 926명, 2021년 992명, 2022년 1048명(1~5월)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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