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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비극의 현대사 장본인...사죄없이 떠난 전두환 전 대통령

전두환 전 대통령이 23일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사망했다. 향년 90세. 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접하는 우리의 심경은 그야말로 만감이 교차한다. 고인은 ‘5·18 민주화운동’을 유혈 진압하며 우리 현대사에 씻을 수 없는 비극을 초래한 최고책임자였다. 그러나 40년 넘는 세월이 지나는 동안 국민과 광주시민은 물론, 피해 유가족들에게조차 진심 어린 사죄의 말 한 마디 남기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그리고는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잘못을 인정하는 참회도 없고, 용서도 못 받은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이다.

물론 고인에 대한 법적 단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고인은 절친한 친구이자 사실상 후계자로 지명한 노태우 전 대통령에 의해 강원도 백담사에서 2년 넘는 위리안치(圍籬安置)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공교롭게도 그가 사망한 날은 ‘골목 성명’을 남기고 백담사 유배를 떠나던 날이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재임 때인 1997년에는 반란수괴죄 및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무기징역형을 최종 선고받기도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그해 12월 특별사면으로 석방됐고, 그에 대한 법적 책임은 더는 물을 수가 없었다. 더 황당한 것은 사면 이후 그의 행보다. 자신의 잘못에 대한 반성은 고사하고 여전히 왜곡된 시각으로 ‘5·18 비극’을 마주했다. 회고록을 통해 당시 게엄군의 헬기 사격 증언을 한사코 부인하는 등 끝까지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더욱이 호화 오찬과 골프 등을 즐기면서도 “내 재산은 29만원”이라며 900억원이 넘는 추징금 잔액은 내지 않아 국민의 공분을 샀다. 대선 정국을 맞아 각 정당과 후보들은 그의 조문에 냉랭한 모습이다. 죽음에 대해서는 관대한 것이 우리의 관습이나 고인에게는 마냥 너그러울 수 없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고인이 대통령 재직 시 남긴 공(功)이 없지는 않다. 특히 경제 분야의 업적은 상당한 성과로 평가할 만하다. 시장을 중시하는 개방 경제로 성장의 기틀을 마련하고 국제수지를 흑자로 전환한 것은 우리 경제사의 획을 그을 만한 일이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 유치는 한국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충분히 일조했다. 하지만 그 공을 논하기에는 고인의 과(過)는 너무도 엄중하고 무겁다. 비록 그는 떠났지만 그가 남긴 역사적 과오는 철저하게 규명돼야 한다. 역사의 진실은 어떠한 경우에도 가려져선 안 되고 가려져서도 안 된다. 그래야 다시는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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