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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를 만든 건 8할이 책...훗날 손주들에 한권의 책으로 남고파” [피플&스토리-이석연 변호사(前법제처장)]
이석연 변호사의 못말리는 책사랑
지금도 때때로 나홀로 ‘도시락 사유’ 즐겨
젊은이들에게 ‘독서와 사색’의 시간 권유

이석연 변호사는 소문난 애서가다. 세 평 남짓한 사무실은 켜켜이 쌓인 책으로 가득했고 인터뷰 내내 과거 읽었던 책 속의 구절을 줄줄이 읊었다. 그것도 상황에 딱 들어맞는 글귀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말이다.

그는 “오늘의 나를 만든 건 8할이 책”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서 흔히 들어볼 법한 얘기였지만 1시간 반 동안 그와 인터뷰를 나눈 뒤 들어서인지 절로 수긍이 갔다.

중학교 졸업 6개월 만에 고졸학력 검정고시에 합격한 이 변호사는 금산사에 들어가 2년간 500여권의 책을 읽었다고 했다. 그는 “수백 권의 책들, 책에서 배운 지식과 지혜는 언제나 내 삶과 함께였고 삶의 자양분이었다”며 “필요한 말을 소신껏 하고 매 순간에 만족할 줄 알고 그만둘 때 과감히 그만두는, 내가 살아가는 방식은 모두 책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그의 책 사랑은 읽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는 쓰고 또 썼다. 올해 6월 출간된 〈누구나 인생을 알지만 누구도 인생을 모른다〉까지 저서만 10권이 넘는다. 조만간 고대사 관련 연구서도 내놓을 예정이다. 이 변호사는 “내가 가진 생각, 나의 가치관, 내가 걸어온 과정, 내가 미처 이루지 못한 것들까지 전하고 싶어 책을 부지런히 쓰고 있다”고 했다.

“훗날 손주들이 제사 지내지 말고 내가 쓴 책 한 권씩 읽고 할아버지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알고 또 기억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는 마지막까지도 한 권의 책으로 남고 싶어 했다.

행정고시와 사법시험에 모두 합격한 그는 요즘 말로 ‘스펙’ 좋은 청년이었다. 그러나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갔다. 시민운동을 했고 돈 안 되는 공익소송을 맡았다. 이 변호사는 “어떤 사명감 또는 정의나 공정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다”면서도 “다만 성정 자체가 소신과 맞지 않은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게 있고 어긋난 것을 지적하는 게 지식인의 임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법제처장 시절에도 직언을 서슴지 않아 ‘미스터 쓴소리’고 불렸다. “사실 쓴소리는 아니에요. 상식적인 이야기고 지켜야 할 선이죠.” 그는 단지 ‘옳은 길을 가야 한다’는 소신을 실천했을 뿐이라 했다. 때론 그의 소신 행보가 누군가의 불편함이 됐지만 그는 “잘못된 것은 지적하는 게 옳다”고 단언한다.

낙이 무어냐고 물었더니, 대뜸 “오늘도 도시락을 싸 왔다”는 답이 돌아왔다. “혼자 도시락을 꼭꼭 씹어 먹으면서 책도 펼쳐보고 한 시간에 걸쳐 천천히 읽고 이런저런 구상도 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그는 전했다.

이 변호사는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생각할 여유가 없는 사람도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크고 작은 문제의 연속인 매일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내 시간, 내 삶을 찾는 것”이라며 “젊은이들이 책도 읽고 사유도 하는 여백의 시간을 종종 가지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은희 기자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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