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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떤 멘트도 할 수 없다” 韓·美 해설진, 발리예바 연기에 ‘침묵’
도핑 논란에 휩싸인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카밀라 발리예바가 15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 출전해 키릴 리히터의 '인 메모리엄' 음악에 맞춰 연기를 펼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해설위원들이 도핑 파문에도 출전한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올림픽위원회)의 싱글 경기를 중계하면서 ‘침묵 해설’로 무언의 항의를 했다.

지상파 방송 3사의 해설진은 15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 발리예바가 출전하자 연기를 펼친 약 3분간 침묵을 지켰다. “방송 사고가 난 줄 알았다”는 반응이 나왔을 정도다.

KBS와 SBS 해설진은 발리예바의 연기가 끝나고 주요 장면 영상이 재생될 때에서야 점프 실수 등에 대해서만 간략히 해설했고, MBC 해설진은 경기 중 기술에 대해서만 간단히 설명하고 구체적인 평가를 하지 않았다.

이호정 SBS 해설위원은 발리예바 경기 후 “금지 약물을 복용하고도 떳떳하게 올림픽 무대에서 연기를 한 선수에게는 어떤 멘트도 할 수가 없었다”고 시청자에게 양해를 구했다. 이어 “평생 어렸을 때부터 훈련해서 올림픽 출전 자격을 얻은 선수들, 정정당당하게 싸워왔던 그 선수들의 노력은 뭐가 되는 건가”라며 “수많은 언론과 저희가 이 선수를 천재 소녀라고 했었는데, 약물을 복용해서 천재가 된 소녀였다”고 날을 세웠다.

국가대표 출신인 곽민정 KBS 해설위원도 “별로 하고 싶은 말이 딱히 없어 중계를 안 하고 싶었다”며면서 “많은 것들을 책임지려면 출전하지 말아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가장 화나는 부분은 이 선수로 인해 다른 선수들이 피해를 봐야 한다는 것”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김초롱 MBC 캐스터는 “도핑을 한 선수와 경쟁한다는 게 공정할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고, 김해진 해설위원은 “선수 본인도 자신이 만든 도핑이라는 감옥 안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

미국 NBC 방송의 해설진도 ‘침묵 해설’로 발리예바의 출전을 비판했다.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과거 올림픽 무대에 섰던 타라 리핀스키와 조니 위어는 이날 평소와 달리 거의 입을 떼지 않았다. 이들은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때부터 NBC 해설을 맡아 쾌활한 어조로 선수의 연기를 설명하거나 피겨스케이팅계 내부의 이야기를 풀어왔다.

두 사람은 전문가적인 분석이나 연기에 대한 언급 없이 점프와 관련해 두 차례 정도만 발언했다.

1998 나가노 동계올림픽 여자 싱글 최연소 금메달리스트인 리핀스키는 발리예바의 경기 후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그게 올림픽에서 발리예바의 쇼트프로그램이었다는 점”이라면서 “이 스케이팅을 봐서는 안 됐다”고 지적했다.

리핀스키는 발리예바가 몸을 푸는 장면에선 “지난주 발견된 (도핑 관련)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발리예바를 지금 올림픽에서 보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일어나지 말았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위어는 “발리예바가 경기에 나설 수 없어야 하는 만큼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이자 팬으로서 그의 연기를 해설해야 한다는 게 매우 불편하다”고 말했고, 리핀스키도 이에 동의했다.

[연합]

한편 발리예바는 이날 트리플 악셀 착지 과정에서 실수하고도 기술점수(TES) 44.51점, 예술점수(PCS) 37.65을 얻어 합계 82.16점으로 1위에 올랐다. 그는 경기가 끝난 후 감정이 북받치는 듯 눈물을 쏟아냈다. 러시아 관중과 일부 중국 관중들은 완벽에 가까운 연기를 펼친 발리예바에게 박수를 보냈다.

발리예바는 앞서 올림픽 단체전이 끝난 뒤, 지난해 12월 러시아선수권대회 때 제출한 소변 샘플에서 금지 약물 성분인 트리메타지딘이 검출된 사실이 밝혀져 여자 싱글 출전이 좌절될 위기에 놓였다.

러시아반도핑기구는 발리예바에게 잠정 자격 정지 처분을 내렸지만, 발리예바의 이의 제기 후 돌연 징계를 철회하고 그가 올림픽에서 계속 뛰도록 길을 터줬다. 국제올림픽위원회와 세계반도핑기구가 즉각 이 결정을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했으나, CAS는 발리예바의 출전을 허용했다.

better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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