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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물 점프’ 발리예바 후폭풍…피겨전설 “올림픽 연령기준 높여야” 강경 목소리
도핑 위반 구제받고 쇼트프로그램 1위
카타리나 비트 등 “출전연령 더 높여야”
현재는 올림픽 직전 7월1일 기준 만15세
10대 선수들, 단기간 기술 주입 후 소모품 전락 우려
러시아 카밀라 발리예바가 15일 여자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연기하는 모습 [AFP]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올림픽위원회)의 올림픽 출전 후폭풍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올림픽 출전제한 연령을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발리예바는 15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기술점수(TES) 44.51점, 예술점수(PCS) 37.65점으로 총점 82.16점을 기록, 1위에 올랐다. 자신의 세계 기록(90.45점)에는 크게 못 미쳤다.

첫번째 점프 과제인 트리플 악셀을 뛰다가 착지가 흔들리는 등 초반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안정을 찾았다. 그러나 도핑 사태로 많은 압박감을 받은 듯 연기를 마친 뒤엔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도핑 양성 반응을 보이고도 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구제로 올림픽에 출전한 발리예바를 둘러싸고 세계 스포츠계의 비난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이같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올림픽 연령제한 기준을 상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대두되고 있다. 2차 성징이 나타나기 전의 어린 선수들에게 고난도 기술을 주입하는 선수 육성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현재 올림픽 피겨의 연령 제한은 올림픽 직전 7월1일 기준 만 15세다. 발리예바는 2006년 4월20일생으로, 이 기준을 간신히 넘겨 베이징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예테리 투트베리제 코치(왼쪽)와 발리예바 [타스]

세계 피겨계는 어린 선수들을 혹독한 훈련으로 소모하는 러시아를 주목한다. 발리예바의 코치이자 러시아 피겨의 '대모'인 예테리 투트베리제가 그 중심에 있다. 투트베리제가 키운 선수들이 모두 어린 나이에 화려한 점프기술로 올림픽 메달을 획득한 후 일찍 무대 뒤편으로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4 소치 올림픽 단체전 금메달을 딴 율리야 리프니츠카야와 2018 평창 여자 싱글 금메달 알리나 자기토바, 은메달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가 그들이다. 이들은 한차례 올림픽에 나선 후 조기 은퇴했다.

독일의 피겨전설 카타리나 비트(57)는 최근 SNS에 장문의 글을 올려 이같은 병폐를 지적했다.

비트는 "왜 15~16세의 재능있는 러시아 선수들이 올림픽을 마치고 일찍 빙판을 떠나는지 궁금했었다"며 "15세의 선수들은 성인 올림픽이 아니라 '유스올림픽'에 출전해야 한다. 그들은 오랜 시간 동안 조심스럽게 보살펴야 하는 선수들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린 선수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건 당연하다. 15세 선수들은 그들보다 어린 14세 선수들이 더많은 경쟁력을 갖고 뒤쫓아오는 걸 느끼기 때문이다"며 "올림픽 출전은 만 18세 이상이 적정한 나이다"고 주장했다.

발리예바가 쇼트프로그램을 마치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

미국 대표팀의 마리아 벨(25)도 "미셸 콴과 사샤 코언의 시대처럼 오랫동안 은반 위에서 연기하는 선수들을 보고 싶다. 최저 연령 기준을 만 18세로 높이는 데 찬성한다"고 했다. 스위스 대표 알렉시아 파가니니(21)도 "(연령 제한이) 만 15세보다 더 높아지면 좋겠다. 더 상향될수록 좋다"고 했다.

미국 대표팀의 카렌 첸(22)은 10대 중반과 지금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는 "그때는 아무것도 두렵지도 않고 의심도 들지 않았다. 마치 로봇처럼 코치가 (어떤 기술을) 해보라고 하면 그대로 했다.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며 "연습할 때 5000번의 점프를 하고도 다음날 몸이 가뿐했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신체가 자연스럽게 성장하고 성숙해지는 과정인 것이다"며 어린 선수들이 너무 일찍 소비되고 사라지는 데 대한 안타까움을 표했다.

발리예바는 세계 스포츠의 비난 속에서 17일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한다. 쿼드러플 점프를 프로그램에 넣을 것이 확실함에 따라 메달 가능성이 매우 높다. 메달을 따더라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방침에따라 시상식은 열리지 않을 예정이다.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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