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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無·1·多 주택자 모두 ‘악! 소리’…마이너스섬의 부동산
종부세 고지서 발송날, 시장 표정
수배 뛴 세액에 곳곳 불만 터뜨려
1주택자도 정부 말과 달라 배신감
주택시장 ‘모두가 피해자’ 목소리

지난 22일 고지서가 발송된 종합부동산세의 후폭풍이 거세다. 정부는 종부세의 대부분을 다주택자와 법인이 부담하는 만큼 실수요자에게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 강조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차갑다. 종합부동산세 고지서를 받아든 납세자들이 수 배씩 뛴 세액에 곳곳에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정부가 지목한 다주택자는 물론 1주택자나 이사를 하는 일시적 2주택자, 임대사업자 지위가 강제 말소된 생계형 임대인까지 급격히 늘어난 세 부담에 크게 동요하는 분위기다. 심지어 종부세를 내지 않는 무주택자까지도 조세 전가로 ‘종부세 폭탄’의 피해를 결국 세입자가 떠안게 될 것이라며 불안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과중한 종부세 과세로 인해 주택시장이 모두가 잃게 되는 ‘마이너스 섬(minus sum)’ 게임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이 종부세 고지서를 전날 통보하면서 납부 대상자들이 술렁이고 있다. 집값 급등과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에 따른 공시가격 인상, 다주택자 종부세율 인상,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 등으로 올해분 종부세가 크게 늘어난 여파다. 당장 실수요자가 대부분인 1주택자들은 정부의 공언과 달리 세부담이 크게 늘자 상당한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1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을 덜어주겠다던 정부의 해명과 달리 대다수가 이렇다 할 세금 인하 효과를 누리지 못해서다. 정부가 과세기준을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올렸지만 공시가격이 1년새 20% 가까이 뛰면서 기본공제 인상 효과를 상쇄시킨 탓이다.

종부세 위헌청구 시민연대 조덕중 홍보팀장이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내 고가 아파트 단지 게시판에 종합부동산세 위헌법률 심판 청구 계획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연합]

경기 하남시의 대형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하고 있는 정 모씨는 올해분 종부세로 750만원이 나왔다. 작년보다 두 배는 족히 늘었다. 사는 집은 그대로고 월급도 몇 푼 오르지 않았는데 세액만 껑충 뛰었다. 정씨는 “1주택자는 종부세 인상이 미미하다고 하더니 재산세까지 하면 1000만원이 넘는다”며 “당장 3주 만에 수백만원을 어떻게 구할지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60대 김 모씨는 “집 한 채가 전 재산이고 더이상 돈 나올 데도 없다”며 “깔고 앉은 집이라 가격 오른 것도 체감이 안 되는데 왜 이렇게 세금을 뜯어가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종부세율 인상으로 역대급 고지서가 날아온 다주택자의 동요도 거세다. 특히 두 채 합산 6억원이 넘어 종부세 부과대상이 된 2주택자들은 ‘부자 증세’가 맞느냐고 되묻는다. 수도권 아파트 두 채를 합해 공시지가 8억원이 조금 넘는다는 김 모씨는 “두 채 모두 10년도 전에 샀고 지금 전세 주고 있는 집에서도 실거주했었다”며 “2주택이라고 종부세가 작년 대비 7배 가량 올랐다”고 말했다.

이사를 앞둔 일시적 1가구 2주택자 최모씨도 “고가 1주택 부자도 안 내는 세금을 공시가 총 9억원인 사람에게 내라고 하니 당황스럽다”며 “종부세가 부자세금이라더니 어이가 없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지난해 7·10 부동산대책으로 단기임대사업자 신고가 말소돼 종부세 부과대상이 된 50대 여성의 사례도 이번 종부세 부과의 불합리한 단면을 잘 보여준다. 성남시 분당구에 실거주용 아파트 한 채와 서울 마포구에 원룸 12가구짜리 다가구주택을 보유한 정 모씨는 올해 종부세 1억원이 찍힌 고지서를 받아들게 됐다. 지난해 부과받은 100만원에서 100배가 오른 금액이다.

그는 “갖고 있는 현금을 다 끌어써도 도저히 세금 낼 형편이 안 돼 편의점 파트타임 일을 시작했다”며 “새로 세입자를 받는 원룸은 불가피하게 월세나 전세 보증금을 높여서 충당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렇다고 종부세와 무관한 무주택자가 만족하는 것도 아니다. 이들은 세 부담 전가를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 많게는 억대에 달하는 유주택자의 종부세 과세액을 보며 씁쓸해하면서도 당장 집주인이 보증금이나 월세를 올리겠다고 할지 걱정이 앞선다.

서울에서 월세로 거주 중인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계약갱신청구권도 이미 사용했고 내년에는 재계약을 해야 하는데 집주인이 월세를 얼마나 올릴지 상상이 안 된다”며 “지금이라도 빌라를 사야 하나 고민”이라고 했다.

광범위한 불만에 조세저항 움직임도 감지된다. 이재만 세무사(전 대전지방국세청장)와 법무 법인 수오재는 ‘종부세위헌청구시민연대’를 결성하고 위헌소송 소송인단을 모집하고 있다.

내년에는 공시가격 현실화율 상향 등으로 종부세가 더 뛰어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매년 사회적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종부세에 대한 현실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종부세의 도입 목적은 이미 퇴색됐다. 부유세가 아닌 보통세가 됐고 시장 안정화나 다주택자 매물 출회 수단으로도 통하지 않고 있다”며 “내는 사람도 억울하고 내지 않는 세입자도 힘들게 만드는 종부세 자체를 이제는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희·이민경 기자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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