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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티 PB’ 활용법에 감춰진 은행들의 속내는?[서정은 기자의 나·알·아]
시중은행 50명 이상 안착
사별 전략 차별화
국민·우리은행, 정규직 제시·점포 개설 등 ‘공세’
SC·하나, 분산전략 택해
관심없는 농협, 정중동 신한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은행권의 씨티은행 PB 영입 1라운드가 마무리되고 있다. 은행별로 적게는 3명, 많게는 20명 이상이 유입됐다. 씨티은행 PB들의 퇴직행렬이 이어지는만큼 영입 규모도 확대될 전망이다. 목적은 단연 씨티 PB 영입을 통한 고액자산가 확보다. 하지만 한꺼풀을 더 벗겨보면 은행마다 속내가 각자 다르다.

정규직 ‘파격’ 내세운 국민은행, 우리은행 점포 집중배치 ‘베팅’

씨티 PB 영입에 가장 공을 들인 곳은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다.

KB국민은행에는 약 15~20명 안팎의 인력이 합류될 전망이다. 본사(2~3명)을 포함해 고액자산가 영업을 하는 압구정, 강남, 도곡 등 스타PB센터에 각 2~3명씩이 배치된다. 국민은행이 본사, 영업점에 소수로 분산 계획을 세운건 전사적 ‘메기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 PB들의 역량이 고객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기류가 커져서다. 국민은행이 이들에게 전문직(S)군을 부여한 것도 이 일환으로 해석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계약기간동안 특별한 사고만 치지 않으면 S직군은 정규직 전환이 가능해 굉장히 파격적”이라며 “씨티 PB들이 그동안 외국계 회사의 장점인 외평채 위주로 영업을 해왔는데, 여기에서도 영업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가 관전포인트”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영업점에 씨티 PB들을 소위 ‘몰빵’한 케이스다. 규모로만 놓고보면 22명으로 시중은행 중 최대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씨티은행 1군 그룹 10명 중 4명이 우리은행으로 왔다”며 “22명 중 4명은 본점 자산관리그룹에, 18명은 각 지점에 배치됐다”고 말했다.

우리은행과 타은행의 차이점은 씨티 PB들에게 아예 한 지점을 떼줬다는 점이다. 초고액자산가 특화점포인 ‘Two Chairs Exclusive 시그니처센터’에 18명을 포진시켰다. 씨티 출신 PB들이 우리은행으로 직장을 옮겨도 이들 경력이 단절되지 않도록 내린 조치다. 팀 단위로 이직이 잦은 증권사와 달리 은행권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은행권 관계자는 “스타PB들을 한곳에 모아놓으면 이들이 팀을 짜서 또 옮길 수 있기 때문에 몰아넣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라며 “이들이 가진 고객을 완전히 우리은행 고객으로 안착시키는 것이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평가했다.

‘뿔뿔이 분산’ SC제일은행, ‘극소수 영입’ 펼친 하나은행

외국계사인 SC제일은행도 총 15명의 PB를 확보했다. 이들은 서울, 경기, 대구, 대전, 부산 등 전국 영업점에 배치가 될 예정이다. 이밖에 본사에도 소수 인력을 투입시킬 예정이다.

영입규모로 보면 우리은행, 국민은행에 뒤지지 않지만 전략적으로는 국내은행과 차이가 있다. 분산 전략을 통해 씨티 출신 힘빼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같은 외국계인만큼 영업 환경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에 씨티 PB들을 활용해 영업 DNA를 바꾼다거나, 그럴 일은 없다”며 “SC은행은 한 곳에 인력을 집중시킬 계획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영입 규모로는 최소를 기록했다. 임원진이 70명 이상의 씨티 PB들을 일일이 면접봤으나, 양측간 조건이 맞지 않은 점 등이 영향을 줬다.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 PB들이 수억원 이상의 연봉을 요구했었다는 후문이다. 현재 3명의 인력이 교육을 받고 있으며, 적합한 지점에 배치하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씨티은행 고객자금이 8000억원 이상 하나은행 PB들을 통해 옮겨온 상태다.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해 공모펀드는 2000억원 이상 자금유입을 기록하는 등 성과도 양호하다.

“고액자산가 풀도 없는데” NH농협은행… ‘조용한’ 신한은행

씨티 PB 영입전쟁이 남의 얘기인 곳도 있다. NH농협은행이 그렇다. NH농협은행은 PB센터 대신 영업점 내에 라운지 등을 활용해 WM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타 은행과 달리 고액자산가 풀이 약할수 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 때문이다. 오히려 고액자산가보다는 1억원 이상 매스(mass) 고객을 대상으로 한 WM 영업 강화를 고민 중인 상태다.

은행 관계자는 “지방의 경우 영업점에 있던 로얄라운지도 오히려 줄이는 상황”이라며 “씨티 PB 영입에 공을 들일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신한은행도 비교적 조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계열사인 신한금융투자가 씨티은행 PB들을 30명가량 대거 영입한만큼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사모펀드 사태 등을 겪은 뒤 진옥동 신한은행장 또한 WM사업에 대해 “무리하지 말라”는 뜻을 수차례 전했다는 후문이다. 신한은행 WM담당 임원은 씨티 PB 영입 계획에 대해 응답하지 않았다.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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