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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삼성 美 20조 투자,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 발판으로

지난 14일 출국해 열흘간 미국을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출장이 사상 최대 규모의 미국 투자 발표로 대미를 장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때 미국에 170억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해 신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최종 입지 선정을 결정하지 못하던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이번 출장을 통해 매듭 지었다. ‘통 큰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그룹을 책임지는 오너밖에 없음을 새삼 실감하게 한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세워지는 파운드리 공장은 내년 상반기에 착공해 2024년 가동을 목표로 한다. 신규 라인이 세워지면 경기도 기흥·화성·평택과 미국 오스틴·테일러를 잇는 삼성의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생산 체계가 완성된다. 애플·퀄컴, AMD등 미국의 대형 고객을 끌어올 수 있는 전진기지를 확보하는 것으로, 파운드리 세계 1위인 대만 TSMC 추격전에 속도를 낼 수 있다.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세계 1위 메모리 반도체를 완성했다면, 아들은 세계 1위 시스템 반도체를 위한 비전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삼성의 20조 투자는 자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 주역으로 미국 내 입지를 공고히 하는 효과도 크다. 실제 이 부회장은 최종 부지 선정 전 백악관 핵심 참모와 연방의회 의원들을 만나 공급망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패권경쟁 격화로 ‘경제안보’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삼성의 행보는 일개 기업의 차원을 넘어선 국가적 안위가 달린 문제다. 패권 국가에 휘둘리지 않고 독자적 목소리를 내려면 압도적 기술력과 시장장악력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이 부회장이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언급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경제안보를 지키는 데 정부와 기업이 따로 있을 수 없다. 미국은 자국내 반도체 제조시설에 투자할 경우 투자액의 최대 40%에 해당하는 세액공제를 허용하는 파격적인 지원책을 내놓았다. 삼성이 20조원을 투자할 경우 최대 8조원의 세액을 공제받는 것이다. 이와 별도로 텍사스주가 삼성에 약속한 세금 감면 혜택도 1조2000억원이 넘는다. 우리도 반도체특별법을 통해 30% 이상 세액공제를 검토했지만 특혜 시비를 낳으며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업체들은 국내 공장 건립 시 전력과 수도설비 설치비용까지 자체적으로 부담하고 있다. 대만 정부가 최악의 가뭄 때도 농업용수까지 줄이면서 TSMC에 물을 몰아준 것과 대비된다. 반도체 패권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우리도 파격적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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