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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칼럼] 인생은 낚시다 - 시행착오의 연속

인터넷상에서 자극적인 제목이나 섬네일을 통해 클릭을 유도하는 행위를 흔히 ‘낚시’라고 부른다. ‘인생은 낚시’라는 말이 인터넷 밈으로 자주 소비되기도 했다. 필자도 종종 낚시를 즐기는데 낚시를 하다 보면 그와는 좀 다른 의미지만 확실히 인생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무엇보다 조급하게 결과를 내려고 하면 오히려 일을 망친다는 교훈을 얻기에는 낚시만큼 좋은 경험이 없는 것 같다.

아무리 낚시 경력이 오래된 사람이라 하더라도 늘 가는 낚시터에서 허탕을 칠 수 있고, 같은 배를 타도 손만 뻗으면 닿는 옆자리 사람은 1시간 동안 열 마리도 넘게 낚는데 나는 입질 한 번 받기 힘들 때도 숱하다. 그런가 하면 오늘 처음 낚시배를 탄 생판 초보가 그날의 최대어를 낚아올리는 일도 심심찮게 있다. 이렇게 운이 크게 작용하는 낚시지만 그렇다고 번번이 그날의 운만 믿고 낚시에 나서면 고생만 하다가 돌아오기 일쑤다.

어쩌다 운이 나쁜 날이 있더라도 평균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조과를 올리기 위해서는 집어 포인트의 물때, 수온, 수심과 대상어종의 피딩타임, 선호하는 미끼 종류, 입질 패턴 등을 철저히 조사하고 최적의 조건을 만들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또 낚시 중에도 밑밥의 종류와 양, 물고기를 유인하는 손놀림 등을 적절히 운용해야 한다. 얼핏 한가롭고 편하게 세월을 낚는 듯한 낚시꾼의 모습 뒤에는 이런 선택과 판단의 순간들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가장 인생과 비슷하다고 느낀 순간은 그 모든 준비가 끝나고 드디어 입질이 받기 시작하는 바로 그때다. 수면 가까이에 몰려다니는 잡어들의 잦은 입질에 일일이 성급하게 반응을 하다 보면 더 깊은 곳에서 움직이는 대물의 입질은 받을 수 없고 그나마 모여들던 잡어마저 이내 떠나버린다. 또 입질을 잘 느껴보겠다고 낚싯대를 쥐고 있는 손과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으면 오히려 입질은 잘 못 느끼고 끊어먹고 간 미끼만 바라보게 된다.

물론 그런 것도 결국 겪어야 하는 시행착오이고 그런 경험이 바탕이 돼 제대로 판단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이 준비해온 그 모든 과정을 믿고 어깨과 손에 힘을 빼면 물밑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미세한 정보가 손끝을 통해 전해져오기 시작하고, 그렇게 기다리다 보면 기다리던 그 녀석이 낚이는 그 순간을 기어코 느낄 수 있다.

이런 과정 끝에 불과 한 마리를 낚더라도 내가 구상했던 작전이 들어맞는다면 그날은 뿌듯한 조행으로 기억에 남는다. 이렇게 정보와 전략 전술을 바탕으로 원하는 대상어와 보이지 않는 싸움을 벌이는 것이 낚시의 재미이고, 그래서 스포츠로서의 발전 가능성도 크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취미낚시인구가 급증하면서 수질오염이나 어자원 부족의 원인이 된다는 오해 탓에 낚시금지구역이 확대되는 난항을 겪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낚시인 스스로 ‘클린 낚시 캠페인’을 펼치기도 하고 낚시 면허 도입이 검토되는 등 자정 및 제도적 보완을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앞으로도 낚시가 인생의 묘미와 자연의 여유를 느끼게 해주는 일상의 취미로는 물론 전문화된 스포츠로도 성장하고 무사히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김기태 ㈜원다 대표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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