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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연예톡톡]'0.9→17.5%' 기적의 시청률…왜 '우영우'에 열광했나
“제 삶은 이상하고 별나지만 가치 있고 아름답습니다”
18일 종영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남긴 것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 기러기, 토마토, 별똥별, 인도인, 우영우.”

법정 안팎에서 사회 통념과 편견, 차별을 정면으로 맞서 통쾌하게 뒤집은 우영우 변호사가 작별을 고했다. 18일 종영한 ENA채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연출 유인식, 극본 문지원, 제작 에이스토리·KT스튜디오지니·낭만크루, 이하 ‘우영우’)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화제를 낳으며 다양한 성취를 이뤄냈다. 플랫폼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에도 큰 역할을 했다.

드라마가 1~2회 만에 이렇게 화제성을 집중시킨 케이스는 실로 오래간만이다. ‘우영우’는 방송이 나간 첫주 만에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으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CNN 비즈니스는 ‘우영우’를 두고 ‘제2의 오징어 게임’이라고 평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우영우’는 자폐인 변호사 우영우(박은빈 분)의 성장과 법정드라마의 다양한 에피소드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싹쓸이하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우리의 일상에서 보고 듣고 경험할법한 현실적인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법정물의 짜릿한 묘미와 휴먼물의 따스한 공감을 아우르며 호평을 이끌었다. 특히 우영우의 대형 로펌 생존기는 유쾌한 웃음, 따뜻한 감동, 특별한 설렘을 선사하며 시청자들의 인생 힐링 드라마로 등극했다.

가히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1회 시청률 0.9%로 출발한 ‘우영우’는 9회 15.8%의 시청률을 달성했다. 9회 만에 시청률이 20배에 육박할 정도로 상승한 드라마는 없었다. 마지막 회인 16회는 전국 17.5%, 수도권 19.2%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시청률을 경신했다. 또한 글로벌 OTT 플랫폼에서 TV 비영어 부문 가장 많이 본 콘텐츠 1위(넷플릭스 기준)를 기록하며 세계적인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최초의 장애여성 원톱 드라마, 폭발적 신드롬

2014년 노희경 작가의 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가 주인공으로 정신분열증을 앓는 추리소설작가 장재열(조인성 분)을 내세워 호평받은 적이 있지만 ‘우영우’는 최초의 장애여성 원톱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장애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뿐만 아니라 성소수자, 탈북민,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를 조명했다. 통쾌하고 진중하게 차별과 공정을 이야기하며 관심을 환기했다. 정답이 아닌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는 방식에도 호응이 쏟아졌다. 재미는 물론 의미와 메시지까지 놓치지 않으며 웰메이드 휴먼 법정물을 빚어냈다.

이 과정에서 편견을 깨부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우영우는 다양한 사람과 어울리며 성장해나가 큰 감동을 안겼다. 세상을 바라보는 우영우의 시선은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지점까지 일깨우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제 삶은 이상하고 별나지만 가치 있고 아름답습니다”라는 우영우의 마지막 대사처럼 ‘보통 변호사가 아닌’ 그의 특별한 도전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우영우는 “길 잃은 외뿔고래가 흰고래 무리에 속해 함께 사는 모습을 다큐에서 본 적이 있다. 저는 외뿔고래와 같다”고 스스로를 정의했다. 결국 법무법인 한바다의 정규직 변호사가 된 우영우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뿌듯함”이라고 결론 지었다. 우영우가 사랑하는 ‘고래처럼’ 더 크고 넓은 세상을 유영해 나갈 우영우의 엔딩은 진한 여운을 남겼다.

천재 자폐 판타지 논란 있었지만 균형감 갖춰

물론 천재 자폐 판타지라는 논란도 있었다. “저런 자폐인이 어디 있냐”라면서 현실은 냉정하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문지원 작가는 에피소드마다 철저한 취재를 통해 촘촘한 구성을 만들어냈다. 특히 3화 ‘펭수로 하겠습니다’ 편을 통해 자폐인끼리도 서로 이해 못할 정도로 차이가 많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이는 발달장애에 대한 인식을 좀 더 정확히 하는 데에 기여했다.

자폐인 우영우가 성장하는 데에는 주변인과의 팀플레이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최고의 남자친구 이준호(강태오 분), 유니콘 멘토 정명석(강기영 분), 부러울 정도의 친구인 ‘봄날의 햇살’ 최수연(하윤경 분), ‘권모술수’를 부렸다가 결국 우영우를 이해하게 되는 권민우(주종혁 분) 등의 도움은 중요하다. 하지만 참된 어른의 표상을 보여준 정명석 같은 선배만 있는 게 아니다. 아부하고 위만 바라보고 후배의 공은 가로채가는 장승준(최대훈 분)도 등장시켜 리얼리티를 높였다.

신생 채널 ENA서 시청률 10% 돌파 '초대박'

‘우영우’는 신생 채널인 ENA에 편성되고서도 시청률 고공 행진을 펼쳤다. 물론 라이선싱 플랫폼으로 넷플릭스를 택해 해외로의 파급효과가 컸지만 지상파나 케이블이 아닌 신생 채널에서 15%대의 시청률을 찍었다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덕분에 제작사인 에이스토리는 방영 2주 만에 주가가 2배 넘게 치솟기도 했고, 그후에도 상승세다.

사람들은 이제 좋은 콘텐츠는 찾아다니면서 본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제작사는 이런 시청자 트렌드에 철저하게 부응했다. 에이스토리 이상백 대표는 “어떤 플랫폼에 편성할 것인가, 누가 캐스팅됐는가보다 더 우선해 보는 게 작품의 완성도, 탄탄한 대본”이라면서 “대본이 잘돼 있지 않으면 다른 게 아무리 좋아도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플랫폼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도 큰 역할

‘우영우’는 제작과 저작권 측면에서 의미 있는 모델을 만들었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는 제작비를 조금 많이 주는 대신 저작권을 모두 가져가버린다. 저작권이 없으면 콘텐츠를 크게 성공시키고도 제작비를 받은 것 외에는 후속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

‘오징어 게임’의 저작권은 넷플릭스가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우영우’는 첫 번째 채널로 신생 방송국 ENA를 택하고, 해외 전송 OTT는 넷플릭스와 계약해 이 전례를 피해 갔다. 넷플릭스에 ‘우영우’는 오리지널 시리즈가 아니라 라이선스 콘텐츠가 된 것이다.

‘우영우’의 IP(지식재산권)를 제작사인 에이스토리가 모두 가져가는 선례를 만들었다는 것은 큰 의미를 담고 있다. 콘텐츠산업은 IP 비즈니스라고도 하는데 이런 구조라야 진정한 IP 비즈니스를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에이스토리는 ‘우영우’에 대해 미국에서 제안한 리메이크 요청은 물론이고 시즌 2, 뮤지컬, 웹툰화 모두 자신이 판권을 지니고 주도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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