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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륙의 잔치는 끝났다’...기업들 ‘脫중국’ 수출 재편 러시
대중 의존도 낮추고 다른 지역 수출 확대전략 강화
공급망 리스크·中시장 수요둔화
‘세계의 공장’ 매력 지속적 퇴색
자동차, 美·인도네시아 ‘가속’
정유화학·기계는 북미·호주로
‘대국굴기’ 中 리스크 줄이기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반도체 공장 부지 전경.(왼쪽)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 전경. [테일러시 홈페이지·현대차 제공]

국내 기업들이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었던 중국에서 탈피해 판로를 새로 짜고 있다. 코로나19 봉쇄 영향으로 공급망 리스크가 커졌고 성장성 둔화로 중국의 수요마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산업에 걸친 중국의 ‘대국굴기’로 ‘세계의 공장’으로서의 매력도 점차 퇴색해가고 있다. 미국과의 경제안보 동맹 강화 움직임에 기업들의 이 같은 ‘탈중국 러시’가 더욱 가속화될지 주목된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위기감’은 중국에서부터=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은 실적 호조 속에서도 시장 기대치보다 미치지 못했던 대표적 이유로 중국 시장의 어려운 경영환경을 꼽았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장은 컨퍼런스콜에서 “중국 일부 지역의 봉쇄 영향과 공급망 이슈가 지속되면서 어려운 경영환경이 이어졌다”며 “특히 2분기말로 갈수록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 우려가 심화되며 소비자들의 구매심리뿐 아니라 기업들의 투자 심리에도 영향을 미쳐 IT 수요 환경이 빠르게 악화됐다”고 진단했다. 디스플레이 업계 역시 최근 실적 둔화·감소의 원인으로 중국 시장을 언급했다.

이에 따른 해법은 탈중국으로 꼽힌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수출은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이 중국 내 스마트폰, 노트북, PC, TV 등 완제품에 탑재되는 식으로 이뤄진다. 이런 가운데 주 고객사인 델이나 HP 등 해외 기업들이 중국을 벗어나고 있어 부품을 공급하는 국내 기업 입장에서 자연스럽게 중국 이탈로 이어지는 셈이다. 실제 이들 해외 기업들은 중국에 있던 생산기지를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으로 빠르게 이전하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와 LCD 시장의 저가경쟁 등도 국내 기업들이 중국에서 돌아서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추가 투자보다는 축소나 현상 유지일 수밖에 없다. 대신 발걸음은 미국을 향하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 지원법을 통과시키고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를 들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다. SK그룹도 미국에 150억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후공정 공장과 연구개발(R&D) 센터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자동차, 미국·인도네시아로= 현대차·기아도 중국에서 고전하고 있지만 미국 등 타지역에서 활로를 찾았다. 올해 2분기 현대차의 중국 내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60.9% 줄어든 3만7000대에 그쳤지만 북미에서는 6.6%, 유럽에서는 2.9%, 인도에서는 17.7% 판매가 증가했다. 기아도 올해 2분기 중국 판매량은 1만6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49.3% 급감했다.

현대차·기아는 판매량 200만대를 넘봤으나 2017년 사드(THAAD) 사태 이후 매년 감소해 지난해에는 50만대 벽도 깨졌다. 10%가 넘었던 양사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2.7%로 하락했다. 전기차 시장에서도 중국 정부의 보조금 등 막강한 지원과 BYD, 니오, 샤오펑 등 중국 기업들의 저가공세로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양사는 생산과 판매를 보다 안정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신거점 발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조지아주에 6조3000억원을 투자해 전기차 공장과 배터리셀 공장을 짓기로 했으며 주 정부는 2조4000억원에 달하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 현대차는 지난 3월 인도네시아에 완성차 신공장을 준공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를 거점으로 아세안 시장을 적극 공략하기 위해서다. 또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해 인도네시아에 연산 10GWh 규모의 베터리 공장도 짓고 있다.

▶정유화학·기계는 호주·북미서 활로 찾아= 정유화학·건설기계 등도 중국시장에서의 실적 부진을 타지역에서 만회하고 있다. 수출 물량의 대부분을 중국 및 아시아 역내에서 소비하는 정유화학업계에서도 탈중국 현상이 두드러졌다. 국내 정유사들의 최대 수출 대상국은 지난해까지 중국이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중국으로 43억5098만달러 규모의 석유제품을 수출해 중국이 전체 수출액 중 31%를 차지했으나 올해 상반기 수출액은 23억9245만달러(9%)로 크게 줄었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순환유에 소비세를 부과한 데다 올해 상반기에는 상하이 봉쇄 조치가 장기화되면서 중국 내 석유 수요가 급감한 영향이다. 국내 정유업계는 대신 호주로 수출선을 다변화했다. 호주는 지난해 상반기 국내 정유사 석유제품 수입액이 12억9361만달러였으나 올 상반기는 45억3779만달러로 급증하며 중국을 제치고 국내 석유제품 최대 수출국이 됐다.

중국이 최대 시장인 건설기계업계도 북미·유럽 등에서 만회하고 있다. 현대건설기계는 올 2분기 중국 매출액이 전년 대비 63% 감소했으나 북미 시장은 경기 호조세 속 미국 정부의 인프라 투자 확대로 전년 대비 50% 매출이 증가했다. 유럽시장 또한 1분기 발생한 공급 이슈가 해소되면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19% 늘어났다. 특히 인도·브라질의 경우 건설시장 활성화 및 원자재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보다 매출이 87% 급증했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 역시 2분기 중국 시장 건설기계부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1.8% 하락해 이에 따른 대안으로 신흥시장에 판매하는 비중을 늘려 수익 확보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문영규·김지윤·주소현 기자

ygmoon@heraldcorp.com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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