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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익 1위 한투, 전산 ‘먹통’...투자자 ‘분통’
15시간 HTS·MTS마비 ‘초유 사태’
정상화는 됐지만 원인은 몰라
투자자가 피해사실 입증해야
IT 투자 인색...업계 공통관행

한국투자증권의 홈·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HTS·MTS)이 전산장애로 인해 15시간 넘게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유례를 찾기 힘든 장시간 투자시스템 마비 사태로 인해 투자자들의 분노가 어느 때보다 높아진 가운데 해마다 반복되는 증권업계의 전산장애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9일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부터 접속이 전면 중단된 한국투자증권 HTS·MTS와 홈페이지는 이날 오전 7시 15분이 되어서야 정상화가 이뤄졌다.

이번 사태는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 건물 지하에 있는 전산기계실의 전원에 합선(쇼트)가 발생하면서 서버에 전기를 공급하는 전원이 끊어지면서 발생했다. 통상 이럴 경우 예비전력이 즉시 가동되지만 당시 예비전력 발전기까지 합선이 되면서 비상사태로 확산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사측 관계자는 “지난 밤 폭우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도 “명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번 사태에 대해 사과문을 발표하고 “장애로 인한 재산상 피해는 절차에 따라 신속히 보상 조치하도록 하겠다”고 공지했다. 아울러 추가적인 보상 방안 등에 대해서도 내부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초유의 사태에 투자자 불만은 극에 달하는 모습이다. 한 개인투자자는 “시간외거래로 주식을 매매하려고 했는데 아예 접속이 전혀 되지 않았다”면서 “(사측에서) 피해 본 사실을 접수하라는 공지가 왔는데, 이럴 경우에는 어떻게 입증해야 하는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일부 주식 커뮤니티에서는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는 상황이다.

증권사 전산장애로 인한 투자자들의 피해도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카카오페에를 비롯해 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에 이어 올해는 LG에너지솔루션까지 주요 대어들의 상장 때도 투자자들이 일시에 몰리면서 대형·중소형 증권사를 가리지 않고 거래시스템 먹통 사태가 지속적으로 일어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20대 증권사 총 민원건수는 6644건으로 전년 동기 1458건 대비 353.6% 증가했다. 특히 민원 유형별로 보면 전체 민원의 92.7%(6128건)이 전산장애 관련 민원이었다. 상품 관련 민원 108건(1.6%), 매매 관련 민원 86건(1.3%), 기타 292건(4.4%) 등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보상 절차와 기준에 대해서는 증권사마다 다르고, 피해를 입은 투자자가 직접 증빙할 자료를 준비해야 한다는 점 등은 피해 보상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금융감독원 전자금융감독규정에 따르면 HTS·MTS 접속장애가 발생하면 증권사별로 피해액을 산정하는 개별 방식을 적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증권사들이 벌어들인 이익 대비 전산 관련 투자가 여전히 미비한 수준인 점도 꾸준히 문제점으로 제기된다. 실제 지난해 국내 59개 증권사의 전산운용비는 666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산운용비는 전산시스템 사후관리와 전산운용 관련 인건비·회선비 등이 포함돼 증권사들의 정보보안 투자 지표로 여겨진다. 2020년 기준 전산운용비 5802억원과 비교해 13% 증가한 기록이지만, 작년 증권업계 전체 당기순이익이 9조941원으로 전년 대비(5조8973억원) 54.2% 급증한 것을 감안하면 여전히 미비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MTS 업그레이드에 대한 증권사들의 무분별한 홍보 경쟁보다는 매년 발생하는 투자자들의 피해를 해결할 수 있도록 명확한 피해 보상 원칙을 마련해야 하고 획기적인 전산 투자 확대가 절실하다”고 꼬집었다. 양대근·윤호 기자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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