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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 차입축소의 시대…파생상품을 주목하라
개인 콜옵션 투자 확대로
테슬라·애플 등 주가급등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도
선물투자가 변동성 키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위험회피 뿐 아니라 투기적 거래에도 파생상품이 광범위하게 활용되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wag the dog) 현상도 잦아졌다. 인플레이션 우려나 오미크론 변이 등 기초자산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이벤트가 발생하면 파생상품을 통해 금융시장 변동폭이 더욱 크게 확대되기 때문이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 폭락의 배경으로도 파생상품이 지목되고 있다.

파생상품은 주로 기초자산 가격변동 위험을 줄이기 위해 고안됐다. 위험대비 비용은 최소화하는 게 효율적이다. 포트폴리오의 극히 일부만 배분하는 게 정석이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기 위해 차입(leverage)이 활용된다. 이 때문에 투기적(speculative) 수단으로도 각광을 받게 됐다.

지난 해 테슬라의 주가급등 배경에는 파생상품의 역할이 컸다. 파생상품이 대규모 현물 매수를 유발해 주가를 급등시켰다. 미국 개인투자자들이 현물 주식 보다 콜옵션 투자에 더 열중하면서다. 올 초 개인들이 헤지펀드의 공매도를 무력화시켰던 게임스톱 사태, 최근 주가가 급등한 애플 등의 사례다.

1만원짜리 주식이 있다고 치자. 이 주식을 한 달 뒤 1만500원에 살 수 있는 권리를 100원에 사면. 주가가 1만1000원이 되면 투자금 대비 4배(400원)의 수익이 가능하다. 주가가 1만500원 미만이면 옵션행사를 하지 않고 100원을 손해 보면 된다. 반대로 콜옵션을 파는 쪽은 1만원에 주식을 매수해야 한다. 주가가 1만1000원이 되면 콜옵션을 판 돈 100원과 시세차익 500원 등 600원을 벌고 주식은 넘긴다. 주가가 9900원까지 하락해도 콜옵션을 판 돈 100원 덕분에 손해를 보지 않는다. 콜옵션을 판 돈 100원으로 다른 파생상품을 활용하면 좀 더 깊은 주가 하락에 대비할 수도 있다.

국내에서도 옵션투자는 꽤 광범위하다. 주가연계증권(ELS)이 대표적이다. 투자금 대부분을 채권에 넣고 채권 이자만 옵션에 투자하는 형태다. 옵션 매수 뿐 아니라 매도를 포함해 기초자산 가격 급락시 손실이 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기초자산으로는 변동성이 큰 개별종목 보다 지수가 선호된다.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선물의 등장으로 파생상품 영향력이 커졌다. 행사 포기가 가능한 옵션매수와 달리 선물은 계약취소가 안된다. 손실이 발생해도 반드시 정산되어야 한다. 이 때문에 계약 안정을 위한 추가 증거금 요구(margin call) 기능이 작동한다. 마진콜에 불응하면 반대매매가 강제된다.

주식이든 가상자산이든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이벤트는 금리인상이다. 금리는 모든 자산가격의 기준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계속되던 초저금리 정책이 종료되면, 가격 재발견 과정에서 그간 가파르게 불어난 차입을 줄이는 과정(deleveraging)을 거쳐야 한다. 파생상품으로 인해 시장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 파생상품이 시장을 흔드는 매커니즘에 대한 이해를 높일 필요가 있다. 파생상품으로 인한 금융시장의 변동성과 실물경제 상황 간 차이도 잘 파악해야 한다. 파생상품으로 금융시장이 요동치면 실물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변동성의 확대가 꼭 실물경제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몸통’과 ‘꼬리’에 대한 이해는 변동성 장세 이후 시장의 큰 방향을 가늠하는 데에도 아주 중요하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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