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 [김광진의 남산공방] 국가안보와 방위산업의 역할

최근에 국산 지대공 미사일 ‘천궁-2’와 K-9 자주포의 수출 소식이 있었다. 세계 무기시장에서 강대국 방위산업과 경쟁하며 우리 방위산업이 거둔 훌륭한 성과라 할 만하다.

사실 방위산업에서 강대국과 중견국의 차이는 존재한다. 강대국 방위산업은 군사적으로는 범세계적 군사기술 패권 유지를 목표로 한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 당시 3차 상쇄 전략에서 천명한 군사기술의 지배력 유지는 방위산업의 우위가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경제적으로는 국내 방위산업의 생산과 수출물량 증가를 통해 새로운 고용 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다. 또한 정치·외교적으로 강대국 방위산업에서 생산된 무기의 해외 이전 승인과 보류는 해외 수입 대상국에 대한 정치적 보상과 제재 수단이 되기도 한다. 냉전 시대에 초강대국들은 해외 무기 이전을 동맹국 확보경쟁의 주요 수단으로 사용한 바 있다.

이렇듯 강대국의 국가안보에서 방위산업의 중요성은 자명하다. 그런데 중견국 방위산업은 세계 최고 군사기술을 보유한 상태가 아니며, 주요 무기를 모두 국산화할 수준도 아니라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중견국은 방위력 건설에 있어 해외 무기 직도입과 그보다는 연구·개발 시간과 비용이 더 들 수 있는 국내 방위산업 조달 사이의 선택에 직면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중견국의 국가안보에서도 방위산업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우선 군사적으로 중견국 방위산업은 유사 시 맞춤형 대응능력의 유일한 원천이 돼줄 수 있다. 위기 시 예측하지 못했던 새로운 무기와 전술의 등장으로 인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맞춤형이면서도 신속한 군사기술 개발이 필요한데, 해외 무기시장이나 국내 민간 과학기술시장에는 그 정도의 시의성을 만족시킬 수 있는 인센티브가 없다.

결국 국내 방위산업만이 맞춤형이면서도 신속하게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자국 안보 상황과 자국 군대 성격에 특화된 군사적 보강 요구 역시 무기시장에 의존할 수는 없고, 국내 방위산업만이 충족시켜 줄 수 있다.

이스라엘 공군의 경우 1973년 4차 중동전에서 지대공 미사일로부터 큰 피해를 본 후 해외 기술 수입 대안이 없다고 보고 국내 방위산업을 통해 공군에 특화된 정찰 타격 복합 무인기를 확보했다. 그 결과, 1982년 베카계곡 전투에서는 지대공 미사일 공격을 무력화시킬 수 있었다.

한편 경제적으로는 해외 직도입 무기의 후속 군수 지원과 성능 개량을 위한 추가 비용을 고려할 때 국내 방위산업 조달이 장기적으로 국방비를 절감시켜주는 방법이 된다. 정치·외교적으로는 핵심 지휘 통제 시스템의 보안장비와 알고리즘같이 다른 국가와 공유할 수 없는 기능 개발은 국내 방위산업에 맡겨야만 전략적 주권 확보가 가능해진다.

그런데 이 같은 중견국 국가안보에서 방위산업의 군사적·경제적·정치외교적 효용은 모두 국내 방위산업 역량이 일정 수준 이상일 때 얻어질 수 있다. 즉, 국내 방위산업 육성은 중견국 국가안보의 필요조건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방위산업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육성하기 위해 정부가 고안한 한국산 우선획득제도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게 되기를 바란다.

전 공군대학 총장

zzz@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