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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은 세계 6대 새우 수입국…먹을 때마다 죄책감 드는 이유 [지구, 뭐래?]
흰다리새우 [123RF]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소고기보다 새우가 더 나쁘다.”

소고기 소비가 기후 변화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소들이 방귀로 내뿜는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심각한 온실 효과를 가져온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중 축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15%에 달할 정도다.

하지만 소고기보다도 지구에 악독한 식재료가 있으니, 바로 새우다. 막대한 양의 새우가 양식을 통해 생산되는데, 동남아시아나 남미 지역에서 무분별하게 확장되는 새우양식장은 해안 생태계를 보존하는 핵심인 맹그로브숲을 파괴하는 주범으로 꼽힌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지난달 발간한 ‘2022 세계 수산·양식 동향(SOFIA)’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전 세계 양식 산업에서 생산량이 가장 많은 어종은 흰다리새우(whiteleg shrimp)로 확인됐다. 약 580만t이 생산됐는데, 전체 양식 산업(해조류 제외)의 6.6%를 차지했다. 양식과 어획을 합친 수산업 전체를 놓고 봐도 흰다리새우의 생산량이 가장 많았다. 흰다리새우를 포함한 새우류는 전 세계 수산물 교역액의 16%를 차지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새우는 주로 북미, 유럽, 일본 등 고소득 시장 소비자들에 의해 소비됐다. 하지만 중국 등 아시아 신흥 경제국의 경제 수준이 높아지면서 새우 소비자들이 늘어났고, 이에 시장의 성장 속도는 모든 수산업 중 가장 가파른 상황이다.

실제 지난 2010년 이후 2019년까지 글로벌 새우 생산량은 연평균 5%씩 증가해, 9년 만에 약 270만t에서 2019년 420만t으로 56% 늘어났다. 같은 기간 전체 수산업 생산량이 1억4500만t에서 1억8000t으로 약 24%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증가 속도가 2배 가까이 빠르다. 수산업 연구 기관인 GSA(Global Seafood Alliance)는 전 세계 새우 생산량이 2021년과 2022년에도 각각 8.9%, 5.3%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문제는 새우 산업이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점이다. 지난 2012년 미국 오리건대학 연구진은 동남아산 양식 새우 100g이 내뿜는 ‘탄소발자국’이 198㎏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아마존 숲을 벌목해 조성한 농장에서 소를 키워 얻어낸 소고기의 탄소발자국보다 10배 많은 양이다.

새우가 네 개의 위로 되새김질을 하는 소보다도 많은 탄소발자국을 남기는 이유는 새우 양식장을 만드는 과정에서 맹그로브숲이 파괴되고 있기 때문이다. 맹그로브는 주로 열대 및 아열대 지방 해안가에 분포하는 식물로, 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역에 뿌리를 내린다. 육상 열대 우림보다 탄소 저장능력이 3~5배 높아 ‘아시아의 허파’로도 불린다.

태국 팡가 지역 해안을 따라 형성된 맹그로브숲 [123RF]

새우 양식업자들은 천연 영양분이 풍부한 맹그로브 숲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맹그로브숲을 벌목하고 그 위에 새우 양식장을 조성한 것이다. 이렇게 조성된 양식장은 사료와 배설물, 세균 등에 의해 3~4년이면 새우조차 살 수 없는 환경으로 전락하고, 업자들은 또 다른 맹그로브숲을 찾아 나선다. 새우 양식이 열대 우림에 불을 지르는 화전 농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맹그로브 숲 1만㎡는 연간 1472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반면, 1만㎡의 맹그로브 숲이 파괴된 자리에서 생산되는 새우는 0.5t에 불과하다.

인도네시아 자바섬의 해안을 따라 조성된 새우 양식장 [123RF]

우리나라는 새우 양식으로 인한 맹그로브숲 파괴에 얼마나 책임이 있을까. FAO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 중국, 일본, 스페인, 프랑스에 이어 전 세계 새우 수입 규모 6위 국가다. 지난 2020년에만 약 7억3116만달러(약 9500억원) 규모 새우를 수입해 전 세계 새우 교역의 3.2%를 차지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체 수입량의 절반가량(3억3709만달러)을 베트남에서 수입하고 있다. 베트남 입장에선 미국, 일본에 이은 3대 수출 대상국이다.

베트남은 맹그로브 숲을 보유한 전 세계 108개국 중에서도 특히 손실 정도가 심각한 국가로 꼽힌다. 주요 환경단체가 함께 설립한 ‘글로벌맹그로브얼라이언스(GBA)’가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는 “가장 광범위한 손실 중 일부가 동남아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인도네시아(리아우제도, 동·북칼리만탄, 서파푸아), 방글라데시(순다르반), 베트남(메콩강 삼각주), 미얀마(이라와디 삼각주)가 극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고 우려했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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