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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리의 별’ 박세은 “여기가 끝이 아니에요…전 아직도 간절해요”
파리오페라발레단 동양인 최초 에투알
 
오는 7월 한국서 ‘2022 에투알 갈라’
“4년 전부터 꿈꿔온 갈라 무대…
프랑스의 색깔 온전히 보여줄 것”
오래 춤추면 답해온 ‘발레의 길’
“나의 춤, 여기가 끝이 아냐…
아직도 간절하고, 인내하고 있어”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POB)의 에투알 박세은과 파트너 폴 마르크가 선보이는 ‘로미오와 줄리엣’ [(Agathe Poupeney·에투알클래식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발레리나 박세은의 발엔 350여년의 시간이 흐른다. 시계 테엽을 아무리 감아도 쉽사리 닿지 않는 시간의 길이를 넘어, 아득한 은하를 건너 ‘파리의 별’이 됐다.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POB) 역사에서 동양인 에투알(Etoile·별이라는 뜻)이 나온 것은 박세은이 처음이었다. 인종과 국적을 넘었고, 오로지 무용수로 선 새로운 역사의 시작이었다.

최근 전화로 만난 박세은(33)은 “춤에 대한 생각은 변함이 없다”며 “여전히 즐겁게 춤을 추고 있다”고 말했다.

“에투알이 되니 찾는 곳이 많더라고요.(웃음) 많이 바빠졌지만, 군무 시절이나 솔리스트 때보다는 공연 횟수가 많이 줄었어요. 양보다는 질이 중요해졌고, 그만큼의 책임감이 생겼어요.”

에투알이 된 박세은이 올 여름 서울에 온다. ‘파리 오페라 발레 ‘2022 에투알 갈라’’(7월 28~29일·롯데콘서트홀) 공연을 통해 오랜 동료들과 한국 관객을 만난다. 그는 “서울에 오기 전까지 덴마크, 스페인, 미국 LA에서도 갈라 공연이 있지만 한국 무대를 가장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POB) 350여년 역사상 처음으로 동양인 에투알이 된 박세은이 올 여름 한국 관객과 만난다. 오랜 동료들과 함께 선보이는 ‘2022 에투알 갈라’를 통해서다. [에투알클래식·Agathe Poupeney 제공]

“에투알이 되기 전부터 한국에서 갈라 공연을 하고 싶었어요. 4년 전부터 생각해 왔는데 코로나19가 찾아오며 상황이 여의치 않다가 이번에 마침내 하게 됐어요.”

그는 “보통의 갈라가 여러 나라의 색깔을 모은 무대를 선보였다면, 이번 갈라는 온전히 프랑스의 색깔을 보여주는 무대”라고 말했다. 특히 쇼팽의 녹턴 (Op.27 No.1, Op.55 No.1·2, Op.9 No.2) 라이브 연주에 맞춰 선보이는 ‘인 더 나이트(In the Night)’는 예술의 극치를 구현한 작품이다.

“‘인 더 나이트’가 한국에서 갈라를 하고 싶은 이유이기도 했어요. 심플하면서도 서정적이고, 감정이 전해지는 작품이에요. 쇼팽의 음악에 어우러지는 2인무의 아름다움을 한국 관객분들이 꼭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워낙에 저작권도 까다롭고 비싼 작품이라 가져올 수 있을지 염려가 됐는데, 이 작품을 올릴 수 있어 너무나 좋아요.”

공연에선 박세은을 비롯해 “에투알 선배”인 발랑틴 콜라상트, “POB의 간판”인 도로테 질베르, “가장 잘 생긴 에투알”로 꼽히는 제르망 루베, 박세은의 파트너인 폴 마르크를 비롯해 프리미에르 당쇠르(제1무용수) 3명 등 무용수 10명과 피아니스트, 발레 마스터까지 모두 12명이 함께 한다. 오래 호흡을 맞춘 만큼 이번 갈라는 “POB의 하모니를 볼 수 있는 시간”이다.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POB)의 최초의 동양인 에투알 박세은은 “에투알이 된 지금 즐겁게 춤을 추고 있다”며 “아직도 간절하고 인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투알클래식 제공]

한국 관객들에겐 2012년 입단, 군무부터 시작해 착실하게 한 계단씩 밟아온 박세은의 성장과 역사를 만날 수 있는 무대이기도 하다. 스스로는 “에투알이 된 이후 시간 여유가 생기다 보니, 자기관리가 더 중요해졌다”고 하지만, 박세은은 사실 누구보다 근면하고 성실한 무용수다. 예술가이면서도, 직장인처럼 때론 수험생처럼 규칙적인 연습과 노력을 반복한다.

“사실 제가 저한텐 조금 박한 스타일이에요. 춤을 연습하고 나서도 늘 충분하지 않고,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는 느낌을 오랜 시간 가졌어요. 이건 아닌데, 뭔가 부족한데 하면서, 만족하지 못한 시간이 길었어요.”

박세은이 춤을 추는 과정은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느리고 오래 걸려도 인내하며 자신의 길을 찾았다.

“어느날 한 무용수가 왜 그렇게 연습을 많이 하냐고 하더라고요. 어차피 객석은 네가 뛰는 높이의 차이를 알지 못한다고요. 타고난 무용수였던 그 친구의 말을 오래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지금까지 너무 발레만 열심히 했나 생각이 들어 충격도 받았고요. 그런데 제가 이렇게 하루하루 조금씩 바뀌어가는 모습, 답해가는 과정에 대해 관객이 모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 적어도 그렇게 믿고 앞으로도 연습을 할 것 같아요. 꾸준히 뭔가를 찾아가고, 계속 새로운 모습을 찾으면서 오늘보다 나아지는 내일을 맞을 것 같아요. 그게 제가 지금까지 걸어오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이기도 하고요.”

누구도 가지 못한 자리에 가 닿았다. 무용수로서 최고의 커리어를 달성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박세은은 그러나 “아직 새로운 목표를 이야기할 순 없지만, 여기가 끝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아직도 제가 원하는 춤, 만족할 수 있는 춤을 찾고 있고 계속 발전하고 배워나가고 있어요. 에투알이 됐고 여기가 끝이니, 즐기자는 마음으로 춤을 추고 있진 않아요. 항상 초심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왜 이곳에 왔는지, 어떤 마음으로 춤을 추게 됐는지를 기억하고 있어요. 전 아직도 간절하고 아직도 인내하고 있어요.”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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