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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공수처의 잇단 헛발질...정치중립 잃으면 존재이유 없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역량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공수처가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인물로 보는 손준성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앞서 손 검사에 대한 체포영장도 기각된 바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더욱이 손 검사 체포영장과 구속영장 모두 공수처가 처음 발부한 것들이다. 영장의 기각과 인용은 언제든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1호’가 가지는 의미와 상징성을 고려할 때 공수처의 위상과 권위에 치명적 흠집이 아닐 수 없다.

수사의 앞뒤 과정을 보면 더 이해하기 어렵다. 공수처는 손 검사의 관여 정황을 검찰에서 확인된 상태에서 사건을 이첩받았다. 그런데도 소환조사 일정을 잡지 못해 한 달 넘도록 시간만 끌다 느닷없이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그런데 이마저 법원에서 기각당한 것이다. 손 검사가 이런저런 이유로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고 하나 공수처 수사 역량이 도마 위에 오르지 않을 수 없다.

정작 황당한 것은 구속영장 청구다. 체포영장 기각 사흘 만에 피의자 조사도 없이 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체포영장이 기각되면 보강조사를 통해 재청구를 하는 것이 수사의 기본인데 이조차 모른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이 국회에서 손 검사에 대한 공수처의 영장 청구 과정과 관련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을 정도다.

공수처가 이런 식의 헛발질을 계속한다면 위상과 신뢰는 조만간 바닥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이번 사안은 물론 출범 이후 공수처가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매사를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판단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고 본다. 손 검사에 대한 무리한 수사도 마찬가지다. 세간에는 공수처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최종 확정되는 시기와 맞물려 있지 않냐는 의심도 있다.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의구심이 그만큼 크다는 것은 그리 틀리지 않은 듯하다.

검찰이든, 공수처든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존재 이유가 없다. 공수처는 이번 영장 불발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좌고우면하지 말고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사건을 수사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여야 정치권의 사건 개입도 자제해야 한다. 특히 여권 인사들의 부적절한 공수처 압박 발언은 금물이다. 공수처 피의자는 대부분 권력기관이나 고위 공직에 있는 인사들이다. 진영의 유불리와 정치적 입김으로 엄정해야 할 공수처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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