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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래 싸움(용산 이전 충돌)에 새우 등(시급한 민생)만 터질라
신구권력 충돌에 국민은 피로감
코로나·민생극복은 뒷전
팬덤정치 폐해만 속속 드러내
文-尹 회동 통해 담판 지어야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

새 정부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 추진을 둘러싼 신구권력 충돌을 보면서 많은 국민이 떠올리는 속담일 것 같다. 고래 싸움은 현직 대통령과 새 대통령 간의 갈등이고, 등이 터질 것 같은 새우는 시급한 민생 현안으로 비유할 수 있다. 꼭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부여받은 최고통수권자가 고래, 민초(民草)가 새우라는 뜻은 아니다. 상황상 그렇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3·5·6면

20대 대통령선거가 팬덤정치로 얼룩졌고, 0.73%포인트 차이라는 사상 초유의 초박빙으로 승패가 결정되면서 예전과 사뭇 다른 정권이양기를 예고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신구권력이 대충돌음을 낼줄 예상한 이는 별로 없었다. 특히 23일 코로나19 확진자가 총 1000만명을 돌파하면서 국민 불안감은 한층 커졌고, 우크라이나 전쟁의 포성이 멈추지 않고 글로벌경제나 글로벌안보 불안이 증폭되고 있는 시점에서 민생을 도외시하는 듯한 신구권력의 싸움에 국민은 피로감마저 느끼고 있다. “경제를 살려달라”는 민심을 현재 권력이나 미래 권력은 안중에 없는 듯한 모습마저 보인다.

역대 정권교체기에 신구권력 힘겨루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진보와 보수 정부가 뒤바뀌는 권력이양기엔 더 심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허니문 없이 곧장 벼랑 끝 대치를 한 경우는 없었다. 게다가 민생이나 국정철학, 인사 이견이 아닌 청와대 이전을 둘러싼 샅바싸움이고 보면, 타협의 정치는 실종됐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파열음은 문재인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으로부터 출발했다. 청와대를 용산으로 이전하는 문제를 놓고 양측의 매서운 발언들이 나오면서 둘 다 한때 격노했다는 소식마저 나왔다. 전날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철통같은 안보를 강조했고, 윤 당선인 측은 “일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운을 띄우며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이 직접 발언성 충돌은 피하는 분위기였지만, 용산 이전의 대립각은 해소되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국민이 걱정하는 것은 청와대 이전 문제가 0순위 이슈로 오르내리며, 정작 중요한 민생과 소통은 후순위로 밀렸다는 점이다. 신구권력이 마찰음을 빚으며 그렇잖아도 지난 대선에서 확인된 팬덤정치와 국론분열의 폐해가 지속되는 분위기에 많은 우려를 표하는 것이다.

정가에선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을 통한 ‘정치적 해결’이 유일한 답이라는 평가다. 둘의 톱다운 방식의 조율이 급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 조율 일정은 공전하는 분위기다. 이날 오전만 해도 청와대 측은 “못 만날 이유가 없다”고 했고, 윤 당선인 측도 “(만나서) 논의해야 할 일”이라고 했지만, 시기와 방법론에 대해선 함구했다. 신구권력이 서둘러 머리를 맞대고 대한민국 5년을 새롭게 설계하는 데 힘을 합쳐야 한다는 민심에 귀를 닫고 있는 셈이다.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은 앞서 청와대가 지난 21일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었다. 청와대는 ‘안보 공백’ 우려를 이유로 윤 당선인의 집무실 이전 계획에 공개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이전 예산 집행을 위한 예비비 지출 승인을 거부했다. 이에 윤 당선인 측은 ‘통의동 집무실’ 카드로 배수진까지 쳤다. 윤 당선인 측 내부에선 “청와대의 대선 불복”이라는 거센 비판까지 나오는 등 인수위 정국은 급속도로 싸늘해졌다.

이렇다보니 여당과 야당 역시 설전 중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용산 이전 반대는) 우리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것”이라며 “비겁하고 졸렬하다”고 청와대 측을 비난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정권의 발목잡기”라며 “문 대통령은 5년 전 청와대를 벗어나겠다는 약속을 했는데 은근슬쩍 내팽개치고 구중궁궐 청와대 안에서 혼밥을 자주하고 있다”고까지 했다.

청와대나 민주당 쪽 얘기는 다르다. 안보공백이 너무 우려되기에 당선인 측의 조기 용산 이전을 반대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청와대를 구중궁궐로 표현하면서 적폐로 규정하고 있는 윤 당선인 측의 의도가 문제”라며 “왜 용산을 그리 고집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정가에선 신구권력 간 초유의 대립구도는 양측 모두에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어 어떤 모양새로든 결론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 소모적 논쟁은 여론의 외면을 받을 수 있기에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좋든 싫든 간에 곧 회동을 통해 접점을 모색할 것이란 분석이다. 강문규·최은지 기자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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