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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리꾼 입과 고수의 손으로 전통 재해석”
‘입과손스튜디오’ 이향하 감독
안데르센 이야기·레미제라블…
동화·고전 등에 판소리 힘 실어
동시대의 시각서 새롭게 창작
해외공연 佛 아티스트 협업도

아카펠라로 시작되는 판소리 동화 ‘안데르센 이야기’, 서양 고전 ‘레미제라블’, 전통 판소리 ‘수궁가’…. 이 땅의 모든 이야기를 토막내 새로운 장단과 운율을 입혔다. 가진 건 ‘입과 손 밖에 없다’더니, 그 입과 손엔 무한한 가능성과 새로움이 있었다.

창작판소리 단체 입과손스튜디오(고수 김홍식 이향하 신승태, 소리꾼 이승희 김소진)는 소위 ‘젊은 판소리’를 지향하며 등장했다.

이향하(사진) 입과손스튜디오 대표는 “ ‘소리꾼의 입’과 ‘고수의 손’이라는 의미를 담아 단체 이름을 지었다”며 “ ‘판소리다움’을 고민하며, 소리꾼과 고수의 시선이 중심이 된 작품을 만들고 싶어 모이게 됐다”고 말했다.

입과손스튜디오의 판소리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다. 2017년 창단 이후, “전통을 새롭게 보는 작업”들을 이어왔다. “동시대의 시각으로 전통을 재해석”한다.

“전통을 오래 학습한 사람으로서 전통이라는 말 안에 너무 많은 것이 포함돼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희가 하는 이 장르조차도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고정돼있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고민은 새로운 길로 나아가게 했다. 판소리를 ‘하나의 장르’로 세우고자 한 고심과 열망이 입과손스튜디오를 통해 구체화됐다. 이 감독은 “판소리에 대한 다양한 작업이 깊어지면서 조금 더 판소리적인 감각을 찾아보고자 하는 욕구가 있었다”고 말했다.

“판소리만이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이 생겨났고, 판소리가 장르로 만들어지려면 결국 중요한 것은 소리꾼과 고수가 가진 정체성이라는 답으로 나아갔고, 판소리를 만드는 법을 만들어가는 시도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입과손스튜디오 멤버들 사이에선 판소리가 전통을 넘어 “셰익스피어와 같은 고전”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새로운 해석’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쌓였다. “멈춰있는 공연 예술이 아닌” 소통하고 진화하는 예술로 존재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두 개의 눈’, 완창판소리, 몽중인 시리즈는 이 작업의 대표적인 결과물이다.

입과손스튜디오의 시도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주목받는다. 최근엔 프랑스 재즈 아티스트 배씨방과 협업하며 공연과 음반을 선보였고, 전 세계에서 다양한 공연을 통해 우리 소리를 세계 무대에 알렸다. 지난 20일엔 벨기에에서 ‘레미제라블’을 판소리화한 ‘구구한 사람들’을 무대에 올렸고, 10월엔 멕시코 세르반티노 축제 무대에 선다.

“세계 무대에서 판소리는 점차 저변이 확대되고 있어요. 한국의 전통예술이 아니라, 고유한 장르로 보는 시각도 커졌고요. 판소리를 세계화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창작활동을 한 적은 없어요. 하지만 판소리라는 장르 자체가 가진 힘을 믿어요. 지금의 시도와 노력이 이어진다면 판소리는 장르 자체로 서게 될 거고, 그것 역시 우리 음악의 세계화의 한 방향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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