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지 공시가 2년 연속으로 10%대 상승
표준주택도 7.34% 올라, 전년比 0.54p↑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올해 전국 표준지 공시지가가 10.17% 오른다. 급격한 세 부담 증가를 우려한 일부 지자체가 보유세 부과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을 “하향 조정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오히려 열람안 대비 0.01%포인트 더 올랐다.
공시지가가 2년 연속 10%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국민의 세 부담도 늘어나게 된다. 정부와 여당은 1가구 1주택자 등 실수요자를 위한 세 부담 완화방안을 3월께 발표한다는 계획이어서 실제 영향은 발표 이후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서울의 주택 밀집지역의 모습 [연합뉴스] |
국토교통부는 올해 1월 1일 기준 표준지 54만필지와 표준 단독주택 24만가구에 대한 공시가격을 25일 결정·공시했다. 이는 지난달 23일 공개된 표준지 공시지가안과 표준주택 공시가격안에 대해 소유자·지자체 의견청취,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확정한 내용이다.
전국 표준지 공시지가 상승률은 10.17%로, 열람안보다 0.01%포인트 높아졌다. 이는 지난해(10.35%)보다는 0.18%포인트 내렸으나, 지난해가 2007년(12.40%) 이후 14년 만에 최고치였던 것을 고려하면 2년 연속으로 10%대 대폭 오른 것이다.
표준지는 전국의 공시대상 토지 3459만필지의 공시지가를 산정하는 기준이 된다. 이처럼 상승률이 높은 것은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른 데다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율(공시가격/시세) 로드맵 적용에 따라 공시가격이 오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2020년 발표한 로드맵에서 오는 2035년까지 현실화율을 90.0%로 올리기로 하고, 매년 현실화율을 높이고 있다.
시·도별 표준지 공시지가 상승률은 서울이 11.21%로 가장 많이 올랐다. 세종 10.77%, 대구 10.56%, 부산 10.41%, 경기 9.86%, 제주 9.84%, 광주 9.78%, 대전 9.28% 등의 순이었다. 시·도별 표준지 공시지가 상승률이 가장 낮은 인천도 상승률이 7.44%에 달했다.
올해 전국 표준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7.34%로 열람안보다 0.02%포인트 낮아졌으나, 지난해 6.80%에 비해서는 0.54%포인트 오른다. 이는 2019년(9.13%)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표준주택은 개별주택 공시가격 산정의 기준이 되는 주택으로, 지자체는 표준주택 공시가격을 활용해 개별주택의 가격을 산정하게 된다. 정부는 공시가격 로드맵에서 표준주택의 현실화율을 가격 구간별로 7~15년에 걸쳐 90%까지 올리겠다고 발표했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10.55%로 가장 많이 오르고 부산 8.96%, 제주 8.11%, 대구 7.52%, 광주 7.23%, 경기·세종 6.72% 등의 순으로 이어졌다. 서울도 2019년(17.75%) 이후 3년 만에 가장 많이 오른다.
과세 등 60여개의 행정 목적에 쓰이는 공시가격이 큰 폭으로 오름에 따라 국민의 세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이런 점을 우려한 서울시, 경기 수원·시흥시, 경남 거제시, 제주도 등은 “공시가격을 하향 조정해달라”고 국토부에 공식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에 따라 진행되는 내용을 뒤엎고 공시가격을 일괄적으로 내려달라는 지자체의 요청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면서 “의견청취 기간 중 일부 표준지에서는 공시지가를 올려달라는 요구도 있었고, 이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열람안 대비 상승률이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시가격 변동으로 재산세와 건강보험료 등 국민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자, 여당과 정부는 세 부담 완화 방안 마련에 착수한 상태다.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은 예정대로 추진해 나가면서 1가구 1주택자 등 실수요자의 세 부담을 완화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도별 부담 완화 적용대상, 경감 수준, 효과 등 세부적인 시행방안은 3월 중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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