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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 유독 힘든 韓경제...尹정부, 잘 하는 게 맞나

“경제를 살리겠습니다”

대통령 선거 때마다 후보들이 외치는 말이다. 경제가 좋아지려면 소득은 늘고 물가는 안정적이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무역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개방경제 구조다. 세계적 흐름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그럼에도 정부가 어떤 정책을 마련하고 시행하는 지는 중요하다. 이는 상대적 성적표로 나타난다.

그래서 전쟁이 난 유럽이나, 긴축을 주도하는 미국, 장기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일본 등과 비교해봤다. 원화가치 하락폭은 너무 깊고, 금리 상승세는 아찔할 정도로 가파르다. 경기가 침체국면 진입의 벼랑 끝에 몰리면서 증시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부진한 모습이다. 뭐 하나 나아 보이는 게 없다.

올해 가장 큰 사건 두 개를 꼽으면 단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이다. 전쟁 전후, 미국의 공격적 양적축소 이후 경제의 양상이 크게 변했다. 그런데 전쟁의 직접적 영향권인 유럽이나, 긴축의 진앙지인 미국 보다 우리 경제가 더 불안한 양상이다.

러·우 전쟁 이후 통화가치 하락폭은 일본 엔화 17.24%, 유로화 11.76%다. 이 기간 원화는 10.24% 하락해 위안화(7.69%) 보다 더 큰 변동성을 보였다. 한국은행은 미국보다 먼저인 지난해부터 긴축에 나섰고, 중국과 일본은 금리를 동결하거나 내렸다.

연준이 ‘빅스텝’(0.5%포인트)을 밟은 5월 이후는 윤석열 정부 출범 시기와 거의 겹친다. 5월 이후 환율 변동폭을 보면 원화는 5.89% 하락, 유로화(4.88%) 보다 더 가치가 떨어졌다. 통화가치 하락은 우리 경제에 대한 대외적인 평가절하를 반영한다. 국민들은 더 높은 물가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금리 움직임 역시 더 불안하다. 5월 이후 우리나라 국채 금리 상승폭은 미국을 크게 앞선다. 경기를 둔화를 반영하는 10년 만기물 금리 상승폭은 우리나라가 15.47%로 미국(8.78%)의 두 배에 가까웠다. 은행 대출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금리와 밀접한 5년 만기 만기물 상승폭도 우리가 19.86%으로 미국보다 월등하다. 연준의 기준금리 기대치(3.5% 이상)가 한국은행(3.0%) 보다 높아지며 1년 만기물에서만 미국채 금리 상승폭이 우리보다 컸다. 초저금리로 빚이 잔뜩 불어난 상황은 한미가 같다. 차입축소와 자산가격 하락 국면에서 금리가 더 많이 오를수록 경제의 고통지수도 높아진다.

올 들어 8월까지 주요국 주가지수 낙폭은을 코스피가 전쟁 지역을 반영한 유로스톡50과 같은 18%대로 17% 떨어진 S&P500(17%)나 4% 하락에 그친 니케이225(3.96%) 보다 상처가 더 깊다. 경기를 나타내는 장단기 금리차(10년 금리-3년 금리)를 보면 미국은 지난 2월 이후 ‘침체’를 나타내는 마이너스 국면이다. 우리나라는 미국 정도는 아니지만 지난 5월 0.1%포인트 아래로 떨어졌다. 2019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 달에는 0.058%포인트까지 추락했다. 최근 단기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이달 중 마이너스 진입 가능성이 크다.

현재 여당은 대선 때인 연초부터 증시 개선을 약속했다. 집권 후 내놓은 시장대책은 거의 없다. 공매도 한시제한 조치 요구는 수용하지 않았고, 지배구조 개선 노력도 미지근했다. 자금시장 경색에도 이렇다 할 유동성 대책은 없었다. 기업들은 미국 등 해외를 중심으로 한 투자계획만 발표했다. 통화정책으로 경기부양을 할 수 없는 상황인데, 정부는 재정지출 확대 대신 재정건전성을 강화하는 내년도 예산안을 내놨다. 야당이 국회 과반의석을 가진 상황에서 여권의 내홍이 깊어지면서 정부 정책의 입법화도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금 정부가 경제를 잘 한다고 하기는 정말 어려워 보인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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