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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위드 코로나에 여기저기서 ‘돈’ 풀렸다…불 붙은 소비 [언박싱]
신세계그룹 계열사가 총출동하는 ‘쓱데이’ 행사가 열린 이마트에는 한우 등 할인품목을 사기 위한 고객들이 몰렸다. 지난 10월 30일 오전 이마트 영등포점에서 고객들이 계산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오연주 기자

[헤럴드경제=오연주·신주희 기자] # 지난 10월 30일 이마트 영등포점은 개점시간인 오전 10시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 수십m의 긴 계산줄이 늘어섰다. 계산하는 데만 1시간 넘게 걸리고, 반값 한우와 계란을 사기 위해서도 긴 줄을 서야 하는 수고를 해야 했다.

# 홍대에서 포차를 운영하는 안모(40) 씨는 종업원을 구하는 데에 애를 먹고 있다. 그는 “2인 제한이 풀리며 객단가도 높아지고 있는데 그동안 강력한 거리두기로 내보낸 종업원들이 배달라이더로 빠지면서 인력 자체가 공급이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몰려드는 손님을 감당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상황이 된 것. 강남 신논현동에서 술집 5개를 운영하는 A씨도 “위드 코로나에 대비해 지난주 식자재와 술 발주물량을 50%가량 늘렸다”며 “몇 주 전부터 구인광고를 내고 있지만 10명 구인에 1명밖에 못 뽑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와 함께 소비에도 불이 붙었다. 연중 최대 할인행사를 한 마트에는 명절 때보다 많은 사람이 몰렸고, 핼러윈데이를 맞은 이태원 골목은 사람들에 떠밀려 다니는 수준으로 인파가 넘쳤다. 국내 최대 쇼핑행사인 코리아세일페스타도 1일 막이 오르면서 유통가는 활기가 돌고 주요 상권 소상공인들의 기대감도 한껏 커졌다.

한우 오픈런부터…수십만원 긁었다
신세계그룹 계열사가 총출동하는 ‘쓱데이’ 행사가 열린 이마트에는 한우 등 할인품목을 사기 위한 고객들이 몰렸다. 30일 오전 이마트 영등포점 한우 코너에서 고객이 쇼핑하고 있다. 오연주 기자

지난달 30~31일 이틀간 신세계그룹 계열사가 총출동하는 ‘쓱데이’ 행사가 열린 이마트 일부 점포는 오픈시간 전부터 반값 한우 등 인기 품목을 사려는 고객들이 몰려 명품 ‘오픈런’을 방불케 했다.

행사 첫날인 30일 찾은 이마트 영등포점에는 오전부터 계산줄이 수십m를 이뤄 계산하는 데만 1시간여가 걸렸다. 일행 중 한 명은 아예 입장과 동시에 계산줄에 미리 줄을 서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가장 인기가 많은 한우 코너 앞에 사람들이 몰리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판매대가 텅텅 비었다. 한우 코너 앞에서 만난 주부 최모(53) 씨는 “가격이 확실히 싸긴 하지만 한우 양지 덩어리 정도나 좀 남아 있고, 사려고 한 구이용은 사기가 너무 힘들다”며 “한우가 언제 다시 채워질지 모른다고 하니 근방에서 1+1 상품을 사고 다시 오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원래 한우 구매 수량 제한이 없었지만 고객들이 너무 몰리자 일부점에서는 1인당 수량을 제한하기도 했다. 이날 고객들의 쇼핑카트에는 할인품목인 한우, 샤인머스캣, 계란이 단연 많았고, 1+1 상품 등을 전단으로 확인하며 챙기는 고객들이 눈에 띄었다. 자녀와 함께 쇼핑에 나온 강모(40) 씨는 “작년에도 왔었는데 올해 사람이 더 많아진 것 같고, 코로나는 입장할 때 QR 찍는 것만 빼면 전혀 못 느끼겠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 계열사가 총출동하는 ‘쓱데이’ 행사가 열린 이마트에는 한우 등 할인품목을 사기 위한 고객들이 몰렸다. 30일 오전 이마트 영등포점 한우 코너에서 고객이 쇼핑하고 있다. 오연주 기자

올해 쓱데이에 이마트 한우 매출은 전년 행사 대비 약 10% 증가한 7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2주 전 주말 대비 약 7배 신장한 수치다. 샤인머스캣 역시 전년 행사 대비 144%, 2주 전 주말 대비 약 4배(290.5%) 매출이 늘었다. 이 밖에 조미료·통조림·냉동식품 등 1+1 및 50% 할인행사를 진행한 주요 생필품 매출은 평소 대비 배 이상 증가했다.

백화점에도 쇼핑객들이 몰렸다. 위드 코로나로 외출이 늘자 패션 매출이 상승하면서 지난해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코리아세일페스타에 맞춰 열리는 코리아패션마켓에 동참하는 백화점은 패션 할인행사를 대폭 늘렸다. 지난달 29~31일 백화점 패션 부문의 매출신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롯데가 19.5%(패션마켓 진행 8개점 기준)를 기록했고, 신세계 16.5%, 현대 21.6%를 기록했다. 현대백화점은 이 기간 골프 관련 매출신장률이 56.9%로, 가장 높았다.

11월의 쇼핑 열기는 온·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총출동해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리는 코리아세일페스타 및 e-커머스업계의 빅세일로 이어진다. G마켓·옥션의 빅스마일데이, 11번가의 십일절페스티벌 등 연중 최대 할인행사가 몰려 있다. 지난달 행사를 진행한 롯데온의 경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하기도 했다.

“이제는 종업원 구인이 고민”…되살아난 상권
지난달 30일 오후 6시께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앞에 사람들이 모여있다. 신주희 기자

위드 코로나 분위기 속에 핼러데이까지 겹쳐지면서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주요 상권은 지난 주말 이미 코로나 팬데믹 이전 모습이었다.

지난달 30일 오후 4시께 찾은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9번 출구는 젊은이들의 성지답게 20대들이 삼삼오오 모여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홍대 어울림마당 앞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사장 신재은(39) 씨는 “요새 홍대거리가 다시 살아나 평소 토요일보다 매출이 30% 이상 늘었다”며 “그동안 배달로는 수수료 때문에 겨우 버티는 정도였는데 홀장사를 할 수 있게 되니 이익도 많이 남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31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보다 먼저 위드 코로나 방역정책을 시행한 주요국들은 대면 서비스의 소비 회복 효과가 나타났다. 방역조치 강도(0~100)가 10포인트 낮아지면 음식점·여가시설 방문자는 약 5% 증가했다.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에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인파가 몰렸다. 신주희 기자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바에 입장하기 위한 대기줄이 늘어져 있다. 신주희 기자

위드 코로나 분위기가 가장 극적으로 드러난 곳은 핼러윈데이(10월 31일)를 맞은 이태원이다. 이날 이태원은 마치 무빙워크를 타듯 사람들에게 떠밀려 세계음식거리를 지나갈 수 있었다. 오후 8시께 폭우로 소강 상태에 접어들 줄 알았으나 사람들의 발길은 멈추지 않았다. 특히 이태원 지역은 코로나팬데믹으로 인한 타격이 커 음식점, 술집 자체가 줄어들어 입장 대기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대기줄만 2시간인 유명 바는 입장줄이 100m를 훌쩍 넘었다.

세계음식거리에서 작은 전집을 운영하는 윤모(57) 씨는 “아무래도 노점장사를 하다 보니 복닥복닥해야 사람들이 많이 사먹는다”며 “전날 구청에서도 10시 이후에 영업하지 말고, 포장손님도 거리에 서서 못 먹게 하라고 단속 나왔는데 이제 시달릴 걱정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9시께가 되자 순찰을 돌던 경찰들은 “오늘 하루만 부탁드린다”며 당부하고 가기도 했다.

다만 한편으로는 당국에서 확진자 수가 치솟는다고 또다시 거리두기 단계를 옥죌까 우려하는 상인도 있었다. 횟집을 운영하는 B씨는 “위드 코로나로 지금보다 상황은 많이 나아지겠지만 기껏 종업원 모집했는데 한 달 후에 또 자를 수는 없는 노릇이니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oh@heraldcorp.com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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