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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실랑이에 손님 여섯팀 나가”…지치는 자영업자 [방역패스 계속 논란]
자영업자, 또다시 바뀐 방역지침에 ‘분통’
일부 ‘방역패스’ 요구에 욕설, 출입자명부 던지기도
‘사적 모임 축소’로 발길 돌리는 손님 생겨
계도기간 이용…손님들 들이는 ‘편법’까지
영화관들, 모든 상영관 ‘백신패스관’ 전환
지난 6일 오후 8시께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 거리에 시민이 삼삼오오 모여 있거나 지나가고 있다. 이날부터 전국 식당·카페를 비롯해 학원, 영화관, 독서실, PC방 등 16개 업종에 ‘방역패스’가 확대 적용됐다. 김영철 기자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QR 코드 말고도요? 접종증명서, 뭘 더 보여드리면 되나요?”

지난 6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 내부. 음료를 주문하러 계산대 앞에 줄을 선 손님들이 부산하게 휴대전화를 만지기 시작했다. QR코드 외 백신접종 완료증명서를 보여 달라는 카페 사장의 안내에 당황하는 손님도 적잖이 보였다. 이날 카페를 찾은 대학생 임모(22) 씨는 “여느 때처럼 그저 커피를 마시러 온 건데 갑자기 백신접종 증명서를 보여 달라고 해서 급하게 쿠브(COOV)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했다”고 말했다.

이 카페 사장인 정모(59·여) 씨는 “종업원들도 변이 바이러스 위험에 노출돼 있어 접종자와 미접종자 손님을 최대한 구분하려 한다”면서도 “‘휴대전화 작동이 잘 안 된다’ ‘QR코드가 잘 안 켜진다’는 이유로 출입자명부에 수기로 작성하는 손님도 더러 있었다”고 전했다.

정씨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었다. 일부 매장에서는 백신접종 증명서를 요구하는 사장과 실랑이를 벌인 손님도 있었기 때문이다. 충남 천안시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허모(44·여) 씨는 이날 하루만에도 여섯 팀의 손님을 내보냈다고 말했다.

허씨는 “백신을 안 맞은 2명이 있어 ‘같이 앉을 수 없다’고 안내하니 손님들이 ‘자신이 백신을 맞은 것을 어떻게 증명하느냐’ ‘그런 거 할 줄 모른다’ ‘안 할 거다’ 등 성질을 부리며 나갔다”며 “어떤 손님은 ‘기저질환이 있어서 (백신을) 맞지 못했는데 커피도 못 마시냐’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손님들은 ‘돈 많이 벌어서 좋겠다’고 비아냥거리며 출입자명부를 내 얼굴에 던지기도 했다”며 토로했다.

사적 모임 인원 축소, 방역패스 적용 시설 확대가 골자인 ‘코로나19 특별방역대책’이 시행된 첫날, 자영업자와 손님 모두 접종완료자임을 증명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였다. 특히 자영업자들은 이용객들의 백신접종 완료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실랑이가 붙거나 단체손님들을 되돌려 보내야 해 매출 손실을 겪기도 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6일부터 4주간 일정으로 특별방역대책이 시행됨에 따라 사적 모임 최대 인원이 수도권 6명, 비수도권 8명으로 제한됐다. 또 기존 실내체육시설, 노래방 등에서 적용되던 방역패스는 식당, 카페를 비롯해 학원, PC방, 영화관, 공연장, 도서관, 독서실, 스터디카페, 박물관, 미술관 등에도 확대 적용됐다. 백신접종 완료일로부터 2주(14일)가 지났다는 증명서나 PCR 음성확인서가 필요한 것이다.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 식당 출입문과 영화관 내부에 비치된 백신패스 적용 안내문. 김영철 기자

오후 9시께 서울 강남역 부근의 한 영화관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메가박스, CGV 등 영화관에선 지난 6일부터 모든 상영관이 백신접종 완료가 돼야 입장할 수 있는 ‘백신패스관’으로 전환됐다. 이날 한 영화관 직원은 “아직 현장에서 큰 혼선을 빚은 일까진 없었다”면서도 “모든 상영관에서 백신접종 증명서를 보여줘야 하는 탓에 현장에서 해당 사실을 몰라 발길을 돌린 경우가 한 건도 없진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는 현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1주간의 백신패스 계도기간을 둔 뒤 오는 13일부터 본격 적용하기로 했다. 계도기간이 끝나면 제도 미준수 사업장에는 150만원, 이용자에겐 10만원 등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식당에서도 방역패스가 필수가 되면서 발길을 돌리는 손님이 생기자 계도기간을 이용해 이번주까지 거리두기 지침과 관계없이 손님을 들이는 가게도 있었다. 해당 매장들의 경우 이번 사적 모임 축소 때문에 6명 이상의 손님을 내보내면 매출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부산에서 이자카야(선술집)를 운영하는 정모(32·여) 씨는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지난해부터 가게를 시작했다. 정씨는 “위드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 매출이 반등하는 듯했지만 오늘(6일) 매출은 지난달 대비 30% 줄었다”며 “단골손님들에게 방역패스를 엄격히 요구할 수 없어, 이번주까지는 계도기간인 점을 이용해 손님들을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근처에서 선술집을 운영하는 정종길(55) 씨는 6명 이상 온 손님 두 팀을 내보내야 했다. 정씨는 “지난달까지도 만석이었던 식당이 오늘(6일)은 절반도 차지 않았다”며 “새로운 방역지침으로 8명, 10명씩 온 손님을 돌려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번 방역지침에 대해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천은미 이화여대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요리부터 서빙까지 도맡는 1인 식당의 경우 혼자서 손님들의 백신접종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장례식, 결혼식은 물론 학교에서도 적용되지 않는 방역패스가 학원에서 요구되는 등 형평성에 어긋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했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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