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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백운규 영장 기각, 블랙리스트 수사 ‘보복’ 논란 없도록

문재인 정부 초기 임기가 남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장들에게 사퇴를 강요했다는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법원이 백운규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15일 기각했다. 범죄 혐의에 대한 대체적인 소명은 이뤄진 것으로 보이나 일부 혐의는 다툼의 여지가 있고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검찰은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했지만 범죄 혐의는 대체로 인정했다고 보고 백 전 장관의 ‘윗선’, 즉 문재인 정부 청와대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당시 대통령인사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며 실무를 담당했던 민주당 박상혁 의원이 조사 대상에 올라 있다. 대선 후보 시절 집권하면 전 정권에 대한 수사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고 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집권 한 달여 만에 현실이 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앞서 “검찰의 산업부 블랙리스트 수사는 문재인 정권에 대한 보복수사의 시작”이라며 “즉각 중단하지 않으면 대응기구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사직 의사가 없는 사람이 윗선의 압박으로 물러났거나 원하는 인사를 위에서 내리꽂은 경우, 둘 다 직권남용죄가 성립한다는 판례가 이미 나와 있다. 지난 1월 대법원 확정판결이 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은 징역 2년, 신미숙 전 대통령균형인사비서관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은 검찰이 상당한 객관적 증거를 갖고 구속영장을 청구한 만큼 일방적 보복수사로 규정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적폐척결’인지, ‘보복수사’인지는 법원이 가려줄 것이다.

민주당은 정권이 바뀌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칼을 빼든 검찰의 ‘코드수사’를 비난하겠지만 적어도 산업부 블랙리스트 수사에 관한 한 할 말이 없다. 이 사건은 2019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한국전력 자회사 사장들이 정권 차원의 압박에 사표를 냈다는 의혹을 제기한 뒤 백운규 당시 산업부 장관 등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사건을 맡은 곳은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을 기소한 서울동부지검이다. 그런데 김 전 장관 기소 이후 수사팀은 공중 분해되고 친정권 검사들이 포진한 뒤 수사는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3년간 지체된 수사가 이제야 정상화된 것이다.

블랙리스트 사건은 보수·진보정권을 가리지 않고 불거졌다는 점에서 윤석열 정부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전 정부의 기관장 사퇴 압력을 범죄라고 몰아붙이면서 스스로 권익위·방통위원장 사퇴 압박 논란에 휩싸인 것은 모순이다. 현 정부는 법치를 모토로 하고 있다. 기관의 독립성과 기관장 임기를 보장한 법 정신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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