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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눈에 읽는 신간]의료도 성차별 ‘여자에게도 최고의 의학이 필요하다’외

▶여자에게도 최고의 의학이 필요하다(앨리슨 맥그리거 지음, 김승욱 옮김, 지식서가)=여성과 남성의 몸은 다르기 때문에 진단과 치료가 달라야 한다는 성차의학은 아직은 생소하다. 가령 남성의 혈관은 혈전으로 막혀서 터질 수 있지만, 여성의 혈관은 혈전이 녹아 들어가 뻣뻣하게 굳기 때문에 치료 방법이 달라야 한다는 게 성차의학의 입장이다. 이 낯선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가 미국 브라운대 앨리슨 맥그리거 박사다. 테드 강연 ‘의술이 여성에게 위험한 부작용을 자주 일으키는 이유’로 170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한 맥그리거 박사는 그의 이번 첫 저서에서 남성 중심적인 현대 의학이 여성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음을 조목조목 지적한다. 한 예로 심장질환의 경우 여성의 증상은 남성의 증상과 아주 다르다. 남성들에게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증상과 통증을 겪지 않는 여성도 있다. 그 결과, 여성은 진단과 치료에서 적절한 치료나 혁신적 방법의 적용에서 멀어진다. 이는 임상실험에서 많은 연구자들이 실험의 용이함과 비용 절감을 이유로 여성을 배제하고 남성을 기준으로 실험을 진행한 결과다. 불면증 치료에 사용되는 졸피뎀은 이런 부작용을 여실히 보여준다. 졸피뎀은 여성의 신진대사 차이 때문에 남성과 같은 양을 사용할 경우 치명적이다. 뒤늦게 성차에 따라 절반으로 투여량이 조절됐지만 다른 약물도 마찬가지다. 진통제와 고혈압약, 면역억제제, 위산 억제제 등도 남성 모델을 기준으로 설계된 것들로 여성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 수 없는 상태다. 저자는 이런 상황에서 의료인과 만날 때 어떤 질문을 해야 할지 등 최적의 의료 혜택을 누리기 위해 여성이 알아야 할 것들을 조언한다.

▶우주의 일곱 조각(은모든 지음, 문학과지성사)=주변에 있을 법한 소소한 이야기로 독자들을 끌어당기는 작가 은모든의 연작소설집. 내 친구의 이야기를 듣듯 생생한 전개와 대화가 흡입력을 지닌 작품이다. 이 연작은 삼십대의 성지, 민주, 은하 등 세 명의 여성이 각기 다른 상황과 조건 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나아가는 일곱 편의 소설로 이뤄져 있다. 평화와 고요를 지향하며 빵과 음악을 사랑하는 은하는 대체로 누구에게도 성적 끌림을 크게 느끼지 않지만 가족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결혼하고 가족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나몰라라 하지 못한다. 배우란 직업을 선택하지만 악역과 조연으로 10년째 활동하며 그만두겠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는 성지, 아이 둘을 낳은 직장맘이기도 하다가 다른 세계에서는 강아지와 고양이를 키우는 미영 언니의 파트너이기도 한 바이섹슈얼인 민주 등 작가는 상황과 놓인 조건에 따라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인물들을 다채롭게 그려낸다. 사십대가 머지않은 이들의 방황과 커리어, 한없는 가사노동과 육아, 확신보다는 물음으로 가득찬 사랑을 둘러싼 이야기들은 잔잔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소설의 재미는 은모든식 유머에 있는데, 친구들과 수다떨거나 직장에서 슬쩍 분위기를 업시키는 그런 농담과 유머들이 수시로 튀어나와 유쾌하다. 여기에 작가의 전공이랄, 애주가다운 술에 관한 능숙한 서술과 맛깔스러움도 읽는 맛을 더해준다.

▶란다의 유까딴 견문록(디에고 데 란다 지음, 송영복 옮김·엮음, 경희대출판문화원)=‘란다의 유까딴 견문록’은 유럽 열강의 식민지 개척 시기에 남긴 마야문명에 대한 최초이자 유일한 종합 사료이다. 아메리카로 건너가 선교활동을 한 16세기 스페인 신부 디에고 데 란다가 쓴 이 보고서는 마야문명 정복의 역사부터 지리, 정치, 사회, 문화, 종교, 풍습, 건축, 음식, 의복, 환경까지 모든 것을 담고 있다. 마야 문명에 관한 필수 사료로, 1864년 유실된 란다 원본의 필사본이 발견돼 세계 각국어로 번역·출간됐다. 국내 첫 번역· 출간된 이 책은 독보적인 마야 연구자인 송영복 경희대 교수가 20년에 걸쳐 번역하고 해설을 붙여 펴낸 것이다. 3500매에 이르는 방대한 작업으로 책은 원주민의 역사와 문화, 종교, 풍습 등 500 년 전 마야 문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번 한국어판은 본문 내용 뿐 아니라 배경 지식과 다른 판본과 비교, 상세한 각주와 해설을 덧붙인 게 특징이다. 책에는 정복자 스페인인들이 인디오들에게 저지른 잔혹행위도 기술돼 있는데, 코와 팔다리를 베어 내는가 하면 발에 호박을 묶은 채로 깊은 호수에 빠뜨리고 목쇄를 질러 수많은 남녀 포로를 이동시켰다는 기록이 있다. 또한 우상숭배와 인신공양에 빠진 사람들에 대해 신부들이 종교재판을 열어 고깔을 씌운 후 처형했다는 보고도 있다. 간음과 살인, 도둑질한 사람에 대한 형벌과 달력 표기법 등에 대해서도 자세히 기록, 마야인들의 일상생활을 엿볼 수 있다. 이번 번역본에는 표지에 QR코드를 넣어 원서를 볼 수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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