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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묵혀둔 데이터의 황금빛 변신…데이터경제 꽃 피운다[미래산업 플러스]
데이터산업 진흥법 세계최초 시행
경제적 가치 인정, 분석·가공·거래 허용
위원장에 총리…간사엔 과기·
행안 장관
국가데이터위원회 출범 정책 총괄·조정
가치평가 위한 전문기관 지정요건 마련
신뢰성 높은 데이터 유통·활용 여건 조성
데이터거래사 등 새 직업군 기준도 마련
협회 설립도 규정 성장 중심축 역할 기대
미개방 데이터 저장된 ‘데이터 안심구역’
새로운 사업기회 찾는 기업·개인에 희망’

#. 서울 잠실에 거주하는 박민정씨(49)는 최근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지난 10여간 전업주부로 살아온 박씨는 ‘데이터 거래사’로 제2의 인생을 열게됐다. ‘데이터 거래사’는 데이터 거래에 관한 상담·중개·알선 등을 맡는 일이다. 박씨는 결혼 전 IBM 등 글로벌 기업에서 특허(IP) 관련 업무를 경험했다. 이를 살려, IP 빅데이터를 발굴하고 직접 분석·가공해 이를 필요로 하는 기업이나 기관에 파는 업무를 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넷플릭스 해외출원 지식재산권을 분석한 업체를 찾아 그 결과물을 국내 한 온라인동영상플랫폼(OTT) 업체에 판매하는 일을 중개했다. 개발자 채용 등에도 박씨의 데이터 분석이 활용된다. 지난주에는 외국계 헤드헌팅 업체로부터 ‘물리적 복제방지 기술(PUE)’ 분야 엔지니어를 추천해 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박씨는 곧바로 미국 특허청에서 관련 원천자료를 사왔다. 여기서 ‘발명자 필드값’만 따로 골라내 현재 ‘PUF 개발자 톱50’ 명단을 최종 선별하고 추천했다.

데이터가 곧 돈이 되는 ‘데이터 경제’ 생태계가 본격적으로 열린다. 지난 4월 20일 전격 시행된 이른바 ‘데이터 산업법’(데이터 산업진흥 및 이용촉진에 관한 기본법)을 통해서다. 데이터 관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데이터 관련 법령으로는 세계 최초다. 법안의 내용은 크게 ▷국가 전체의 데이터 지휘 본부(컨트롤타워) 확립 ▷데이터 거래·분석제공 사업자 등 데이터 전문기업 육성 ▷데이터 거래사 양성 ▷데이터 자산가치·권리가 보장되는 시장 조성 등으로 요약된다.

법안의 핵심은 데이터를 곧 ‘경제적 가치’로 보는 것이다. 데이터를 사고 파는 거래가 활발해지고 박씨의 사례처럼 데이터를 분석·가공하는 전문적인 직업까지 등장하게 된다. 묵혀놓고 쌓아두기만 하는 데이터가 아닌, 유통하고 활용하는 데이터 경제 생태계가 마련되는 셈이다. 각종 촉진책을 통해 그간 음지에서 잠자고 있던 각종 데이터의 쓰임과 활용에 물꼬가 트여, 데이터산업 생태계 전반에 선순환이 이뤄질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데이터정책 총괄 ‘컨트롤타워’ 등장…‘데이터 거래사’ 새 일자리도=데이터 산업법 시행에 따라 우선, 민간과 공공을 아우르는 범정부 데이터정책 기관인 ‘국가데이터정책위원회’가 출범한다. 흩어진 국가 전체 데이터를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다.

위원회는 데이터 산업 진흥 정책 전반을 총괄·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정책 제안 및 수립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제시된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이 실질적인 정책 집행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위원장은 국무총리가, 간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이 각각 맡는다.

이와함께 데이터에 대한 가치평가를 전문적·효율적으로 수행하는 데이터 가치평가 기관에 대한 지정요건도 마련했다. 이 기관은 데이터 거래 시 시장 구성원들이 참고할 수 있는 데이터에 대한 ‘가치 기준’을 제공한다.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유통·활용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취지다. 특히, 데이터산업 전반의 육성을 지원하는 전문기관으로는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과 함께, 데이터에 대한 전문성을 갖췄다고 과기부 장관이 인정하는 기관 또는 단체가 추가 지정된다. 이 전문기관은 향후 기본계획의 수립 지원, 가치평가 기법 및 체계 마련 참여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데이터 거래사의 자격·경력 기준 등도 마련된다. 데이터 관련 분야 5년 이상 재직 경험 등 데이터 사업화와 관련된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안전한 데이터 거래를 지원할 인재 양성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민간기업’의 역할 중요…‘데이터 안심구역’ 관심 고조=법은 50인 이상 데이터사업자가 발기인이 돼 과기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 ‘협회’를 설립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협회는 데이터 거래사 교육 등의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한다. 과기부 소속 중앙전파관리소에서 협회 설립인가 업무를 맡는다. 협회는 데이터 사업자들의 권익을 대변하고 각종 정책 수립에 있어 민·관협력을 지원하는 등 민간 중심의 데이터 산업 성장에 중심축 역할을 하게 된다.

이형칠 현 한국데이터산업협회장(윕스 대표)은 “법이 마련되고 관련 기관이 속속 설립되면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긴 하나, 결국 데이터 산업의 발전과 성장은 해당 산업계, 즉 민간기업의 몫”이라며 “각종 공공 데이터에 민간의 접근을 보다 용이하게 해주는 등 이번 데이터산업법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도록 민간 사업자의 역할과 권한을 강화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데이터산업법안 가운데 산업계 초미의 관심사 중 하나는 ‘데이터 안심구역’이다. ‘데이터 안심구역 내 별도 서버에 가명처리된 미개방 데이터를 저장해 둬 이를 기업 또는 개인이 자유롭게 분석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다만, 분석 결과물을 외부 반출시 식별가능 개인정보 포함 여부 등을 철저 확인한다. 정보보호와 동시에 공공 데이터의 활용도를 높인다는 게 안심구역 지정의 취지다.

지현진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는 “현재 산업계에서 ‘유의미한 원천자료’로 꼽는 데이터는 대부분 ‘공공 데이터’”라며 “값어치 있는 데이터는 매우 많은 정보를 담고 있거나 기존 데이터 대비 부가가치를 산출해 낼 수 있어야 하는데, 민간에서 수집할 수 있는 데이터는 그 양이 한정적이고 가명처리 등 가공처리시 그 활용에 상당한 제약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번 데이터 산업법 시행으로 정부는 안심구역을 지정해 운영하고 이용자를 지원한다. 미개방데이터 지원을 위해 다른 기관에 추가적인 데이터 제공을 요청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데이터산업 초기에는 안심구역의 활성화만으로도 민간에서의 데이터 생산이 활발해질 수 있다는 게 지 변호사의 설명이다.

데이터산업 23조원 시장…정부, 데이터산업 마중물 역할=데이터산업은 말 그대로 ‘무한 성장’ 가능성이 존재하는 시장으로 꼽힌다. 과기부, 데이터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21년 데이터산업 시장은 23조972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나아가 2023년 29조3000억원, 2025년 37조1685억원, 2027년 47조1501억원 수준으로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이 높은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정부가 ‘데이터’를 꼭 짚어 관련 법 제정에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민법상 ‘물건’에 해당되지 않는 데이터의 특성상, 시장 육성을 위해서는 기존 법체계와 완전히 다른 새로운 법제도가 마련되는 것이 필수적으로 필요했다.

데이터는 민법상 ‘물건’에 해당되지 않아 소유권이 성립될 수 없다. ‘소유권 이전’을 요건으로 하는 ‘매매계약’의 형태로 거래할 수도 없다. 이번 데이터 산업법은 데이터의 생산과 거래를 활성화하고 산업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필요한 필수 기본법을 정립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데이터라는 상품을 생산했다면, 이것을 얼마 받고 팔아야 하는지가 관건이 된다. 데이터 시장이 안착되지 않은 초기에는 구매하는 사람마다 제각각 다른 가격을 부르거나 제대로 된 시장가격이 형성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데이터 산업법은 정부가 데이터에 대한 객관적인 가치평가가 가능하도록 촉진하고, 데이터의 품질을 정부가 인정해 주는 제도를 도입토록 했다. 제대로 된 시장가격이 형성된다면, 민간에서 데이터를 판매하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더 많은 데이터 상품의 생산과 유통, 재가공의 원활한 흐름 역시 더욱 촉진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아울러 법은 데이터를 생산하거나 사고파는 사람들에 대해 ‘데이터 사업자’로 신고토록 했다. 민간의 적극적인 데이터산업 참여를 유도한 것이다. 또 공정한 유통 환경을 조성하고, 정부에서 데이터 거래 체계를 구축하도록 규정했다. 전에 없던 데이터 거래사를 양성해 시장 참여자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 생태계 활성화에 힘을 싣는 동력이 될 것으로 시장은 평가했다.

박세정 기자

sjpar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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