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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 급락장에 대처하는 방법
약세장·불황 진입 불가피
자산가격 하향조정 과정
새로운 국제정세도 중요
긴 호흡으로 반등장 대비

글로벌 증시지표인 미국 S&P500이 13일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며 약세장에 진입했다. 앞서나스닥은 지난 4월 1만3000 선이 무너지며 ‘곰시장(Bear market)’에 들어선 지 이미 오래다. 13일에도 5% 가까이 빠지면서 이제 1만 선도 위태롭게 됐다. 다우존스도 3만 선이 위태로운데 2만9560 선 아래까지 밀리면 역시 약세장이 진입하게 된다. 이날 미국 국채도 7년이 10년을, 3년이 5년을 넘어서는 장·단기 금리 역전이 나타나면서 불황(Recession) 도래를 예고했다.

코로나19 충격이 초래했던 2020년 초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약세장은 꽤 오랜 시간 이어진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517일간에 걸쳐 고점 대비 56.8%가 급락했고, ‘닷컴 버블’ 때는 929일간 49.1%가 빠졌다. 불황과 물가상승이 동시에 나타났던(Stagflation) 1973년과 1980년의 ‘석유파동(Oil shock)’ 때에도 각각 630일, 622일에 걸쳐 48.2%, 27.1%가 하락했었다.

40년 만에 가장 심각한 물가상승이란 점을 고려했을 때 고점 대비 130여일이 지난 이번 약세장이 앞으로 1년 이상 이어질 가능성은 꽤 커 보인다.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경제가 제대로 된 인플레이션을 겪어보지 못한 데다 이번 사태의 핵심에 ‘탈세계화’라는 거대한 흐름의 변화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쉽게 풀어 러시아와 중국 등이 미국 중심의 질서에서 이탈하면서 정치·경제의 단절과 블록화가 진행 중이다. 예전처럼 러시아의 싼 원자재와 중국의 저렴한 인건비에 기대 낮은 물가로 풍족한 물자를 누릴 수 있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뜻이다.

관건은 이런 시장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다. 보통 투자자들은 수익이 커질 때의 기쁨보다는 손실이 커질 때 실망이 크다. 지수로만 보면 2020년 상반기에 ‘용기’ 있게 투자를 시작했다면 아직도 손실보다는 수익 구간에 있을 확률이 크다. 지난해 차익실현을 다 했다면 최선이었지만 투자의 맛을 본 사람의 심리는 쉽게 시장을 떠나기 어렵다. 그래도 지난 2년간 초기 투자금을 까먹지 않았다면 그나마 다행일 수 있다. 이제 관건은 작은 수익이라도 확정 짓고 떠날지, 아니면 버틸지다.

단기간에 시장이 급락할 때는 큰손들의 공매도(short) 포지션의 영향이 크다. 주가가 하락하면 보통의 개인투자자라면 손실만 커지겠지만 쇼트 포지션을 취한 이들은 수익에 플러스가 날 수 있다. 이들이 주식을 파는 이유는 수익을 확정 짓거나 손실을 피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지만 더 싼값에 사서 보유하려는 전략일 수도 있다. 지난해 초 32배가 넘었던 코스피 주가수익비율(PER)은 올 들어 12배로 급락했고, 최근 9배까지 추락했다. 시장 잣대(금리)가 달라졌으니 자산 가격표도 새롭게 붙이는 셈이다.

주가가 하락하면 우량주나 유망주의 값도 싸지는 게 보통이다. 앞으로 더 많이 오를 수 있는 종목이 필요하다. 지금은 보유한 주식이 고금리 국면에서도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을지 살필 때다. 이자 부담은 낮고 원가·비용상승을 소비자가격에 반영시키고도 매출과 이익 성장을 이어갈 기업들이다. 생활에 꼭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독점적 시장 지위를 누리는 기업들이다.

탈세계화 흐름에서도 공급망과 판매망의 효율을 유지할지도 따져봐야 한다. 러시아나 중국에 기대 큰 성장을 해왔다면 이젠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새로운 기술 흐름이나 수요에 대비해 개발과 생산 체계를 갖췄는지가 중요하다. 미래에 대한 준비는 최고경영자(CEO)의 역량과 직결된다.

비관론자는 명성을, 낙관론자들은 수익을 얻는다. 하락장이 있으면 언젠가 반등장도 도래한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행정부는 증시를 되살려야 한다.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 급등을 막는 것은 각국 정부들의 공통된 과제다. 미국은 가계경제 상당 부분이 증시와 연동된다. 물가도 잡아야 하지만 경기를 지나치게 훼손해도 곤란하다. 연방준비제도가 신속하고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과 양적 긴축을 병행하는 이유는 물가 진압 국면을 ‘짧고 굵게’ 마무리해 경기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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