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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니문서 1차대전 불발탄 폭발...英신혼부부의 비극
리디아 마카르추크와 노베르트 바르가 부부. 리디아(오른쪽)가 우크라이나 카르파니아산맥 불발탄 폭발사고로 수술 후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웨일즈온라인 캡처]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 갓 결혼한 영국 부부가 신혼여행으로 우크라이나의 산을 찾았다가 1차 세계대전 당시 폭발하지 않은 폭탄, '불발탄'이 폭발해 참변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신부는 중상을 입었고 동행한 신부의 남동생과 친구 1명은 현장에서 숨졌다.

19일(현지시간) 영국 웨일즈온라인에 따르면, 지난 7월 영국 버크셔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린 리디아 마카르추크(31)와 남편 노베르트 바르가(43) 부부는 지난 9월 리디아의 모국인 우크라이나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리디아(오른쪽)가 사고 직전 가족·친구 일행과 모닥불을 피우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 [웨일즈온라인 캡처]

같은 달 15일, 신혼여행 중이었던 리디아-노베르트 부부는 리디아의 가족과 친구 등 일행 12명을 만나 헝가리 국경 인근 카르파티아 산맥에서 트랙킹과 야영을 하기로 돼 있었다.

이들은 예정대로 야영장에 도착해 캠프파이어를 할 장소를 찾았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려 이전 야영객들이 사용했던 장소에 모닥불을 지피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자연을 만끽했다.

비극은 9시를 넘긴 한 밤 중 일어났다. 남편 노베르트가 밤 하늘 별 사진을 찍기 위해 텐트에 카메라를 가지러 간 사이, 캠프파이어 장소에서 커다란 폭발음과 비명소리가 들렸다.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불발탄' 잔해 [웨일즈온라인 캡처]

우크라이나 현지 경찰에 따르면, 사고는 모닥불 밑에 묻혀 있던 1차 세계대전 당시 불발탄이 터지면서 발생했다. 사고 후 우크라이나 경찰은 캠핑장이 1917년 러시아제국과 오스트리아-헝가리군의 격전지였다고 밝혔다.

이 사고로 리디아는 폭발과 함께 흩어진 날카로운 파편에 맞아 왼쪽 눈과 얼굴 전체에 큰 부상을 당했다. 팔·다리에도 심각한 화상을 입었다.

리디아(오른쪽)의 가족. 사고 현장에서 숨진 남동생 미로스라브(가운데)와 어머니. [웨일즈온라인 캡처]

현장에 함께 했던 리디아의 남동생 미로스라브(29)는 머리를 심하게 다쳤으며, 또 다른 친구는 팔다리가 찢겨지는 등 중태였다. 이들은 응급처치를 받았지만 구급대가 도착하기까지 90분 가량이 소요되며 현장에서 끝내 숨졌다.

노베르트는 "텐트에서 카메라 장비를 챙기는데 굉음과 비명이 들렸다"며 "전속력으로 모닥불로 뛰어가 리디아를 외쳤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병원에서 치료 중인 리디아는 폭발 순간에 대해 "누군가가 돌을 내 얼굴, 특히 코에 던진 것 같았다"며 "이후 귀 속에서 휘~휘 소리와 내 목소리 밖에 들리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리디아는 "당시 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나 자신을 위해 기도를 했지만, 곧이어 나만이 아니라 모두가 신음하고 괴로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남동생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한 것이 너무 후회된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입원 중인 리디아는 조만간 왼쪽 눈 치료를 위해 헝가리로 이송된 뒤 영국으로 귀국할 예정이다.

보도에 따르면, 리디아는 우크라이나 신혼여행 당시 여행자 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모든 병원비와 치료비를 자비로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리디아의 사촌 여동생 카챠 오우렛은 막대한 입원비와 치료비, 영국으로 귀환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클라우드 펀딩을 시작했다.

클라우드 펀딩사이트 'GoFundMe'의 관련 페이지에는 현재까지 2만7794파운드(약 4520만원)의 기부금이 모였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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