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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솥뚜껑 보고 놀랐다...오스템임플란트에 은행 펀드사업 축소 우려
사모펀드 분쟁에 금소법까지
신탁 놔두고 펀드만 중단…‘결벽증’
은행 경영진 “잘잘못 따지지 말고, 비오면 피하자”
중소형주 펀드런 일어날까
강서구 오스템인플란트 본사. 임플란트 업체인 이곳에서 한 직원이 1900억원에 육박하는 회삿돈을 빼돌린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자사 자금관리 직원 이 모 씨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고 3일 공시했다. 횡령 추정 액수는 1880억원이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자라(사모펀드)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오스템임플란트) 보고 놀란다”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파장이 은행 펀드 사업을 뒤흔들고 있다. 하나·NH농협은행에 이어 신한, KB국민은행, 우리은행 등 5대 시중은행에 외국계 은행까지 잇달아 오스템임플란트를 편입한 펀드의 신규 판매 중단에 나서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의 횡령규모가 1880억원으로 사상초유의 일이라고는 하지만, 이처럼 편입 펀드를 전수 조사해 판매 중단 조치까지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신탁 등 다른 상품의 경우에도 오스템임플란트 편입 사례가 있는데 유독 은행 펀드 부서에서 판매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와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으로 혹시 모를 분쟁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풀이된다.

은행권 펀드 신규 판매 중단…분쟁 피로감에 초강수’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이 오스템임플란트가 편입된 펀드에 대해 판매를 중단했다. 여기에 SC제일은행마저 추가적인 판매 중단을 결정했다. 하나은행으로 촉발된 펀드 판매 금지가 전 은행권으로 번진 셈이다. 다만 은행별로 선별 기준에 차이는 있다. 하나은행의 경우 단 1주라도 들어간 모든 펀드에 대해 중단을 한 반면 다른 은행들은 1% 이상 등으로 기준을 세웠다.

은행권의 이런 조치는 이례적이다. 판매중단 리스트를 보면 대부분이 바이오헬스케어 등 섹터형이거나 상장지수펀드(ETF) 등 인덱스형이다. 여러종목에 분산투자하기 때문에 편입 비중이 크지않아 수익률 영향 자체가 크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은행 펀드담당자들은 “오스템임플란트 뿐 아니라 개별 이슈로 거래정지 등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게 많기 때문에 이같은 개별 종목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파는 것이 펀드”라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신탁 등에서도 오스템임플란트를 편입한 케이스가 많은데, 펀드에서만 이런 대응에 나서는 것이 지나친 측면이 없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이같은 이례적인 펀드 판매 중단 조치는 최근 몇년간 지속된 펀드 분쟁에 따른 피로감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라임자산운용을 시작으로 독일헤리티지·디스커버리·아름드리·옵티머스·이탈리아헬스케어·젠투·팝펀딩·피델리스 등 은행권이 분쟁을 겪은 사모펀드는 셀수도 없이 많다. 50% 안팎의 선보상을 제시하며 고객들과 접점을 찾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하나은행의 경우 이번 77개 펀드 판매 중단도 경영진 차원에서 신속하게 의사결정이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복수의 은행 PB들은 “한국투자증권이 판매사 책임소재 사모펀드에 대해 100% 선보상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뒤로 고객들의 반발이 심해 선보상에 대한 동의를 얻기가 더 어려워졌다”며 “PB들의 스트레스가 큰데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된만큼 경영진 입장에서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애초에 분쟁의 씨를 자르겠다는 의지”라고 말했다.

펀드사업 자체 위축, 중소형주 펀드런 부채질하나

일시적 판매 중단이기는 하지만, 향후 펀드 사업에 미치는 영향은 클 수 밖에 없다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일반 고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상품들이 가판대에서 빠진만큼 사업 위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미 사모펀드 판매는 사실상 멈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협은행의 경우 회사 차원에서 개인들에게 사모펀드 취급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 다른 시중은행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오스템임플란트 사태 이후로 불씨는 공모펀드까지 번진 모습이다. 하나은행은 공모펀드 라인업 자체도 PB 1명당 10개 내로 줄이기로 했는데, 77개 펀드마저 일시 판매가 중단되면서 당분간 신규판매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같은 상황은 수치로도 드러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1월말 기준 은행권 공모펀드 판매 잔고는 76조1004억원이다. 전년대비 2조7664억원이 감소했다. 이번 판매 중단이 확산될 경우 잔고 축소는 더욱 불가피하다. 업권별 공·사모 판매현황을 봐도 은행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2년간 4%포인트 이상 줄었다.

은행업계 안팎으로는 오스템임플란트 사태, 이로 인한 은행들의 과도한 대응이 중소형주 상품에 대한 ‘펀드런’을 부채질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주식시장에서는 오스템임플란트로 인해 바이오주, 헬스케어주 등으로 불똥이 튄 상태다.

은행 관계자는 “오스템임플란트의 경우 추정되는 회수가능 금액이 비교적 높아 아주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는다”며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판매중단한 것도 이해는 되지만, 판매 중단 대응이 중소형주 펀드 자체에 대한 불신, 펀드런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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