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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민경의 현장에서]주택시장은 ‘1·6·9’ 게임중

한때 TV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유행했던 ‘369게임’이라는 게임이 있다. 이 게임은 3, 6, 9가 들어간 숫자만을 외쳐야 한다. 다른 숫자를 외치면 벌칙을 받는다. 이 게임은 현재의 주택시장에서도 통용된다. 1과 6, 그리고 9가 들어간 숫자를 외쳐야 하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감당해야 할 금전적 부담이 급증하는 점이 닮았다.

큰 숫자부터 살펴보자. 9는 ‘9억원’을 뜻한다.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중도금 대출 규제선으로 불린다. 중도금 대출을 못 받으면 청약자는 계약금은 물론 중도금까지 현금으로 치러야 해 금전적 부담이 커진다. 실제로 9억원 중반대로 분양가가 책정된 한 수도권 아파트 단지는 1순위 청약 경쟁률에서 13대 1의 두 자릿수를 기록했지만, 이후 당첨자의 35%가 계약을 포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6억원’은 만기 최장 40년 동안 2~3%대의 고정금리로 보금자리론을 받을 수 있는 주택 가격의 최대 한도다. 이는 DSR(총부채원리금상한비율) 규제에도 들어가지 않는다. 최근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5%를 목전에 두고, 2억원 이상 빌릴 경우 DSR 40%를 넘지 못하게 하는 것과 비교하면 파격적인 혜택이다.

‘1억원’은 주택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숫자다.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아파트는 취득세가 1.1%에 불과하고 여러 채 보유하더라도 중과 대상이 아니다. 최근 3개월간 강원 속초, 경남 창원, 경기 이천 등 지방과 외곽지역에 법인을 비롯한 투자자들이 몰리며 집값이 오른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였다.

언급한 이 가격 구조가 고착화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나며 각각에 대한 비판과 우려가 켜켜이 쌓여간다. 먼저 주택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갔는데 9억원과 6억원 기준이 너무 박하다는 의견이 쏟아진다. 실제로 부동산R114 통계에 따르면 서울에서 6억원 이하 아파트는 이달 기준 9만6874채로 전체의 7.9% 수준이다. 동시에 ▷9억원 초과~15억원 이하 36.9%, ▷15억원 초과 30.2%로 서울 아파트의 3분의 2 이상이 9억원을 초과한다. 앞으로 새롭게 분양하는 아파트 가격이 9억원을 초과할 것이 자명하다.

6억원 이하 주택은 6억원으로, 9억원 이하 주택은 9억원으로 키맞추기하며 상향평준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시공사들이 분양가는 8억원대로 맞추고 각종 옵션비용을 추가해 결국엔 9억원을 넘기는 꼼수를 쓸 것이라는 시나리오까지 더해진다. 1억원 미만 주택을 상대로 벌어지는 투기 수요 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진다. 하지만 이 또한 지방 서민 실수요자들을 힘들게 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제는 누가 와도 쉽게 풀 수 없는 난수표 주택시장이 만들어졌다. 1·6·9게임의 룰을 바꾸는 중대한 변화가 있어야만 부동산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듯싶다. 이 때문일까, 참가자들은 오는 3월을 기다리며 긴 관망세에 들었다. 그때까지는 어쩔 수 없이 이 재미없는 게임을 이어가야 할 것 같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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