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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옥’ 김현주 “강인한 민혜진? 두려움에 대한 다른 모습”
24년차 배우 김현주의 새로운 도전
늘 새로운 시작, 인간다움에 초점 두고 연기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김현주(44)는 자신을 잘 관리해온 배우다.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하다는 느낌을 준다. 반듯한 이미지지만 유머 감각도 지녔다.

김현주는 신과 인간, 종교적인 문제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감독 연상호)에서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는 민혜진 변호사를 맡아 극을 이끌었다.

특히 극의 분위기가 달라지는 4화부터는 강렬한 액션 연기까지 선보이는 등 기존 이미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최근 드라마 ‘언더커버’에서도 변호사 역할을 맡았지만, ‘지옥’과는 판이한 캐릭터였다. 1997년 ‘내가 사는 이유’로 데뷔해 ‘덕이’ ‘상도‘ ‘토지’ 등에 출연했던 김현주는 청춘스타에서 원숙한 배우로 잘 성장해 신뢰를 주는 배우로 통한다.

-첫 크리처물 도전이다. 장르적 측면에서도 생소한 경험이었을 듯하다.

▶이런 경험이 처음이다.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땐 제가 해오던 연기가 아니어서 걱정되는부분도 있었다. 실존하지도 않는 생명체를 감독이 그려서 보여주고, 현실이 아닌 걸 상상해서 만들어내는 어려움이 있었다. 리액션과 감정이 자칫 부자연스러울 수가 있는데, 현장에서 연상호 감독님, 후배 연기자들과도 상의하며 즐겁게 촬영했다. 몸으로 하는 건 처음인데, 처음에는 잘 될까 하는 의문도 들었지만, 결과물도 좋게 나와 의구심도 해소됐다.

-연상호 감독과의 작업은 어떠했는지. 차기작 ‘정이’도 연 감독과 함께 촬영한 걸로 알고 있다. 연 감독이 김현주 씨에게 연달아 신뢰를 보내는 이유가 무엇일까

▶처음에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제목이 너무 강렬하고, 진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데, 웹툰도 그안의 인물 표정이 사실적이었다. 그것을 영상화 하는 작업이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부산행’ 등 연상호 감독님의 작품을 다 찾아보고 나갔다. 연 감독님은 자신의 색깔이 분명해 자신의 것을 고집할 줄 알았는데, 유연하고 밝고 유머러스한 감각을 지니고 있어 배우들이 보다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게 해주었다.

연 감독님이 저와 계속 작업하는 이유는 저도 궁금한데, 저는 까다롭지 않다. 나이, 경력 상관 없이 늘 처음하는 것처럼 임하려고 한다. 익숙한데서 오는 꼰대감을 주지 않으려 한다. 늘 새로운 시작이라 생각하고 작업에 임한다. 그런 걸 감독이 좋게 봐주신 걸까.

-24년차 배우다. 오랜 기간의 연기가 요즘 변화하는 콘텐츠 환경에서 어떤 도움이 되는지?

▶그 때와는 조금 다른 시선으로 보면, 장르의 다양성이 생겼고, 작품을 대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뭔가 우리가 해보지 못했던 것에 대해 도전 기회가 된 것 같아 고무적이다. 그런 세대의 흐름으로 ‘지옥’과 ‘정이’(차기작) 같은 작품을 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과거 연기경험이 좋은 영향으로 다가왔다. 지금 연기나 과거 연기나 캐릭터 표현은 비슷하다. CG 작업이 많아졌고, 거기에 맞는 연기를 해야할 필요성도 생겼다. 표정만 연기하는 것은 익숙하지 않은 점도 있었다. 그렇게 하면 연기를 안한 것 같고, 거짓 연기 같았는데, 그것마저 새로운 시대의 연기다.

-‘지옥’을 촬영하며 작품 속에 등장하는 생과 사, 우리 사회, 종교 등에 관해 생각해볼 기회가 됐을 듯하다.

▶세대별로 다양하게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그것도 흥미롭다. 가볍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어떤 인간상에 속하지?’, ‘우리가 살고싶은 세상은 어떤 곳일까?’ ‘그러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들을 던져보게 될 것 같다.

-‘지옥‘이 해외 시청자들에게도 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삶과 죽음은 인간이라면 공통된 문제다. 자신들만의 관점으로 해석해서 또 다른 집단이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결국 우리 삶과 죽음 문제를 내포하고 있고, ‘지옥’은 거기에 관심을 보인 작품이다. 보기 힘든 소재이자, 신선한 소재라고 생각하며, 두고두고 볼 것 같다.

-민혜진 변호사는 절망 가득한 ‘지옥’에서 유일한 희망의 상징이다. 배우님께서 해석한 민혜진은?

▶인간다움에 초점을 맞췄다. 민혜진의 모습은 두려움에 대한 다른 표현 방식이지, 강인하고 이상적인 인간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인간의 편에서 인간을 구하려고 하는게 민혜진이다. 민혜진은 나약한 인간 중의 한 명이지만, 정의롭고 강단 있는 모습으로 변할 여지를 남겨두고 연기했다.

-‘지옥’에서 강렬한 액션 연기를 소화했다.

▶3개월 내내 액션 수업만 한 것은 아니고, 다른 작품을 병행하다 보니, 일찍 액션을 시작했다. 액션을 배웠지만 액션 배우나 액션 장인의 모습을 보여드려고 한 것은 아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로서 K콘텐츠의 글로벌 열풍을 어떻게 바라보나

▶이런 플랫폼 없었고 인터넷이 잘 안될 때도 한류라고 해서 한국드라마가 주목받은 적이있었다. 그때 제가 있었다. 알려지는 경로가 없었을 뿐이지, 재능, 열정은 있었다. 한국만이 갖는 정서가 해외에서는 유니크할 수 있다. 접근성만 있다면 반응이 있을 것이다. ‘지옥’의 큰 반응은 즐거운 일이다.

-오랜 활동 기간 동안 권태로움을 느낀 순간은 없었나?

▶권태를 느낀 적이 있지만 이겨냈다. 배우의 삶과 저의 삶을 분리해 생각한다. 너무 배우에 집중하다보니 정신이 혼미해졌다. 한발자국 떨어져, 배우가 아닌 내가 잘하는 것에 집중하면서 많이 배웠다. 나는 어려서 데뷔해 내 시간을 가지지 못했는데, 배움과 친구 관계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면서 자존감이 살아나 극복 가능했던 것 같다.

-특별한 취미나 좋아하는 운동 같은 게 있나?

▶뜨게질이다. 모자와 양말을 동시에 만들고 있다. 또 악기 배우는 걸 좋아한다. 바이올린은 꾸준히 배워 다음 레벨을 준비하고 있다. 쉬지를 못하는 성격이다. 골프, 테니스, 웨이트 트레이닝도 좋아한다. 영화를 틀어놓고 와인 한잔 하는 소소한 행복도 맛보고 있다.

-‘지옥’의 성과로 해외에서도 명성을 더 많이 얻는 계기가 될 듯합니다. 해외시장에 대한 욕심은?

▶언어가 돼야지, 아직 해외에서 콜이 온 게 없다. 현재 내가 하는 일에 집중하겠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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