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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 가상자산 자금 편법 해외송금…무법이 불법 부른다
‘김치 프리미엄’ 노린 은밀한 자금
자금세탁규제 강화되자 자금회수
해외전문조직 유력…수사에 한계
증권형코인 자본시장법 적용 필요

가상자산거래소를 거친 천문학적 자금이 편법으로 해외로 송금된 정황이 드러나면서 관련 규제가 급해졌다. 이번 사건에서 자금거래의 핵심 주체는 파악이 어려울 전망이다. 은행과 가상자산거래소 탓으로만 돌리기도 모호하다. 가상자산거래소가 불법 자금거래의 온상이 될 가능성이 확인됐다. 새로운 법령을 만들어질 때까지 제도 공백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본시장법 등 기존 증권 관련 법령 적용이 가능한 분야부터 규제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이 같은 움직임이 뚜렷하다.

▶불법 자금 가능성 커=우리나라 가상자산시장의 특징이 ‘김치프리미엄’이다. 해외에서 코인을 사서 한국에서 파는 차익거래(arbitrage)가 가능하다. 최근 문제가 된 은행들의 해외 ‘이상 송금’은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로부터 이체된 자금이 무역회사 계좌로 모아져 수입대금으로 해외로 나가는 구조다. 차익거래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국내에서는 가상자산 매매차익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무역거래로 둔갑해 해외로 나갔다. 은밀하거나 떳떳하지 못한 자금일 가능성을 키운다.

[금융감독원 제공]

▶단기간 대규모 송금 왜?=지난해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 전에는 가상자산거래소들이 이른바 ‘벌집계좌’를 이용해 원화거래를 할 수 있었다. 벌집계좌에서 투자자의 자산 명세는 은행이 아닌 거래소가 만든 별도의 장부로 관리된다. 본인 여부 식별이 어렵고 불법 거래에 활용될 우려도 크다. 지난해 9월 특금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거래소들의 벌집계좌는 금지됐고 대신 실명계좌만 이용하게 됐다. 올해 3월부터는 ‘트래블 룰’까지 시행되면서 거래 주체들의 정체를 감추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조사해도 처벌은 어려울 수 있어=금융감독원은 외환관리법과 특금법 위반 여부를 살피고 있다. 외환관리법은 은행이 외환거래 관련 신고를 제대로 했는지다. 전문조직이 개입됐을 가능성이 크다. 정교하게 조작되거나 위조된 서류를 이용했다면 은행의 잘못은 ‘고의’보다는 ‘과실’에 가까울 수 있다. 이상 거래를 먼저 신고한 것도 은행들이다. 가상자산거래소는 지난해 9월까지는 특금법상 불법 관련 신고 의무가 없다. 금융실명제법에서 실명거래 확인 의무를 지는 ‘금융회사 등’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무법 생태계…양화 구축하는 악화=금감원이 조사하고 검찰이 수사를 해도 이번 사건의 핵심 주체인 자금 소유자에 대한 처벌은 쉽지 않아 보인다. 가상자산이 불법에 악용될 우려는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번 사건은 그 가능성이 현실로 확인된 대표적 사례다. 실명계좌 확인이나 자금거래 당사자 정보를 기록하는 트래블 룰로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지만 완전하지는 않다. 가상자산은 거액을 개인지갑에 보관할 수 있고, 하드웨어로 이동시킬 수도 있다.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송금도 가능하다.

▶규제 시급…기존 법령 최대한 적용해야=금융위는 최근 뮤직카우의 음악저작권 거래를 증권으로 해석했다. 증권형 코인은 자본시장법으로, 비증권형 코인은 디지털자산 법령을 만들어 규제할 방침이다.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코인베이스에 상장된 9개의 토큰에 증권 관련 법령을 적용할 방침을 밝혔다. 잇따른 코인 관련 사고와 의혹이 가상자산에 증권 관련 법령이 적용될 시기를 앞당기려는 모습이다. 현재 국내 가산자산거래소는 증권형과 비증권형 코인을 모두 다루고 있다. 일단 증권 관련 법령이 적용되면 기존 증권형 코인 거래유지를 위해서라도 가상자산거래소들은 사실상 전체적인 내부 통제 수준을 자본시장법에 맞춰야 한다. 투자자 보호는 물론 불법 거래 예방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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