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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칼럼] 오징어게임

인터넷으로 동영상을 서비스하는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국산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10월 6일 현재 14일째 전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넷플릭스가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83개국 모두 1위다. 신기록이다.

황동혁 감독이 2008년 시나리오를 썼을 때 제작사들은 ‘난해하다’ 또는 ‘기괴하다’면서 제작을 꺼렸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오징어게임’은 구체적인 현실이 됐다. 일확천금을 노리며 주식·부동산·비트코인에 베팅한다. 모두가 서바이벌 데스 게임 같은 일상을 영위한다. ‘오징어게임’이 어떤 드라마라고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나름대로 잘 이해하고 해석한다. 황동혁 감독 말처럼 현실이 슬프다.

‘오징어게임’을 여가학(leisure studies)의 관점에서 보면 어떻게 될까? 영화·드라마·소설·도박 등은 전형적인 모방여가(mimic leisure)에서 흥분(excitement)을 느끼고 카타르시스를 경험하는 엔터테인먼트 여가다.

엔터테인먼트의 카타르시스 메커니즘은 대부분 모방흥분이다. 무수하게 많은 사람이 다치거나 죽는다. 사기를 치고 거짓말을 하고 불륜을 저지른다. 우리가 일상에서 해서도 안 되지만 할 수도 없는 활동이다.

근대사회는 여가시간에만 이런 활동을 하도록 허용한다. 물론 실제로 죽이고 사기 치고 불륜을 저지르면 안 된다. 실제흥분은 위험하다. 그러나 영화·소설·드라마 등 여가 콘텐츠를 즐기는 동안 주인공은 나를 대신해서 죽이고 사기치고 불륜을 저지른다.

나는 주인공이 죽일 때, 사기를 칠 때, 불륜을 저지를 때, 그 스릴을 대신 느낀다. 실제로 살인을 저지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안전하다. 카타르시스를 체험하고 스트레스를 확 푼다. 그리고 안전하지만 지겹기 그지없는 일터로 다시 돌아간다.

황동혁 감독은 “그간 천편일률적으로 변해가는 한국 상업영화 시장을 보며 답답함을 느꼈다”고 말한다. “관객보다 먼저 웃고 관객보다 먼저 우는 영화와 드라마에 지쳤다. 이 과잉이 쌓여서 임계점에 달하는 순간 한국관객도 한국영화를 버릴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었다.” 황동혁 감독은 낯설지만 완성도 높은 영화 ‘남한산성’을 만든다. 상업적이고 오락적인 영화지만 좋은 영화다.

이어서 마치 실제흥분 같은 재미를 선사하는 엔터테인먼트를 만든다. 서바이벌 데스 게임, ‘오징어게임’이다. 일남 노인은 기훈에게 자신이 왜 ‘오징어게임’을 호스트했는지를 밝힌다. “어릴 적에는 뭘 해도 재밌었어. 관중석에 앉아서는 절대로 느낄 수 없는 그런 재미를 느끼고 싶었어. 보는 것이 하는 것보다 더 재밌을 수 없어.” 일남 노인은 직접 서바이벌 데스게임에 참가한다. 1번으로. 기존 엔터테인먼트는 모방흥분을 준다. 재밌으면서도 안전하다. 그러나 실제흥분보다 재밌을 수 없다. 실제흥분은 위험하지만 흥분의 강도가 훨씬 강하다. 모방흥분을 실제흥분처럼 느끼게 한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 기자는 ‘오징어게임’과 2018년 넷플릭스에서 방송한 영화 ‘검은 거울(Black Mirror: Bandersnatch)’을 비교한다. ‘검은 거울’에서 관객들은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관객이 어드벤처를 선택한다. 그러나 ‘오징어게임’에서는 관객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장벽도 높다. 그러나 감성을 자극한다. ‘오징어게임’은 좋은 드라마다. 그런데 재밌다. 관객이 울고 난 다음에 운다. 관객이 웃고 난 다음에 웃는다. 황동혁 감독은 시즌2 때문에 또 이빨이 빠질지도 모른다.

최석호 한국레저경영연구소 소장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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