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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칼럼] 누가 출산 강요할 수있나

‘인구절벽’이라는 용어를 접한 지 벌써 수년이 지났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 심각성은 더해만 간다. 사회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머리 맞대고 저출산대책을 세워왔음에도 가장 큰 미래 사회문제는 여전히 ‘저출산’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많을 것이다.

특히 OECD 국가 중 가장 아이를 적게 낳는 것이 몇 해째 공식화된 우리나라는 과연 무엇 때문에 이러한 저출산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일까.

솔직히 고백하건대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저출산이라는 문제를 좀 더 현실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됐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아이의 연령이 올라갈수록 개인으로서의 극히 주관적인 생각과 사회구성원으로서의 당위가 충돌하는 경우를 많이 겪는다. 저출산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아이를 많이 낳아야 한다는 당위와 내 아이 키워보니 만만치 않은 현실을 경험하고 아이를 둘, 셋 낳으라고 강요할 수 없는 현실과의 충돌이다. 나아가 굳이 결혼이라는 것을 반드시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 또한 마음 한쪽에 자리 잡으면서 지인에게 결혼을 강요하기도 쉽지 않다. 때가 되면 반드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아야 한다는 것을 ‘사회구성원으로서 의무’로 강요한다는 것은 현실을 외면한 ‘솔직하지 못한 것’이라는 복잡한 자기반성을 수반한다.

과연 이러한 현실적 문제는 정책의 진화와 함께 자연스럽게 극복될 수 있을 것인가. 그간 수많은 연구결과들은 다양한 관점에서 저출산 해결 방안에 대해 제시했다. 필자도 남편이 자녀양육에 참여하는 비중이 클수록 결혼에 대한 만족도가 증가하고, 이는 자녀를 낳고자 하는 출산 의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엄마, 아빠 모두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결혼생활이 즐겁게 다가오고 아이를 낳을 만하다고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조건 돈을 준다고 해서 아빠의 육아 참여가 늘어나게 될 것인가에 대해 한 번쯤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다. 육아에 필요한 비용을 보조하는 것이 어느 정도 육아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 경제적인 비용을 무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관련 혜택을 누릴 때는 내 아이를 낳아 키우는 데에 국가가 관심을 기울여준다는 것 자체만으로 힘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 낳아서 키우면 국가가 돈을 주니 아이를 한 명 더 낳아도 괜찮겠어’라는 생각을 하게 될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그 돈의 상한은 어느 정도이어야 할 것인가. 이러한 생각이 꼬리를 물면 우리는 절대로 저출산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다른 여러 변인이 있고, 인구구성적 측면에서 단편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상당히 무리겠지만 최근에 방문한 미국 생활을 통해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아이를 키우는 데에 있어 ‘시간의 확보와 사회적 배려’의 중요성이다. 일하고 돌아온 아빠가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만큼의 근로시간, 가족구성원이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사회적 인프라와 사회적 분위기, 그리고 모든 생활에 있어 아동에 대한 우선적 배려 등은 ‘돈’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중요한 자산이다. 우리는 그동안 얼마나 아이가 있는 가정에 대해 사회적으로 배려해왔고 하고 있는지, 가족구성원과 보내는 시간의 중요성을 모두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반성하고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일상에서 습관이 돼 나도 모르게 우리는 중요한 해답을 놓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윤진 서원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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