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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시사] 한국산 우선획득제도, K-방산 도약 위한 지름길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 병전편에서 ‘병가백년불용, 불가일일무비(兵可百年不用, 不可一日無備·무기는 설령 백 년 동안 쓸 일이 없다 해도, 단 하루라도 갖추지 않을 수 없다)’라고 했다. 국가와 국민을 수호하는 무기는 즉시 운용할 수 있게 항상 말마이병(秣馬利兵·말에 먹이를 먹이고 병기를 날카롭게 간다)의 태세를 갖춰야 할 것이다.

튼튼한 국방을 위해서 세계적으로 검증된 우수한 무기를 획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특히 우리는 분단국가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고성능의 무기를 신속히 확보해야 하는 당면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하지만 안보는 백년대계라는 점을 고려할 때 단기적인 대비는 물론 장기적인 운용과 유지도 고려하여야 한다. 국방의 근간인 방위산업을 육성하여야 하는 이유다.

우리나라는 2005년부터 미국 보잉사의 ‘F-15K’ 61기를 7조4000여억원에 도입해 공군의 주력 전투기로 운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 전투기의 최근 성능 개량에 무려 3조7000여억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량 비용이 도입가의 절반을 차지하는 셈이다. 그러나 이런 비싼 가격에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공급자의 요구에 맞출 수밖에 없다.

지난해부터 방위사업청은 ‘한국산 우선획득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 연구·개발(R&D)을 우선으로 고려하고, 국외 구매 시 국내 업체의 참여를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특히 무기획득비와 운영유지비를 포함한 총 수명주기 투입비용을 기준으로 사업을 추진해 무기 체계 유지상 효율성을 향상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또 무기 체계의 해외 도입 증가로 가중되는 정비와 부품 조달상 어려움, 운영유지비 상승 등 애로 사항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통해 ▷국내 방위산업 성장 ▷일자리 창출 ▷R&D 활성화 ▷국방과학기술 발전 ▷K-방산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통한 수출 확대 등 선순환구조를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자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로 통상질서가 재편되면서 세계 방위산업 환경도 자국 산업 기반을 강화하는 추세로 변하고 있다. 미국, 호주, 인도 등 여러 나라가 ‘자국산 우선획득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세계 무기 수입국 2위 국가인 인도는 2020년부터 자국 방위산업 육성을 위해 101개 군사 관련 품목 수입을 제한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자주국방에 필연적인 발전적 방위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미래 기반을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 50년 전 소총 수리와 탄피 생산으로 시작된 한국 방위산업은 정밀유도무기, 전투기, 잠수함 등을 설계·제작해 수출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한화디펜스의 ‘K9’ 자주포, LIG넥스원의 ‘천궁Ⅱ’ 지대공요격무기, ㈜한화의 전략무기 등에 연이어 수출계약이 체결되면서 방산 수출액도 사상 최대인 70억달러를 돌파하였다. 세계 6위의 방산 수출국으로 발돋움한 것이다.

필자는 해외 방산전시회에 참가하면서 전 세계에서 온 참관객이 문전성시를 이루며 한국관 무기 체계에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에 새삼 ‘K-방산’의 위상을 체감했다. 높아진 K-방산의 위상이 더욱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초격차 핵심 기술 보유가 핵심이다.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보듯이 국제사회에는 영원한 우방도, 적도 없다. 국방의 중심인 최첨단 무기들을 해외에 전적으로 의존해서도 안 된다.

글로벌 방산경쟁 환경에서 스스로 진화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안보위기를 맞을 수 있다. 우리 기술로 만든 국산무기가 군에 전력화됐을 때 진정 신뢰할 수 있는 자주국방이 확립될 것이다. 방위사업청이 적극 추진 중인 ‘한국산 우선획득 제도’에 방산업계도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영속적인 국가안보에 기여하고, K-방산의 저력을 발휘하여 방위산업 성장의 추동력을 확보해 세계 방산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나상웅 한국방위산업진흥회 상근부회장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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