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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시사] 선진국 아닌 한국경제 ‘쌍둥이 적자’ 구조화되나

‘쌍둥이 적자’는 1980년대 미국 로널드 레이건 정부 이래 미국에서 발생한 무역적자와 재정적자의 누적을 일컫는다. 쌍둥이 적자를 수지 개념으로 해석하면 ‘미국 국민들이 내는 세금 이상으로 미국 정부가 지출을 했고, 한편으론 미국 국민들이 자국 재화와 서비스를 수출한 것 이상으로 외국 재화와 서비스를 수입했다’는 것이다.

쌍둥이 적자는 미국의 구조적 문제로 지적되어 왔지만 당사자인 미국은 쌍둥이 적자에 괘념치 않는다. 미국이 기축통화국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무역수지 적자라야 전세계에 그만큼 달러가 공급된다.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충분치 못하면 전 세계는 달러 가뭄을 겪어야 한다. 한편 미국은 국채를 발행하거나 달러를 찍어내 부족한 재원을 보전해 왔다. 그렇게 풀린 미국 국채와 달러는 여타 국가의 외환보유액으로 흡수되었다. 하지만 기축통화국이 아닌 경우 쌍둥이 적자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최근 한국 경제에 쌍둥이 적자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재정적자는 문재인 정부 들어 방만한 퍼주기식 정부 지출 증가로 이미 구조화되었다. 국가부채는 2022년에 1000조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무역적자는 초유의 사태로 그만큼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9월 1일 기준 올 무역적자액은 94억7000만달러(약 13조원)로, 무역수지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56년 이후 66년 만에 최대치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원유·가스·식량 등 수입 증가는 불기피하지만 일시적일 수 있다. 하지만 달러 대비 원화가치 하락으로 인한 원화 표시 수입가격 인상은 무역적자의 구조적 요인이다. 원화강세 전환은 용이하지 않다.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수출이 26개월 만에 꺾인 것도 충격적이다. 반도체 수출은 글로벌 수요 약화와 반도체 단가 하락으로 지난해 8월 대비 7.8% 감소한 107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그동안 부동의 수출 비중 1위를 차지하는 최대 교역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도 넉 달 연속 줄었다.

대중(對中) 무역수지 적자 확대는 중국의 봉쇄 장기화에 따른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올해는 한중 수교 30주년 되는 해다. 201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한국은 전형적으로 기술 경쟁력의 미국·일본과 가격 경쟁력의 중국 사이의 넛크래커(한 나라가 선진국보다는 기술과 품질 경쟁에서, 후발 개발도상국에 비해서는 가격 경쟁에서 밀리는 현상)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2020년대 들어서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한국과학기술평가원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과의 반도체 공정·설계기술 격차는 2010년 4년에서 2020년 0.5년으로 단축됐다. 그동안 한국과 중국 간의 무역 패턴은 중국이 한국산 중간재 등을 수입 가공해 미국에 수출하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중국은 한국과의 수직적 분업관계를 끝내고 수평적 경쟁 시대를 열었다. 이는 한국에서 수입하던 중간재 대부분을 직접 생산하고 한국의 중국산 중간재 수입 비중이 크게 높아진 데서 알 수 있다. 중국산 소부장의 비중이 2022년 29,5%에 이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중국과의 초격차 전략 유지가 관건이다. 그렇지 못하면 대(對)중국 무역수지 적자는 구조화될 수도 있다. 그동안 상수로 여겨졌던 대중국 무역수지 흑자가 적자로 반전되면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적자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

한국 경제에 쌍둥이 적자는 일단 빠지면 나오기 어려운 함정이다. 재정적자에서 벗어나려면 재정규율을 확립해 불요불급한 지출을 자제하고 타성화된 ‘국가에의 의존’을 불식시켜야 한다. 무역수지 적자가 구조화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산업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노동에 경도된 정책을 바로잡아야 하며 규제 혁신은 당위다.

중국의 국가 주도 기술굴기에 대응하려면 기술 주권 확보를 위한 민관 컨트롤타워를 세우고 민간 주도의 국가 혁신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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