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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갈아타다 계약금 날려”...전세도 거래절벽
뜨거웠던 전세시장 찬바람
서울 아파트 거래량 급격히 줄어
물건 쌓이면서 가격 낮춰도 썰렁
물량 귀했던 상반기와 전혀 달라
거래지수는 금융위기 이후 최저

“자녀의 학기 시작에 맞춰 새 전셋집을 어렵게 구했는데 살던 집 전세가 나가지 않아서 계약금만 날렸어요. 가격도 시세보다 낮췄는데 3개월째 집을 보러 온 사람이 한 손에 꼽힐 정도로 없네요. 제때 이사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40대 직장인 A씨)

가을 이사철이 무색할 정도로 전세시장에서 거래절벽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세거래량이 급감했고 거래가 뜸하다 보니 한때 나오는 족족 나갔던 매물도 조금씩 쌓여가고 있다. 통상 이사수요가 몰리면서 전세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가을 시장 흐름과는 반대되는 모습이다. 정부의 대출규제 여파와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주택시장 전반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전세시장에서도 관망세가 짙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 [헤럴드경제DB]

16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전세 거래건수는 7548건으로 잠정 집계됐다. 9월(6856건)에 이어 올해 들어 가장 적은 수준이다. 아직 거래신고 기한이 남아 소폭 상승할 여지가 있으나 지난 8월까지 1만건 선을 기록했던 수치에 한참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월세·반전세를 포함하더라도 감소세는 뚜렷하다. 월간 1만6000건 안팎을 유지했던 전월세거래량은 지난 6월 1만1191건으로 쪼그라들었고 10월에도 1만1953건으로 집계됐다.

일선 중개업소에선 전세 문의가 줄면서 물건이 있어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세 물량이 귀했던 상반기와는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졌다는 전언이다.

마포구 아현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가격이 많이 오르긴 했지만 호가를 낮춘 물건도 나가지 않는 분위기”라며 “집주인도 대부분 보증금을 내줘야 하는 상황이라 추가 가격 협상이 가능하다고도 하는데 일단 전셋집을 구하는 사람이 없다”고 전했다.

실제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마포래미안푸르지오 4개 단지에는 현재 전세물건이 70여건 정도 쌓여있다. 한 달 전에는 50여건, 두 달 전에는 20여건에 불과했다. 물건이 늘다 보니 호가는 하락했다. 이 아파트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최고 11억7000만원에 전세 계약서를 썼지만 현재 11억원에 나와 있는 물건이 11채나 된다.

전세시장의 한산한 움직임은 전세거래지수에서도 읽혀진다. KB국민은행이 발표하는 서울의 전세거래지수는 지난달 9.8로 떨어졌다. 이 지수가 한 자릿수를 기록한 건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던 2008년 이후 13년여 만이다. 전세거래지수는 일선 중개업자들이 보는 전세거래의 활발한 정도를 나타낸 지수다.

업계는 정부의 대출규제 영향이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 전세 이동수요 자체가 줄어든 상황에서 대출 제약까지 받게 되면서 시장 전반의 움직임이 줄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실수요자의 거센 반발에 전세대출을 가계대출 총량관리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으나 일선 은행에선 여전히 전세 관련 대출을 받기 까다로운 상태다. 보증금 증액분에 대해서만 전세대출이 가능하다는 점도 전세 갈아타기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여기에 최근 집값 상승세가 주춤하며 주택시장이 변곡점에 접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등 전반적인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점도 거래절벽 현상에 한 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대출이 어려워지면 거래는 둔화될 수밖에 없다. 숨 고르기 양상을 보이고 있으나 시장 불안이 해소됐다고 보긴 어렵다”면서 “내년 입주물량이 많지 않고 임대차3법 시행 2년이기에 전세시장 안정이 주택시장의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희 기자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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