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 [신대원의 현장에서]청사·예산·의제 뺏긴 軍…걱정되는 줄사고

아슬아슬하다. 요즘 군을 바라보는 심정이다. 최근 들어 군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육·해·공군을 가리지도 않는다. 먼저 육군에선 지난달 경기도 모부대에서 유효기간이 지난 백신을 훈련병들에게 접종하는 일이 벌어졌다. 간호장교와 간호부사관이 실수로 유효기간이 지난 신증후군출혈열(유행성출혈열) 백신을 훈련병 190명에게 접종했던 것이다. 유행성출열혈 백신은 유효기간이 지나더라도 효과가 떨어질 뿐 통상 위험성이 낮고, 다행히 훈련병들 가운데 이상 반응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공군에선 성추행 피해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이예람 중사가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제15특수임무비행단에서 불과 1년여 만에 또다시 성폭력 사건이 벌어졌다. 가해자 모 준위의 알려진 성폭력 행태는 엽기적이다. 여군 하사 피해자가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어깨와 발을 만지는가 하면, 코로나19 확진 남자 하사와 입을 맞추라고 지시하고 이를 거부하자 가해자의 손등에 남자 하사의 침을 묻혀 피해자에게 핥으라고 강요했다고 한다. 피해자는 결국 강압에 못 이겨 남자 하사가 마시던 음료수를 마셨고 결국 코로나19에 감염됐다.

군의 대응은 이번에도 한심했다.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신고 뒤 가해자의 협박과 회유가 뒤따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군 경찰은 강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확진자 숙소를 간 피해자를 주거침입과 근무기피목적 상해 혐의로 입건하기까지 했다.

해군에선 최영함(4400t급·DDH-Ⅱ)이 3시간 가량 교신이 끊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 5일 최영함이 통신 음영지역에 진입한 뒤 근무자 실수로 교신 수단을 바꾸지 못해 벌어진 일로 파악되고 있다. 심각한 것은 유사시 주요전력으로 운용될 대형 함정이 3시간 가량 통신 두절됐음에도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는 한 달 가까이나 지나서야 보고됐다는 점이다. 김승겸 합참의장 역시 지난주에야 보고받았다.

이쯤 되면 지금까지 대형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를 일이나 군이 가뜩이나 긴 장마와 태풍, 폭염으로 인해 고단한 국민의 짜증을 높이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변명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군 사기가 떨어졌다는 데서 원인을 찾는 시각도 있다. 윤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군 사기 진작을 강조했다. 그러나 용산 대통령실 이전으로 국방부 청사를 내줘야 했고,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에 따라 예산이 삭감됐으며, 한미 연합군사훈련 같은 의제를 다른 ‘스타장관’이 먼저 치고 나오는 경우가 왕왕 벌어지고 있다.

물론 군내 사고는 지난 정부 때도 있었던 일이다. 지난해만 해도 공군 여중사 사망, 청해부대 집단감염, 헤엄 귀순, 부실 급식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줄을 이었다. 다만 청사 이전, 예산 삭감, 의제 주도권 상실 등에 따른 군 안팎의 목소리를 마냥 무시할 일도 아니다. 불만은 경찰과 검찰만의 것이 아니다.

shindw@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