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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서운 빌라값...아파트값 상승률 추월
빌라로 몰려간 내집마련 수요
올 첫 아파트 1.05% 앞질러
대출규제·재개발 완화 주원인
거래량 10개월째 빌라 >아파트
서울 양천구 신월동 인근 빌라촌의 모습. [헤럴드경제DB]

서울의 빌라값이 무섭게 치솟고 있다. 지난해부터 장기간 이어진 아파트값 상승 여파로 가격 부담이 생긴 아파트 대신 다세대·연립주택을 찾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빌라 거래량이 아파트 거래량을 넘어서는 현상이 올해 들어 10개월째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달에는 빌라가격 상승률도 아파트가격 상승률을 역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와 서울시의 재개발 규제 완화도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11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해 10월 연립주택 매매가격 상승률은 1.43%로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1.05%)보다 0.38%포인트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강북권의 경우 9월부터 두 달째 빌라값 상승률이 아파트값 상승률을 앞지르고 있다.

통상 실수요 선호도가 높고 감가상각이 적은 아파트가 빌라보다 가격이 많이 오른다. 하지만 최근 아파트 시장에서 거래절벽 현상이 심화된 반면 빌라 시장으로는 매수세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어 상승률 역전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올해 들어 빌라 거래량이 줄곧 아파트 거래량을 앞지르고 있다. 서울아파트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빌라(다세대·연립주택) 거래량은 3321건으로 아파트(1800건)보다 1.9배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아직 거래 신고기한이 남았으나 추세는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네다섯 달에 한 번꼴로 거래량 격차가 줄었을 뿐 일반적으로 빌라 거래량은 아파트 거래량에 한참 못 미쳤다. 그러나 올해 1월 빌라 거래량이 아파트 거래량을 근소하게 앞질렀고 4월 2049건까지 격차를 벌렸다. 지난 8월 매매량 격차가 100건대로 줄며 격차를 좁히는가 싶더니 9월 들어 1449건으로 다시 벌어졌다. 여러 달에 걸쳐 빌라 거래량이 아파트 거래량을 앞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격 오름세도 가파르다. 올해 서울의 연립주택 매매가격은 지난달까지 누적 7.73% 올랐다. 현 추세대로라면 연내 누적 상승률이 작년 한 해 상승률(8.18%)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빌라값은 지난해 1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바 있다.

업계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내 집 마련 수요가 빌라시장으로 옮겨간 영향으로 분석한다. 아파트 대체재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를 택하는 수요가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특히 최근 금융당국이 대출규제를 강화하면서 무주택자가 접근할 수 있는 주택 가격대가 크게 낮아진 것도 빌라의 수요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서울의 6억원 이하 아파트 수가 전체의 10% 수준으로 쪼그라든 상황에서 대출한도까지 줄면서 빌라는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가 된 것이다.

여기에 재개발 등 정비사업에 대한 기대감 또한 투자 수요의 유입을 이끌고 있다. 서울시는 주거정비지수제를 폐지하고 제2종 일반주거지역의 7층 높이 제한을 없애는 등 6대 재개발 규제 완화 방안을 내놓고 신속통합기획을 통한 재개발 추진에 적극 독려하고 있다. 다세대·연립주택 밀집 지역은 상당수가 2종 일반주거지역이라 규제 완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아파트 매매값은 물론 전셋값까지 급격히 뛰면서 무주택자의 주거 불안이 커져 접근 가능한 빌라시장으로 매수자들의 관심이 몰리는 상황”이라며 “당분간은 빌라 거래량과 거래가격의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김은희 기자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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