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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통’ 신념으로 2030 홀렸다…싱가포르까지 날아간 '표문 막걸리' [언박싱]
서울 성수동 한강주조…우리술 자부심 지켜
새벽 5시 고된 작업에도 양조장서 일하는 2030
막걸리 소비 지형도 변화…전통주 막걸리 소비↑
한국 넘어 세계까지 넘보는 전통주
지난 7일 고성용(40) 한강주조 대표가 사무실에서 나루 생막걸리를 소개하고 있다. [신주희 기자 /joohee@heraldcorp.com]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추석을 앞두고 지난 7일 오전 10시에 찾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 한강주조 양조장. 거대한 솥에서 김이 새어나오는 이 곳은 막걸리를 빚는 작업이 한창이다. 제법 선선한 날씨에도 밥솥의 열기로 인해 양조장은 찜통을 방불케했다. 밥 짓는 냄새로 가득한 구역을 지나 다른 쪽에서는 젊은 직원들이 발효된 술에서 술지게미를 걸러내고 있었다. 거대한 탱크를 열자 누런 밥알이 떠 있는 막걸리가 보였다. 톡 쏘는 알코올 냄새와 고소한 냄새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한강주조 막걸리는 서울의 특산물 경복궁쌀로 빚은 ‘나루 생막걸리’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곰표 브랜드와 컬래버한 ‘표문 막걸리’로 2030세대 사이에서 전통 막걸리 신드롬을 일으켰다.

지난 7일 오전 한강주조 직원들이 막걸리 병입 작업에 한창이다. [신주희 기자 /joohee@heraldcorp.com]

한강주조의 대표 고성용(40) 씨도 2030세대의 전통주에 대한 사명감과 애정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고 대표는 “직원들이 대부분 20~30대 초반인데 고된 일인데도 불구하고 열정이 정말 대단하다”며 “지인이 아니라 모두 지원한 분들이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일부 지원자들은 한강주조에 채용 계획이 있냐고 직접 문의를 할 만큼 애정이 남달랐다고 한다.

한강주조의 양조장은 새벽 5시면 불이 켜진다. 직원들은 하루는 쌀을 세척해 물에 불리고 고두밥을 짓는 것으로 시작된다. 하루에 짓는 밥 양만 400~500㎏에 달한다. 오전 10시 30분께 밥이 다 되면 솥뚜껑을 열고 쌀을 삽으로 퍼서 식히는 작업까지 이어진다. 다 된 밥을 탱크에 넣고 발효제를 넣으면 비로소 발효의 시간이 시작된다. 이렇게 한달 동안 생산된 막걸리 양은 4만5000~5만병, 약 3만5000ℓ 정도다.

고 대표 역시 ‘전통주’에 대한 애정으로 사업에 뛰어 들었다. 주얼리 회사에서 브랜드 마케터로 일했던 고 대표는 퇴사 이후 성수동에서 카페를 운영했다. 그러다 같은 회사의 술친구던 이상욱 이사와 술을 마시다가 전통주에 입문하게 됐다.

일주일간 발효된 막걸리의 모습 [신주희 기자 /joohee@heraldcorp.com]

오늘날 2030세대는 획일적인 술맛 대신 특별하고 의미 있는 술로 눈 돌리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막걸리의 소비 지형도 변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2019년부터 일반 막걸리는 출고량이 감소한 데에 비해 전통주 막걸리는 출고량이 증가했다.

지난 6월 국세청이 발표한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2021년 막걸리(탁주) 출고량은 36만3132㎘로 2020년 37만9976㎘ 비해 약 4% 감소했다. 전체 주류에서의 비중은 약 11.71% 수준이다.

반면 민속주와 지역특산주 등 전통주 막걸리 출고량은 지속적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전통주 막걸리의 출고량은 2021년 9842㎘로 2020년의 6928㎘ 대비 42.08% 증가했다. 출고금액 기준으로는 181억 원에서 315억 원으로 74.03% 증가했다.

현행 주세법상 전통주는 국가가 지정한 장인 혹은 식품 명인이 만들거나 지역 농민이 지역 농산물로 만든 술을 뜻한다. 이 때문에 일반적인 시중 막걸리는 전통주가 아닌 일반 막걸리로 분류된다. 한강 주조의 막걸리와 같은 전통 막걸리는 국세통계도 따로 분류된다.

전통 막걸리는 이제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노리고 있다. 발효된 술로 유통기한이 짧은 막걸리의 특성상 수출이 쉽지만은 않지만 고 대표는 이달 싱가포르에 ‘표문막걸리’와 ‘나루 생막걸리’ 수출에 성공했다. 맛을 유지하기 위해 고온 살균하는 대신 냉동 컨테이너에 막걸리를 냉동시켜 유통했다.

고 대표는 “현지 시장 반응을 테스트하는 일이 남았다”면서도 “막걸리뿐 아니라 전통 증류주도 개발해 수출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강주조는 경기도 포천에 제2 양조장 신축 중이다. 이곳에서는 막걸리 이외에도 전통 증류주를 개발할 계획이다.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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