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李선대위 ‘野 단일화 변수’에 긴장…“최악을 대비하겠다” [정치쫌!]
한국갤럽 여론조사 李 36%, 尹 26%, 安 15%
'호감도'는 安 38%로 1위…단일화 변수 급부상
與 "최대 변수", "성사 가능성 낮아" 엇갈린 분석
"선거는 최악 상황 가정하고 대비해야" 목소리도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이재명 36%, 윤석열 26%, 안철수 15%"

한국갤럽이 지난 4~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이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민주당 내부에 긴장감이 감도는 이유다. 윤 후보와는 10%포인트 가까이 격차를 벌렸지만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급부상하면서 '변수'가 생겼기 때문이다.

9일 최근 여러 여론조사를 보면 안 후보 지지율이 급격한 상승세로 단숨에 10%대로 오르면서 윤석열·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주목도가 크게 높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물론 두 사람의 단일화 성사 가능성, 성사 시 시너지가 얼마나 날 것인지 등에 대한 전망은 민주당 내에서도 엇갈린다. 하지만 "선거는 늘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놓고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양자구도 흔드는 安, 호감도 1위 차지하기도 = 이번 갤럽 조사는 3주 전과 비교하면 윤 후보는 9%포인트 하락했고 안 후보는 10% 포인트 올랐다. 국민의힘이 극심한 내홍을 겪는 사이 윤 후보의 지지율이 안 후보 쪽으로 그대로 이동한 모습이다. 특히 20대(만 18∼29세)에서는 이 후보(24%), 안 후보(23%), 윤 후보(10%) 등으로 이·안 후보가 바짝 붙었다.

더구나 '개별 호감도' 조사에서는 안 후보가 38%로 1위를 차지했다. 이 후보는 36%, 윤 후보는 25%였다.

이·윤 후보는 지지율과 호감도 간 차이가 거의 없었지만, 안 후보는 높은 호감도가 지지율로 이어지지 않는 모습이다. 이는 바꿔 말하면, 구도 변화에 따라 지지율이 올라갈 여지가 충분하다는 해석이 가능한 지점이다. (해당 여론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후보 단일화 경험이 그 누구보다 풍부한 안 후보도 시동을 걸었다. 그는 지난 6일 KBS 인터뷰에서 '단일화'를 주제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만나자고 하면 응하겠느냐는 질문에 "정치인들끼리 만나자고 하면 만날 수는 있다"며 "다만 거기서 협의하느냐 안 하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같이 만나서 밥만 먹고 헤어질 수도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그동안 단일화는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온 데 비해 미묘한 변화가 감지됐다.

▶與 "대선 최대 변수…성사 시 위협적인 건 사실" = 민주당은 안 후보의 급부상에 바짝 촉각을 세우고 있다. 작년 연말까지 윤 후보에게 TV토론을 압박하며 인물론, 자질론을 부각시킨 전략이 적중하면서 역전을 해냈지만, 이제는 새로운 변수가 나타난 것이다.

이 후보가 40% 중반대 지지율에 안착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야권 단일화가 여론의 큰 주목을 받을 경우 지난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때처럼 야권의 시너지를 가만히 앉아서 지켜봐야 할 수도 있다.

전략통으로 꼽히는 수도권 지역구의 한 중진 의원은 "만약 윤석열-안철수 후보 단일화가 드라마틱하게 벌어진다면 이재명 후보에 위협적인 건 분명하다"며 "가능성이 높든 낮든, 우리로서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대비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캠프 공동총괄특보단장을 맡고 있는 5선 안민석 의원도 지난 7일 국민의힘 내분 봉합에 대한 분석 글을 SNS에 올리며 "어찌 됐든 야권 후보 단일화 이벤트는 이재명 후보로서는 악재"라고 평가했다.

안 의원은 국민의힘이 압승을 거둔 지난 4.7 보궐선거 구도를 복원하려 할 것으로 내다보면서, "윤석열 후보가 오세훈 시장을 만난 이유"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보수진영의 대권후보가 되고자 절치부심 해왔던 안철수 후보의 야망이 실현될지가 언론이 띄우는 이번 대선의 관전 포인트가 됐다"고도 했다.

윤·안 두 사람의 단일화 이슈가 이 후보가 그간 공들여온 2030 청년층은 물론 중도층 표심을 출렁이는 결과를 낳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안 후보를 어느 시점에, 어느 정도 수준으로 견제해야 할지도 민주당의 고민이다. "안풍(安風)이 더 거세지지 못하게 지금부터 견제를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과, "벌써부터 굳이 이슈를 만들어 주고 안철수를 키워줄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安과 앙숙' 이준석의 존재와 시간 부족으로 힘들 것" 전망도 = 윤·안 단일화 성사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낮다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민주당 선대위 한 관계자는 "안 후보가 계속 윤 후보의 지지율을 가져올 수 있게 놔둬서 대선을 아예 '3자 구도'로 치르게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두 사람의 지지율이 박빙이 될 수록 단일화 기싸움이 치열해지고 성사 가능성도 낮아지기 때문이란 판단이다.

단일화를 추진할 물리적 시간도 부족하다. 선거는 60일 앞으로 다가왔고, 다음달 13~14일부터는 후보 등록이 시작된다. 더구나 윤 후보와 국민의힘은 한동안 안 후보와 거리를 두고 '자강론'을 앞세워 떨어진 지지율을 만회하려 할 것이다. 두 후보가 어느 순간 결심을 굳혀 회동을 한다해도 줄다리기 같은 단일화 실무 협상까지 감안하면 매우 촉박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안 후보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대선까지 남은 두 달은 조선왕조 500년 동안 일어난 일들이 모두 일어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언급했다. 민주당에서도 "후보 등록 이후, 투표용지 인쇄 이후까지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

안 후보와 정치적으로 '앙숙'에 가까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선대위 복귀도 윤·안 단일화 가능성을 낮췄다는 분석도 나온다. 설령 어렵게 어렵게 단일화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양측의 가시돋힌 설전이 치열하게 오간 뒤 '감동적인 그림'이 안 나오면 지지층 흡수 효과가 크게 반감될 수 밖에 없다.

윤 후보와 안 후보가 '반문(反文)' 외엔 별 접점이 없다는 것도 민주당이 두 사람의 단일화 시너지를 낮게 보는 이유 중 하나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두 사람이 정책이나 지향하는 가치 면에서 별다른 접점이 없다"며 "단순히 반문, 정권교체를 기치로 한 단일화는 성사되더라도 감동을 주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badhone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