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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 ‘깜짝 대박’ 가상자산거래소…이제는 기능·책임 강화를
영업이익률 코인베이스 2배
수익 대비 개발비 지출 미미
제도권 금융시스템 편입에는
서비스개선·재무안정 중요해

가상자산거래소가 지난해 어마어마한 실적을 거뒀다. 두나무와 빗썸코리아의 영업이익만 4조원이넘는다. 직원들은 ‘억대’ 급여와 함께 ‘억대’ 복리후생 혜택도 누렸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따가운 시선을 받았던 가상자산시장에 일찌감치 뛰어들었고, 마침내 지난해 시장이 급팽창하며 얻은 ‘결실’이다. 두 회사가 지난해 납부한 법인세만 1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과연 가상자산거래소들이 지난해 거둔 막대한 수익을 바탕으로 어떻게 서비스와 역할을 확대해 갈지다.

지난해 미국 코인베이스는 78억달러(약 9조4552억원)에 영업이익 31억달러(3조7100억원)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6.1배, 7.5배 급증한 수치다. 영업이익률은 약 40%다. 지난해 두나무와 빗썸코리아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88.31%, 77.45%다.

2020년 3분기까지만 해도 1만달러 아래였던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 최고 5만달러를 넘었다. 비트코인 1개를 거래할 때 수수료가 5배로 늘어난 셈이다. 거래도 더 활발해져 수수료 수익은 기하급수적으로 급증했다. 가상자산 가격 상승은 시장 참여자의 기능이지만 원활한 거래는 거래소의 역할이다. 수수료는 그 대가다. 그런데 같은 거래소인데 한·미 업체 간 차이가 너무 크다.

지난해 금융위가 조사한 가상자산거래소의 수수료율 평균은 0.17%다. 한국거래소 주식매매수수료율 0.0027%보다 62배나 높다. 가상자산거래소가 한국거래소와 증권사 서비스를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직접 비교는 어렵다. 시장 점유율이 80% 안팎인 업비트(두나무 운영)의 수수료율은 0.05%로 가장 낮아 일부 평균의 오류도 존재한다. 하지만 엄청난 수준의 영업이익률이 현재의 수수료율로 가능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거래소는 수수료를 받아 서비스와 시스템에 투자한다. 코인베이스는 지난해 매출액의 16%가 넘는 13억 달러를 기술개발비용으로 지출했다. 두나무의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147억원이다. 빗썸코리아는 별도의 연구개발 조직을 갖고 있지 않고 있다. 관련 지출을 일반비용으로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

가상자산은 금융의 한 영역이 돼가고 있다. 가상자산거래소들은 지난해부터 ‘특정 금융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금융위원회 신고를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제도적 틀이 미비하다. 관련 서비스 제공자(거래소)의 의무와 이용자의 권리에 대한 기준도 불명확하다. 여전히 전통자산 대비 불투명하고, 정보의 비대칭성이 심각하다. 디지털자산 특성상 보안의 중요성도 더 강조돼야 한다.

지난해에는 가상자산시장의 급팽창으로 거래소와 함께 투자자들도 수익 기회를 누릴 수 있었다. 이제는 단순한 시세 폭발에 기대하기보다는 이용자들이 합리적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 한국거래소는 상장 종목에 대한 공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아직 가상자산거래소는 상장된 코인에 대한 정보 제공이 미흡하다. 증권사의 상장 기업 분석 같은 서비스도 ‘걸음마’ 단계다. 가상자산거래소가 투자하고 갖춰야 할 부분이 많다는 뜻이다. 수수료율과 서비스 품질의 수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올해에는 가상자산 가격 상승세가 주춤하면서 지난해와 같은 실적을 기록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금융거래가 이뤄지는 사업인 만큼 재무 안정이 중요하다. 두나무와 빗썸코리아 모두 지난해 막대한 이익을 내면서 자기자본이 2조4000억원, 1조200억원 수준으로 커졌다. 하지만 부채도 각각 7조2000억원, 1조8000억원으로 함께 불어났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대로 디지털산업에 대한 법령 등이 새로 만들어진다면 가상자산거래소의 재무 기준도 마련될 필요가 있다. 은행과 증권사 등 전통 금융회사들의 가상자산시장 진출도 잇따를 전망이다. 가상자산거래소들도 이들과의 경쟁을 대비한 체력을 쌓기 시작할 때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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