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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의성에는 기억보다 망각이 역할

우리는 익숙한 단어나 이름, 현관 문 비밀번호라든지 계좌번호 등이 바로 생각나지 않으면 치매가 아닌지 의심하곤 한다. 그런데 이런 망각은 실제 병이 아니다. 노화와 치매 분야의 권위자이자 ‘기억전문가’ 인 스콧 A.스몰 컬럼비아대 교수는 저서 ‘우리는 왜 잊어야 할까’(북트리거)에서 생활 속에서 생기는 이런 망각은 알츠하이머병이 아니라 정상적 망각이라고 말한다.

망각이 정상이라니 무슨 말일까?

연구에 따르면, 뇌의 신경세포는 정상적 망각에 관여하는 완전 별개의 분자모음이 있다. 가지돌기가시의 성장과는 뚜렷이 다른 분자도구상자로 이 도구상자가 열리면 이 도구들은 조심스럽게 가지돌기가시를 분해해 그 크기를 줄인다.

즉 뇌는 기억에 능동적으로 관여하는 분자도구상자와 망각에 능동적으로 관여하는 분자도구상자를 모두 갖고 있다는 것이다.

뇌의 신경세포 뉴런은 나뭇가지처럼 여러 갈래로 뻗은 가지돌기 모양을 하고 있다. 이 가지돌기 바깥쪽 맨 끝에 가지돌기가시로 불리는 작은 돌기가 수백 개 나있다. 바로 시냅스라 불리는 접합점에서 뉴런이 다른 뉴런과 연결돼 정보를 전달하는 지점이다. 가지돌기가시가 클수록 시냅스 연결이 강하며 그 결과 더 큰 소리로 또렷하게 정보를 전달한다.

그런데 뉴런에 가시돌기가시가 너무 무성해지면 정보 전달에 잡음이 생기거나 상태가 더 나빠진다. 마치 음량을 너무 높인 상태에서 말하는 것처럼 결과적으로 새된 소리나 해독할 수 없는 비명소리 같은 것이 전달된다. 에너지를 절약해 효율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데 가지돌기가시의 크기가 중요한 것이다. 망각은 바로 가지돌기가시의 크기를 줄이는 작업으로 뇌의 정상적인 기능이다.

저자는 망각을 질병, 공포란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기 위해 우리가 망각의 기능을 잃어버렸을 때, 어떤 일을 겪게 되는지 보여준다.

대표적으로 자폐증 환자들은 때때로 서번트 증후군이라는 뛰어난 기계적 암기 능력을 보이기도 하지만, 세부 사항을 하나하나 기억하고 잊어버리지 않는 바로 그 능력 때문에 일상적 어려움을 겪는다.

이목구비를 각각 따로 인식할 뿐 얼굴 전체로 통합하지 못하는 안면 인식 장애 역시 세부 사항을 잊고 일반화하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생기는 증상이다.

저자는 인지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기억과 균형을 이룬 망각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그래야만 끊임없이 변하는 환경을 받아들이도록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고 뒤죽박죽 흩어져 저장된 정보를 바탕으로 추상 개념을 추출할 수 있으며 나무 말고 숲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정서적 행복을 위해서도 망각은 필수다. 분노와 신경증적 공포, 점점 곪아가는 아픈 경험을 내려놓을 수 있게 해 준다. 너무 많이 기억하면 고통의 감옥에 갇힌다.

창의성을 위해서도 필요한데, 유레카의 순간이 찾아올 수 있도록 망각이 머리를 가볍게 해 주기 때문이다.

책은 일종의 병으로 여겨온 망각의 기능을 재발견하게 해준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우리는 왜 잊어야 할까/스콧 A.스몰 지음, 하윤숙 옮김/북트리거

우리는 왜 잊어야 할까(스콧 A.스몰 지음, 하윤숙 옮김, 북트리거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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