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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때 그 시절 ‘청춘’의 모습으로…다시 뭉친 송골매
송골매 두 주역 배철수 구창모
40년 만에 밴드 재결합…9월 전국투어
“그때 그 시절로 타임슬립하는 무대”
 
배철수, 송골매 이번 콘서트가 은퇴무대
“내년 미국 투어 후 음악 안 할 것”
밴드 송골매의 배철수, 구창모. [연합]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세상살이 모든 일이 뜻대로야 되겠소만/그런대로 한 세상 이러구러 살아가오” (송골매, ‘세상만사’ 중)

1979년 록 밴드 활주로 출신 배철수를 중심으로 결성된 송골매를 세상에 알린 첫 앨범의 타이틀곡 ‘세상만사’엔 20대 청춘의 허무가 담겼다. 40여년이 지나 후배 밴드 잔나비가 송골매의 이 명곡을 다시 부르자, 배철수가 난데없이 물었다.

“근데 ‘세상만사’는 후렴을 부르며 이상하지 않았어요? 이게 젊은 놈이 할 소리인지. 이제 이 나이가 돼서야 노래를 할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예전에 노래를 들으신 분들 중엔 ‘젊은 놈이 뭔 소리냐’며 꾸짖으셨을 것 같아요. 지금에서야 죄송하다고 사과드립니다.”

밴드 잔나비의 보컬 최정훈이 송골매의 전국 투어 콘서트 '열망(熱望)' 개최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송골매의 '세상만사'를 부르고 있다. [연합]

뒤늦은 사과였다. 송골매는 ‘젊음의 상징’이었다. ‘금기의 시대’에 청바지를 입고 장발을 휘날리던 록밴드는 같은 시대를 살아온 젊은 세대의 우상이자, 우리 대중음악계에 밴드 DNA를 심은 음악 유산이었다.

송골매의 주축이 된 두 멤버 배철수 구창모가 40년 만에 다시 뭉쳤다.

배철수는 6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2022 송골매 전국투어 콘서트 ‘열망’ 제작발표회에서 “오랜만의 재회에 설렘도 있지만 걱정이 크다. 송골매라는 밴드를 향한 기대와 열망에 부응하는 것이 현재의 선결과제다”라고 말했다.

송골매는 1979년 데뷔 이후, 1982년 홍익대 록 밴드 블랙테트라의 구창모와 김정선을 새 멤버로 영입했다.

구창모는 “배철수씨가 1979년 제가 머물던 설악산 오색 약수터 옆의 암자로 다섯 시간이나 걸려 찾아와 ‘음악을 같이 하자’고 했다”며 “음악을 하면서 숙명이라는 단어를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송골매의 노래 중 ‘내 마음의 꽃’과 ‘길지 않은 기간이었네’는 우리가 서로 모르던 시절에 만든 노래인데, 메들리로 붙이니 그렇게 잘 맞을 수가 없었어요. 그게 숙명이고 운명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구창모)

밴드 송골매의 배철수, 구창모 [연합]

이른바 배철수 구창모의 ‘투톱 체계’가 구축된 이후 밴드는 1980년대의 얼굴이 됐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 ‘빗물’, ‘모여라’, ‘모두 다 사랑하리’ 등의 히트곡을 냈다. 특히 1982년 발표된 2집 타이틀곡 ‘어쩌다 마주친 그대’는 당시 KBS ‘가요톱텐’에서 5주간 1위를 차지했다. 2000년대 이후 대학가 힙합 동아리에서 이 곡에 맞춰 춤을 추는 것이 트렌드처럼 번지기도 했다. 송골매는 1990년 9집을 마지막으로 ‘잠정 휴식’에 접어들었다.

1980년대, 복잡다단한 현대사를 관통하던 그 시절, 송골매는 오롯이 ‘청춘’이었다. 배철수는 “그 당시 우리 사회는 굉장히 경직됐고, 힘든 시기였다”며 “송골매는 이전 가요계의 선배들과 달리 무대 위에 청바지를 입고 올라온 최초의 밴드였다. 이전 선배들은 턱시도에 나비넥타이를 입고 무대를 꾸몄다”고 돌아봤다.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 자유롭게 노래하는 우리 모습을 보고 젊은 친구들이 대리만족을 한 게 아닐까 싶어요. 약간의 일탈 느낌을 받았던 게 아닐까요.” (배철수)

구창모 역시 “그때는 장발과 미니스커트를 단속하던 시절이었다”며 “청바지는 젊은이의 상징이라고도 하지만, 사실 우린 무대 의상으로 입을 수 있는 게 청바지밖에 없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방송국에 청바지를 입고 출연했다가 프로그램을 무시한다며 야단 맞은 적도 있어요.” (구창모)

두 사람의 만남은 꽤 오랜 시간 구상됐다. 배철수는 “1990년부터 라디오 DJ를 시작할 땐 음악계에서 은퇴했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며 “5년 정도 DJ를 하고 나니 내겐 음악에 대한 재능이 부족하구나, 음악을 직접 하는 것보다 음악을 소개하는 것이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다 10년 전부터 구창모가 노래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이 굉장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 나이 들기 전에 송골매의 공연을 하자고 했는데 이렇게 빨리 실현될지는 몰랐어요.”(배철수)

그룹 엑소의 수호가 송골매의 전국 투어 콘서트 '열망(熱望)' 개최를 앞두고 송골매의 명곡 '모두 다 사랑하리'를 리메이크 했다. [연합]

다시 뭉친 송골매의 콘서트를 기다리며, 후배 가수들도 힘을 보탰다. 엑소 수호와 그룹사운드 잔나비가 각각 ‘모두 다 사랑하리’와 ‘세상만사’를 리메이크해 발표할 계획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수호는 “엑소의 팀 구호가 ‘사랑하자’다. 저는 사랑하는 것을 너무 좋아하기에 ‘모두 다 사랑한다’는 노래의 박애주의식 표현에 꽂혔다”고 말했다. 잔나비 최정훈은 “밴드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송골매) 선배님들에 대한 동경이 있다”며 “록 음악 불모지에서 우리가 음악을 할 수 있게끔 자리를 만들어주신 선배님을 돕는 것을 영광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 시절에도 록은 주류 장르가 아니었지만, 지금도 마찬가지다. 음악의 흐름은 빠르게 변화했고 지금은 K팝, 힙합의 그늘 뒤에 밴드 음악이 자리한다. 배철수는 아쉬울 법도 하지만, 그 흐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그는 “문화는 흘러가는 강과 같아서 흐르는 대로 내버려 두면 된다. 댐만 쌓지 않으면 된다”며 “문화는 정부가 정책을 펴는 것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전하기도 했다.

송골매는 오는 9월 11~12일 양일간 올림칙공원 케이스포돔(구 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2022 송골매 전국 투어 콘서트 : 열망’을 시작으로 부산, 대구, 광주, 인천에서 오랜 팬들과 만난다. 내년엔 미국 로스앤젤레스, 뉴욕, 애틀랜타까지 일정을 이어간다. 40년 만에 뭉쳤지만, 원년 멤버 모두가 참여하는 공연은 아니다. 배철수 구창모가 주축이 되고 송골매 3기로 참여한 이태윤(조용필과 위대한 탄생 베이스)이 음악감독을 맡아 함께 한다. 이태윤은 송골매의 7, 8, 9집을 함께 했다.

이태윤은 “오랜만에 노래하는 배철수, 구창모 형님의 노래와 연주를 듣고 왜 이제야 공연을 하냐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며 “특히 배철수 형님은 다들 1978~1979년과 똑같다고 입을 모은다. 개성을 살린 보컬 능력이 여전히 건재하다”며 기대를 당부했다.

밴드 송골매의 배철수, 구창모 [연합]

다시 뭉치는 송골매의 무대는 그 시절을 공유한 팬들의 감성까지 되돌릴 것으로 보인다. 온전히 송골매 원형의 모습으로 공연을 진행한다. 편곡도 100% 오리지널 그대로 살려 무대에 올린다.

콘서트의 총연출을 맡은 배철호 감독은 “다시 뭉치는 송골매의 무대는 오리지널리티에 충실”하되 “레트로 감성으로 꾸미면서도 화려하게 발전한 현재의 무대 기술, 성숙한 송골매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구창모는 “20대 때 가졌던 음악에 대한 열정과 열망을 지금 이 시대로 그대로 가져온 무대가 될 것”이라 했고, 배철수는 “송골매를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젊은 시절로 타임머신을 타고 타임슬립을 하는 느낌이 될 것”이라고 했다.

“세상 모든 일은 변하는 것이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게 좀 위험하기는 하죠. 이번 공연까지 마치면 더는 음악은 하지 않으려고 확실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현재까지는요. 최선을 다한다는 건 참 어렵지만, 제가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공연에 오시는 분들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배철수)

배철수의 은퇴 선언에 구창모가 한 마디 보탰다. “음악생활이 거기가 끝이 될까. 그렇게 안 될 거예요.” (구창모) “왜 본인의 진지한 생각을 믿지 않는 거죠?” (배철수) “그건 본인 생각이고요. (웃음)” (구창모)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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