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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양수익은 발주처, 폭등한 공사비는 시공사…시공비 갈등 키우는 민관공동사업 [부동산360]
도마에 오른 민관공동사업 불평등 계약 구조
원재재 가격 급등에도 공공기관 시공비 인상 요구 외면
분양가 상승에 따른 이익은 공공기관이 가져가
전문건설업체, 협력업체로까지 피해 번질 수 있어
시멘트·골재 등 자재와 레미콘 단가 등이 줄인상하면서 공시비용 증가를 둘러싼 건설공사 발주자와 시공자의 갈등도 커지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고양시의 한 레미콘 업체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1. 지방도시공사가 발주한 민간참여형 공공주택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A건설사 컨소시엄은 최근 급증한 사업비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20년 6월 수주 당시만 하더라도 1074억원이었던 공사비가 최근 철근, 시멘트 등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1292억원까지 늘어서다. 2년 새 20% 넘게 뛰었다. 민관공동사업이지만 물가변동과 계약금액을 연동하는 에스컬레이션 조항이 없다 보니 늘어난 공사비는 온전히 시공사가 부담해야 한다. 컨소시엄의 한 관계자는 “분양가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더라도 3.3㎡당 200만원가량 올랐지만 그 수익은 발주처인 공사가 모두 가져가다 보니 A사와 지역 건설사들은 사업을 하면 할수록 손해만 늘어나는 형국”이라고 토로했다.

#2. 수도권에서 공공주택을 짓고 있는 B건설사 컨소시엄도 발주처인 공공기관에 공사비 인상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어 고민이다. 771억원이었던 공사비는 2년새 8.7% 증가한 838억원이 됐다. 동시에 수주한 공공사업까지 합치면 공사비 증가액만 200억원에 달한다. 발주처는 꿈쩍도 안 하는 반면 협력업체와 레미콘 등 전문건설 업체들이 증액을 요구하며 공사 중단까지 언급하고 있다. B건설사 관계자는 “협력업체의 어려움을 알지만 우리도 손해를 보면서 공사하고 있다”면서 “발주처가 나 몰라라 하고 있어 중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난감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원자잿값 급등으로 공사비가 폭등하면서 민관공동사업이 건설업계에 치명적인 타격을 안기고 있다. 공사비 증액 문제를 두고 발주처와 시공사 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일부 사업장은 공사 중단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민간공사에서도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 대금 증액이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았으나 민관공동사업은 별다른 규정이 전무해 발주처인 공공기관들은 공사비 인상 요구에 요지 부동인 상태로 일관하고 있다.

갈등의 폭탄은 급등한 시공비에서 비롯됐다.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4월 말 기준으로 3.3㎡당 공사비는 지난해 말 대비 10~15% 올랐다. 지난해 10월과 비교하면 반년 새 25~35% 상승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등으로 지난해부터 원자재 수급난이 심화된 여파다.

실제 건설자재 가격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말 발표된 한국은행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4분기 건설자재 가격은 1년 전보다 28.5% 올랐다. 철근값은 지난해 t당 50만~60만원 선에서 최근 100만원대로 두 배가량 뛰었고 레미콘 단가도 최근 ㎥당 7만1000원에서 8만300원으로 13% 인상됐다.

문제는 1년 이상 누적돼온 건설공사비 증가가 앞으로도 심화될 전망이라는 점이다. 최근 4년간 주요 물가지표 변동을 살펴보면 소비자물가지수는 연평균 1.95%, 생산자물가지수는 3.26% 오른 반면 건설공사비지수는 무려 7.03% 상승했다. 같은 기간 기본형건축비는 3.75% 오르는 데 그쳤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사비 증가 폭은 앞으로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전국 곳곳의 현장에서 크고 작은 건설사들이 원자잿값과 관련한 공사비 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지난달 초 국토부, 기획재정부와 간담회에서 현장 상황을 전달했고 당시 정부에서도 산하기관 등에 대응지침을 내렸다고 하는데 크게 개선된 점은 없다”고 전했다.

이처럼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건설현장의 갈등이 반복되자 국토부는 지난달 초 민간공사의 물가변동 배제 특약이 불공정 계약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내리며 진화에 나섰다. 민간사업이라 하더라도 자잿값 상승으로 공사비가 급격히 늘어나면 시공사가 발주사에 계약대금의 증액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런 국토부의 권고에도 공공기관과 민간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민관공동사업에서는 공사비 증액이 일절 이뤄지지 않고 있어 비판이 일고 있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민관이 함께하는 사업이지만 지금처럼 공사비가 급등하면 분양수익은 발주처인 공사가 모두 가져가고 시공사는 손해를 보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건설업계에선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가져가는 꼴이라는 자조섞인 목소리까지 나온다.

다른 업체 관계자도 “물가가 올랐다고 분양가는 올리면서 공사비를 안 올려주겠다는 건 모순적이지 않냐”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공공이 ‘갑’인 계약에서도 공사비 증액이 이뤄지지 않는데 민간 계약에서 국토부의 권고가 통할 리가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황이 이렇자 당분간 자재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발주자와 시공사의 공사비 증액 갈등이 공사 중단이나 소송 등으로 이어질 경우 그 피해는 온전히 수분양자가 보게 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최악의 경우 중소·지역 건설사의 줄도산도 우려되고 있다.

대형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계약서만을 근거로 급등한 비용을 건설사에게만 전가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 라며 “발주처의 눈치를 봐야 하는 시공사들은 딱히 해결 방안을 찾기도 힘들어 국토교통부에서 해법을 찾아주길 고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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