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 듣기만 하지 않는다 음악도 놀이다 [문화 플러스-MZ세대에게 음악이란?]
‘삐뚤어지고 싶은 그런 날엔...’
제목부터 기발함 담은 음악채널
챌린지·플레이리스트 등 통해
직접 제작한 콘텐츠가 트렌드로
재미·개인취향 중시, 취미 공유...
과거 음악도 새롭게 소환해 즐겨
큐레이션 음악채널 옐로우 믹스테이프는 플레이리스트 장인이 다. 2019년 4월 첫 공개, 450만뷰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한 ‘샤워할 때 들으면 수도세 폭발해 엄마한테 등짝 맞는 힙한 플레이리스트’엔 도무지 멈출 수 없는 11곡의 팝송이 담겼다.
최근 몇 년 사이 MZ세대는 플레이리스트, 챌린지 등을 통해 직접 콘텐츠 제작에 참여, 새로운 음악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수동적인 음악감상에서 벗어나 ‘하나의 놀이’로서 음악에 다가선 것이 ‘새로운 문화’가 되고 있다.
케이블 채널 엠넷에서 방영, 올 하반기를 강타한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리더 계급 미션으로 인기를 모은 ‘헤이 마마(Hey Mama)’ 챌린지.
방탄소년단 ‘데인저’ 노래에 맞춘 ‘비포 애프터’ 챌린지에 참여한 인기 크리에이터 동주쓰.
2014년 발매된 방탄소년단(BTS) ‘데인저(Danger)’ 노래에 맞춘 ‘비포 애프터’ 챌린지가 틱톡에서 유행 중이다. 최근 몇 년 사이 MZ세대는 플레이리스트, 챌린지 등을 통해 직접 콘텐츠 제작에 참여, 음악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수동적인 음악감상에서 벗어나 ‘하나의 놀이’로서 음악에 다가선 것이 ‘새로운 문화’가 되고 있다.[틱톡·스포티파이·유튜브]

#1.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어느 오후에’, ‘들으면 행복해지는 마법의 믹스테이프’, ‘삐뚤어지고 싶은 그런 날엔’.... 제목부터 클릭을 유발하는 인기 유튜버 옐로우 믹스테이프(yellow mixtape)는 상황, 주제에 맞는 음악을 구성해 선보이는 큐레이션 음악채널이다. 제목조차 ‘기발함’을 장착했다. 2019년 4월 첫 공개, 460만뷰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한 ‘샤워할 때 들으면 수도세 폭발해 엄마한테 등짝 맞는 힙한 플레이리스트’엔 도무지 멈출 수 없는 11곡의 팝송이 담겼다. “2년 전 올라온 걸 지금도 듣는다. 2년치 추가 수도세 청구할 예정이다”라는 댓글도 달렸다.

#2. “헷갈리게 하지 마.” 과장되게 우스꽝스런 얼굴로 분장한 틱톡커 알렉스(alexhkf)가 방탄소년단(BTS)의 ‘데인저(Danger)’ 노래에 맞춰 ‘짜증난다’는 제스처를 취한다. ‘장난해 너. 도대체 내가 뭐야. 만만해 어(Uh). 날 갖고 노는 거야’라는 가사가 등장하면 알렉스는 ‘아이돌 재질’의 미소년으로 변신한다. 2014년 발매된 방탄소년단의 이 곡은 글로벌 숏폼 플랫폼 틱톡에서 난데없이 ‘챌린지’ 음악으로 다시 떠올랐다. 노래의 가사에 맞춰 춤, 메이크업, 상황극을 통해 비포 애프터를 보여줘 재미를 얻고 있다. 덩달아 음원 역주행에도 일조했다.

듣기만 하던 시대는 지났다. MZ세대에게 음악은 ‘새로운 놀이’였고,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은 이들의 ‘놀이터’였다.

유튜브, 틱톡 등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사이 MZ세대는 플레이리스트, 챌린지 등을 통해 직접 콘텐츠 제작에 참여, 다양한 음악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수동적인 음악감상에서 벗어나 ‘하나의 놀이’로서 음악에 다가선 것이 ‘새로운 문화’가 되는 있는 추세다.

업계에선 이를 MZ(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 세대의 독특한 특성에서 기인한 것으로 본다. 재미를 중시하고, 모르는 사람들과도 취미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성향을 지니며, 개인의 취향을 중요하게 여기는 특성이다. 배정현 틱톡 사업개발 총괄은 “MZ 세대는 소셜 네트워크에서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관계 맺는 것,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것에 익숙하며, 자기를 표현하는 것에 거침이 없고, 스스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중심의 능동적 소비를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플레이리스트 문화’는 나름의 역사가 깊다. 이미 몇 해 전부터 ‘잘 때 듣기 좋은 음악’, ‘운동할 때 들으면 좋은 음악’ 등의 형태로 유튜브나 다양한 음원 플랫폼 등을 통해 소개됐다. 현재는 멜론, 플로, 등 국내 음원 플랫폼에서도 인기 뮤지션, 자체 DJ들이 추천하는 플레이리스트 형태로도 발전했다.

최근 플레이리스트에서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주제의 다양성’과 ‘스토리텔링’이다. 스포티파이에선 코로나19로 인한 환경적 요인을 반영, 재택근무를 테마로 한 플레이리스트가 급속한 증가세를 보였다. 이 플레이리스트는 2020년 한해 동안에만 1400%가 늘었다. 또한 주제에 맞는 노래 제목을 나열, ‘하나의 스토리’를 만드는 플레이리스팅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 플레이리스트에도 스토리텔링을 적용한 것이다.

스포티파이의 사용자가 만든 ‘케이크를 만들 때’ 플레이리스트는 말 그대로 케이크를 만드는 전 과정을 노래 제목으로 구성했다. ‘에그’(‘Egg’, 더 가든), ‘버터’(‘Butter’, 방탄소년단) 등 케이크 재료들이 플레이리스트의 전반부를 차지한다. 또 케이크를 만드는 방법과 그 과정에서 겪는 아찔한 순간(‘Oh No, oh no no no no no’)을 담은 노래도 플레이리스트를 구성, 제목만으로도 웃음을 유발한다. 비슷한 플레이리스트로 ‘샌드위치’, ‘수학시험 볼 때’ 등도 있다.

스포티파이에 따르면 MZ세대에게 음악은 중요한 취미 활동으로 플레이리스트를 공감과 소통의 매개체로 활용해 다른 사용자와 취향을 공유하고 있다.

틱톡의 챌린지는 최근 몇 년 사이 전 세계 대중음악계에 나타난 가장 중요한 변화이자 트렌드다. 국내에선 지난해 초 가수 지코의 ‘아무노래’ 챌린지 열풍을 시작으로 그 위력이 확인됐다. 이후 컴백하는 가수마다 통과의례처럼 ‘챌린지’를 진행 중이다. 틱톡에 따르면 챌린지 등을 통한 K팝 콘텐츠 소비 활동으로 이 플랫폼 내 ‘K팝 챌린지’ 영상은 전년 대비 9.9 배나 증가했다.

흥미로운 현상은 홍보 목적으로 철저하게 기획된 챌린지 이외에도 방탄소년단 ‘데인저’ 노래에 맞춘 ‘비포 애프터’처럼 자발적 챌린지 역시 파급력이 크다는 점이다. 엠넷에서 방영, 올 하반기를 강타한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리더 계급 미션으로 인기를 모은 ‘헤이 마마(Hey Mama)’ 퍼포먼스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사용자들 스스로 다양한 커버 콘텐츠 챌린지로 이어갔다. 배정현 총괄은 “MZ세대는 좋아하는 음악이나 아티스트에 대해 음원을 수동적으로 듣지 않는다”며 “음악의 가사나 멜로디, 리듬 등을 활용한 다양한 영상을 만들거나 아티스트의 안무를 커버하기도 하고, 다른 사용자들이 제안하는 챌린지에 참여하는 등 소비자를 넘어 공동창작자로 진화하고 있다”고 봤다.

챌린지와 같은 적극적 음악 소비가 가능해진 것은 ‘모바일 혁명’이 이뤄지면서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모바일 디바이스가 발전하면서 등장한 아이디어 상품이 파급력을 가지게 된 사례”라며 “틱톡은 본래 음악과 관계없이 숏폼 영상을 만드는 것이 1차 목적이었는데, 배경음악을 넣어 영상을 만드니 음악이 가진 전파력으로 쉽고 빠르게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가 됐다”고 말했다. 틱톡에서도 MZ세대는 “음악이라는 콘텐츠를 영상이라는 수단을 통해 소비하고 표현하며, 입체적으로 즐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영상 제작의 진입장벽이 낮아진 변화는, 소비자가 공동 창작자로 트렌드를 만들어갈 수 있게 했다. 정 평론가는 “과거엔 레거시 미디어에서 만든 콘텐츠를 대중이 수용하는 입장이었으나, 이젠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찍고, 틱톡 등을 통해 음악을 입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한 사람 한 사람이 크리에이터가 되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MZ세대가 주도하는 새로운 음악 소비 방식은 대중음악계에도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친다. 챌린지가 인기를 얻으면 해당 음악의 수명이 길어지고, 주목받지 못했던 음악이 역주행 하는 등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하는 효과도 있다. 배 총괄은 “과거 음악차트나 미디어를 통해 선별된 노출로 음악을 접하던 환경에서, 세상 모든 음악들이 시간과 공간은 물론 유효기간도 없이 영상의 소비와 창작을 통해 언제든 새롭게 소환될 수 있는 환경으로 변하고 있다”며 “MZ 세대가 이러한 변화된 음악 소비의 주체가 되고 있다”고 봤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