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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만 조종간 내려놓고 편히 잠드시게”…마지막 명령
KF-5E 순직 故 심정민 소령 영결식 엄수
민가 피하려 조종간 놓지 않고 탈출 안해
공군 F-5E 전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고(故) 심정민 소령(29·공사 64기)의 영결식이 14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공군 제10전투비행단에서 고인의 유족과 동기생, 동료 조종사 및 부대장병들이 참석한 가운데 부대장(部隊葬)으로 엄수됐다. [연합]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추락 도중 민가를 피하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았던 KF-5E 순직 조종사 고(故) 심정민 소령(28·공사 64기)이 14일 영면에 들었다.

영결식은 이날 오전 심 소령이 근무했던 경기도 수원 제10전투비행단 기지체육관에서 부대장으로 엄수됐다.

심 소령의 지휘관인 박대준(준장) 제10전투비행단장은 영결식 조사에서 “사랑하고 존경하는 심 소령 영전에 삼가 고개 숙여 명복을 빈다”며 유족들에게 “모든 공군 장병들의 마음을 모아 깊은 애도의 말씀을 올린다”고 말했다.

박 단장은 “심 소령은 불과 사흘 전 대한민국 하늘을 지키기 위해 출격하던 중 뜻하지 않은 기체 이상에 비상탈출을 결심했다”면서 “그러나 눈앞에 펼쳐진 민가를 발견하고는 비상탈출 기회를 뒤로 한 채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민가를 회피하는 기동을 하며 찰나의 순간에도 자신의 손에서 조종간을 놓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끝내 고인이 아끼고 사랑하던 전투기와 함께 무사귀환이라는 마지막 임무를 뒤로 한 채 조국의 푸른 하늘을 지키는 별이 되고 말았다”면서 “심 소령은 끝까지 의로운 전투조종사의 길을 선택했으며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군인으로서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참군인의 자세를 보여줬다”고 기렸다.

또 “떠나는 고인 앞에서 가슴속 깊이 저며오는 슬픔과 한없는 그리움을 가눌 길이 없다”며 “그러나 우리는 이 슬픔과 아픔을 이겨내고 국가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 목숨 바친 심 소령의 높은 뜻을 이어받아 조국 영공수호의 숭고한 사명을 반드시 완수해 나갈 것을 굳게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박 단장은 끝으로 “고 심정민 소령! 사랑하는 정민아! 그 꽉 잡은 조종간을 이제 그만 내려놓고 그대가 그토록 사랑했던 대한민국의 하늘에서 부디 편안히 잠드시게”라는 말로 조사를 마쳤다.

추락하는 전투기가 민가를 덮치는 것을 막기 위해 끝까지 조종간을 잡은 채 탈출하지 못한 심 소령이 받은 마지막 명령이었다.

심 소령과 공군사관학교 64기 동기인 김상래 공군 대위는 추도사를 통해 “정민아 너를 데려간 푸른 하늘이 오늘도 우리 위에 있어 저 하늘이 야속하게만 느껴진다”면서 “배우고 익혀서 몸과 마음을 조국과 하늘에 바친다는 교훈이 우리에게는 당연히 숙명과도 같은 것이라 여기며 살아가고 있지만 왜 하필 너여야만 했을까 원망스럽기도 하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 대위는 “끝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은 너처럼 우리도 너의 남은 몫까지 다하도록 할게”라고 다짐하면서 “내 동기, 내 친구 정민아 사랑한다”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이날 영결식은 고인의 유족과 동기생, 동료 조종사, 그리고 부대장병들이 참석한 가운데 영현입장, 고인에 대한 경례, 약력보고, 조사와 추도사, 헌화 및 분향, 그리고 조총 및 묵념 순으로 진행됐다.

박인호 공군참모총장은 영결식장을 찾아 조의를 표하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추락한 KF-5E 전투기는 지난 11일 오후 수원기지에서 정상이륙했으나 상승중 좌측으로 선회하던 순간 양쪽 엔진에 화재 경고등이 점등됐다.

이에 심 소령은 상황 전파 뒤 긴급 착륙을 위해 수원기지로 선회를 시도했지만 이때 조종계통의 결함이 추가로 발생했다.

심 소령은 다시 조종계통결함 발생 사실을 전파하고 항공기 기수가 급격히 떨어지자 ‘이젝션’(Ejection·탈출)을 반복하며 비상탈출 의도를 표명했지만 끝내 순직하고 말았다.

공군은 전투기 추락방향에 다수의 민가와 도로가 있어 비상탈출을 시도하지 않고 마지막 순간까지 회피기동중 민가와 불과 100m가량 떨어진 야산에 충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심 소령이 비상탈출 의도를 밝히고 추락하기까지 8~10초 정도의 시간이 있었는데 비상탈출 장치 작동에 부족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F-5 계열 전투기의 비상탈출좌석은 F-16 전투기와 동일한 신형 사출좌석(KR16)으로 교체돼 속도(0~550knot)와 고도(0~5만fit)에 무관하게 안전한 사출이 가능한 상태다.

공군이 확인한 비행기록장치에는 심 소령이 기체가 급강하던 순간에도 조종간을 놓지 않은 채 가쁜 호흡을 몰아 쉰 정황이 고스란히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공군은 비행사고대책본부의 사고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종합적인 사고원인을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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