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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은 못찍어”…억울했던 이낙연 캠프 해단식 [정치쫌!]
경선 후유증… 이재명 후보로 ‘원팀’ 될까 우려
“차라리 심상정 찍겠다”는 이낙연 지지자도
송영길 뒤늦은 ‘일베 사과’…경선 후유증 우려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대산빌딩에서 열린 이낙연 필연캠프 해단식을 마친 뒤 꽃다발을 들고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이낙연 캠프’ 해단식이 열린 지난 14일 오후 1시10분께. 이낙연 캠프가 위치한 여의도의 한 빌딩 앞으로 곧 열릴 캠프 해단식에 참가하는 국회의원들과 이낙연 전 대표를 보기 위해 온 지지자들이 몰려들었다. 약 200여명으로 추산되는 지지자들은 캠프에서 활동했던 의원들이 속속 도착하자 그 때마다 의원들의 이름을 거푸 호명하며 해단식의 아픔을 달랬다. 가장 큰 환호성을 받은 이는 역시 설훈 의원이었고, 이외에도 박광온 의원, 최인호 의원 등도 지지자들로부터 큰 환호를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대산빌딩에서 열린 이낙연 필연캠프 해단식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에 투표? 뺨 맞으실 것”= 현장에서 만난 한 이낙연 지지자는 ‘오늘 어떻게 오시게 됐느냐’는 질문에 “이낙연 후보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 위해 참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 후보를 찍을 것이냐’는 질문을 하자 정색을 하며 “그런 질문은 이 자리에서 하는 것이 아니다. 뺨 맞으실 수도 있다”며 차분하게 화를 냈다.

또다른 한 참석자는 “이낙연 후보가 참 점잖으시고 대통령으로 손색이 없으신 분인데 억울하게 후보직을 놓치셨다”고 말했다. ‘이낙연 후보는 민주당 원팀을 강조했다. 이재명을 지지해 달라고 했다’고 묻자 “그 부분이 참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 이재명은 도저히 찍기 어렵다. 차라리 심상정 후보를 찍는 방안을 생각중”이라고 말했다. 한 이 전 대표 지지자는 “이재명 구속!”을 외쳐 참석자들로부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오후 1시 20분께 이 전 대표가 흰색 카니발에서 내리자 지지자들은 ‘이낙연! 이낙연!’을 연호하며 이 전 대표를 맞았다. 이 전 대표는 입구까지 양측으로 도열해 선 지지자들의 손을 일일이 잡으며 해단식에 참여키 위해 현장으로 몰려든 지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이낙연 캠프는 방역을 이유로 지하 1층 대강당에서 열린 해단식을 외부에 공개치 않았다. 이낙연 캠프가 해단식 후에 공개한 현장 영상에선 일부 캠프 참가자들이 눈물을 흘리며 이 전 대표의 경선 탈락을 아쉬워 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 전 대표는 자신을 위해 함께 힘써준 캠프 사람들의 이름을 한 명씩 호명했다. 그는 “전 이번에 패배했지만 여러분의 신념은 실패한 것이 아니다”라며 “여러분의 신념은 다시 강물이 돼 바다까지 끌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어른이 된 뒤로 처음으로 이정표 없는 여행을 떠나게 됐다”며 “제 이력서에는 공백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고 취업자 노릇을 해본 적이 없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그런 신세가 됐는데 그것 또한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해단식을 마친 뒤 이 전 대표는 다시 1층으로 올라와 지지자들로부터 꽃다발을 받았다. 예정됐던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은 생략됐고 카메라 기자들과 펜 기자들은 이 전 대표를 따라붙으며 여러가지 질문을 던졌으나 이 전 대표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질문 가운데엔 ‘이재명 후보 공동선대위원장직을 맡을 것이냐’는 질문도 있었으나, 이 전 대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답했다.

몰려든 카메라 기자들과 뒤섞여 3~4분 가량 기자들에게 쫓기듯 현장을 둘러본 이 전 대표는 가까스로 차량에 올라 현장을 빠져 나갔다. 지지자들은 이 전 대표가 현장을 빠져 나간 뒤에도 한참 동안을 ‘지켜줄게 이낙연’을 연호하며 이 전 대표의 경선 탈락을 아쉬워 했다.

이낙연 캠프 해단식이라는 장소적 특성과 해단식을 미리 알고 현장을 찾을만큼 열성인 지지자들이란 점을 고려하더라도, 현장에 있었던 대부분의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은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 전 대표는 공동선대위원장직 수락 여부에 대해 끝내 입을 다물었다. 민주당 지지층이 균열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은 여기저기에서 확인된다. 설훈 공동 선대위원장 역시 “‘이재명은 도저히 못찍겠다’는 지지자들이 정말 많다”고 말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5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이낙연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이었던 설훈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선 후유증… 봉합될까= 매 선거때마다 당내 경선은 각 후보는 물론 지지층들의 분열도 가속화 한다. 민주당 20대 대선 경선 과정에서도 민주당 지지자들은 각 후보들을 중심으로 분열됐다. 키워드로만 보더라도 노무현 탄핵 논란, 수박 논란, 황교익 논란 등 논쟁 지점은 차고 넘친다. 때마다 양 후보측은 ‘네거티브 중단’을 선언했으나 약속은 과열된 경선 만큼이나 자주 허물어졌고 이는 지지층들의 분화로 이어졌다. ‘도저히 이재명은 못찍는다’는 주장과 ‘어떻게 이낙연이 민주당 후보냐’는 양측의 주장이 대립했다. 민주당 경선은 본선보다 뜨거웠다.

문제는 과열됐던 경선 탓에 찢어진 민주당 지지층들을 하나로 묶어낼 수 있느냐다. 지난 15일 송영길 당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낙연) 지지자들의 상처와 상실감에 대해서도 위로의 말씀을 건네고 싶다”며 “일부 극단적 행태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비유와 표현이 있었다. 심려를 끼쳐드린 점, 상처 받은 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이 전 대표가 직접 ‘경선 승복’을 발표한 직후인 13일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경선 무효표 처리 논란을 두고 자신에게 ‘문자폭탄’을 보낸 것을 언급하며 “거의 일베 수준으로 공격했다”며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을 비난한 바 있다. 송 대표가 이 전 대표 지지자들에 사과를 한 것은 이 전 대표 지지층 가운데 상당수가 이재명 후보를 찍지 않겠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맥락과 무관치 않다.

민주당 경선 결과가 발표된 후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지난 11~12일, 전국 성인 2027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2%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 경선에서 이 전 대표를 지지했다고 답한 응답자 가운데 내년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14.2%에 불과했다. 반대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찍겠다는 응답 비율은 40%를 넘었다.

이 전 대표가 해단식에서 “다시 안 볼 사람들처럼 모멸하고 인격을 짓밟고 없는 사실까지 끄집어내는 것은 인간으로서 잔인한 일일 뿐 아니라 정치할 자격이 없는 짓”이라고 말한 것 역시 당내 다른 후보를 비판 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 전 대표가 ‘원팀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 답도 하지 않았고, 이 전 대표 지지자들이 지난 14일 경선 결과 효력중지 요청 가처분 신청을 서울남부지법에 제출해 여전히 민주당 경선 진통은 현재진행형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이낙연 후보와 이재명 후보 사이의 간극이 일단 크다. 지지층의 간극은 그보다 더 크다. 설훈 의원 말대로 ‘이재명은 도저히 못찍겠다’는 지지층이 분명 존재한다”며 “시간이 지나면 치유될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선 쉽게 치유되기 어려운 상처”라고 내다봤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대산빌딩에서 열린 이낙연 필연캠프 해단식에서 참석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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