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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종 왕비, 노비 되어 염색·바느질로 살았다..177년 만에 복권
성군 내조의 꿈 스러진 정순왕후의 사릉
숲길 탐방, 천연 쪽빛염색 힐링문화 열었다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세종-문종의 길을 좇아 성군을 길을 걷던 단종은 믿었던 숙부 수양의 쿠데타로 죽음에 내몰린다.

어린 왕비 정순왕후는 졸지에 노비가 되어 82세까지 세조나 왕가의 도움 없이 염색과 바느질로 스스로의 생계를 책임지며 64년의 삶을 살았다.

시어머니 현덕왕후가 수양(세조)의 꿈에 나타나 용서하지 않겠다고 하자, 수양은 관을 꺼내 강가 아무데나 묻었다.

저주가 통한 것일까. 그로부터 180여년 간, 수양은 본인의 길고 긴 질병, 아들 의경세자-예종의 잇따른 요절(1457년)를 당해야 했다.

이후엔 어수선한 왕실 분위기 속에서 ▷손자며느리 윤씨 폐비 파동 ▷증손자이자 윤씨의 아들 연산군의 왕실 가족 살육 ▷연산군의 이복동생이자 연산을 제거하고 쿠데타에 성공한 중종 재위기 외척들 간 싸움에 의한 잦은 환국과 피의 정치 보복 ▷중종 아들 인종의 요절 ▷중종 손자 선조의 국방 포기와 전란 중 도망(몽진) ▷선조 손자 인조의 큰아버지 광해군 상대 쿠데타, 아들 살해 공모 의혹, 외교 실패, 삼전도 굴욕(1637년) 등 내우외환이 이어졌다.

수양은 혼자의 잘못이 아니라고 강변할 지 몰라도, 국정의 비정상화, 왕실의 불안정, 위민정치의 실종, 국방력-경제력의 쇠퇴가 수양의 쿠데타를 기점으로 오래도록 뿌리깊게 이어졌기 때문에, 책임 없다 말 할 처지가 못된다.

사릉 문화행사
사릉

단종의 한 살 연상녀인 정순왕후는 죽을 때까지 복권되지 못한채 여염집 아낙 보다 더 극심한 생활고 속에 염색과 바느질로 연명했고, 사망(1521년)한 지 177년이 지난 뒤, 숙종 때에야 왕후로 복권됐다.

정치범죄에 의한 매장, 왜곡의 폐해는 의외로 길다. 그래서 역사 바로세우기는 후대 국민과 정부의 중차대한 임무다. 범죄,매장,왜곡의 수혜자가 기득권층이므로 참으로 여럽지만 반드시해내야 나라가 발전한다. 수양의 쿠데타가 아니었더라면, 더 나은 대한민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음을 감안할 때, 세조에 대한 일각의 미화는 주의해야 한다.

단종의 아내, 풋풋한 사랑을 나눠야할 나이에 청상이 된 정순왕후, 그녀가 국모의 자리에서 18세때 노비로 전락한 뒤 피,땀,눈물로 64년간 영위한 생업들은 이제 왕릉 문화예술, 무형유산으로 승화되었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조선왕릉동부지구관리소(소장 송시경)는 오는 15~16일 남양주 진건에 있는 사릉에서 역사 이야기와 숲길 탐방, 염색 체험, 음악 감상을 내용으로 하는 ‘사릉으로 힐링하러 올래?’ 행사를 개최한다.

아담하게 조성되어 아늑하고 포근한 느낌을 주는 사릉에서 일상의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역사 이야기와 숲길 탐방 ▷천연 쪽빛염색 체험 ▷전통 가무악(歌武樂) 감상 등으로 구성했으며, 능침도 특별히 개방해 관람객에게 왕릉문화재의 가치를 재인식할 수 있는 뜻깊은 기회를 제공한다.

사릉 스토리텔링

정순왕후가 개인의 아픔을 딛고 삶을 개척해 홀로서기에 성공한 여성으로 인식되기를 바라는 뜻에서 마련한 이번 행사는 천연 쪽빛 염색으로 스카프를 만들어 착용해보는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여성 관람객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15일, 16일 오전 10시~12시 30분, 총 2회 무료 진행되고 궁능유적본부 누리집(royal.cha)과 조선왕릉관리소 누리집(royaltombs.cha)에서 여성 대상 회당 20명씩 선착순 마감한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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